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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비제.. 카르멘..

by rickas 2023. 9. 15.

내비 두면 또 까묵을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올린다.. 지난 여름 휴가 때 들었던 오페라 음반 중 하나.. 요전에는 순애보적 사랑을 다룬 작품 오르페오를 올렸으니 이번에는 개막장의 싸랑을 다룬 작품을 올려 본다.. 비제의 카르멘 되겠다.. 대부분 카르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 유명한 1막의 전주곡일텐데.. 나 역시 초딩 시절 그게 4학년 때였는지 6학년 때였는지 까리하지만 담임 선생이 음악 시간이면 왜 그랬는지 거의 매번 틀어주던 곡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다.. 이 카르멘 전주곡과 함께 또 단골로 틀어주던 곡이 쇼팽의 군대 폴로네이즈.. 아마도 담임이 그 곡들을 무쟈게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 우리들한테 제대로 된 해설을 해 주거나 그랬던 기억은 없다.. 하긴 초딩 애새끼들한테.. 얘들아 이 카르멘은 오페라인데 내용은 말이야 사랑에 배신당한 세상 물정 모르는 철딱 순진남이 배신을 땡긴 여인에게 칼빵을 놓아 죽이는 얘기란다.. 하고 말해줄 수는 없었을테니 내 이해한다.. -_-ㅋ 머 어쨌건 내가 즐겨 듣는 판은 두 종류인데.. 하나는 칼라스 누님이요 다른 하나는 앙헬레스 누님으로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골라 듣곤 한다.. 쇠심줄 같은 깡다구를 드라마틱 하게 뱉어내는 카르멘을 기대한다면야 당연히 칼라스 누님을 듣게 된다만.. 무언가 좀 더 고급스러우면서 그에 비례하여 좀 더 요사스럽고 치명적인 팜므 파탈적 느낌을 기대한다면 아무래도 앙헬레스 누님을 듣게 되더라.. 잼있는 것은 니콜라이 게다가 두 음반 모두 호세를 맡고 있는데.. 워낙에 틀이라 그런지 점차 망가져 가는 순진남의 고뇌와 번민을 졸라 실감나게 노래한다.. 이번 휴가 때는 칼라스 누님을 배신하고 앙헬레스 누님으로.. 비첨 영감님이 지휘하는 프랑스 국립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 근데 이게 소위 미쿡제 블루 엔젤 판인데 아마도 영국 본토 EMI의 화이트 앤 골드 판이라면 소리가 얼마나 더 좋을지 모르겠다만 이 미쿡 판도 나름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이럴 때 보면 내 귀가 싸구려 막귀인 것 같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ㅋ

졸라 소심쟁이였던 비제는 그의 최고 걸작의 역사적 초연이 있은지 딱 3개월 만인 1875년 6월 3일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졸하고 말았다.. 유감스럽게도 그 해 3월 카르멘의 초연 이후 받아든 성적표가 워낙에 혹평 일색이었던고로 비제에게는 이게 엄청난 데미지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전 작곡가들이 자신의 안에 있는 천재성을 어느 정도까지는 발휘할 수 있었다면 비제는 마지막 3년 동안 간신히 그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카르멘이 세상에 나온 시점에서 맞게 되는 그의 죽음은 프랑스에 있어서 특별한 재앙이었다고 한다.. 앙리 메이아크와 루도비코 알레비가 쓴 카르멘의 대본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오늘날의 무대 관점으로 보더라도 대본은 메리메의 이야기 중 핵심 사건을 무대 드라마 범위 내에서 집중시키고 변형시키는 것에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탁월한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대본가들이 효과적인 사건을 창안한 것 역시 마찬가지인데.. 예를 들자면.. 3막 시작 부분의 운세를 점치는 장면과 4막에서 호세가 투우장 밖에서 목격되었다는 경고를 카르멘이 개무시하는 것과 같은 장면들이라 하겠다.. 그에 비해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묘사는 상대적으로 덜 입체적이랄 수 있는데.. 카르멘의 경우도 메리메의 원작에 등장하는 집시가 보여 주었던 모든 비참함과 타락성을 무대에서 그대로 묘사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가족 극장이었던 오페라 코미크의 부르주아 청중들이 갖고 있는 감수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원본의 톤을 줄여야 했던 데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제는 카르멘의 성격이 너무 많이 바뀌는 것에 대해 반대했고 초연에서 카르멘 역을 부른 갈리 마리에 역시 메리메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연구했던 것처럼 원작에 충실한 카르멘을 연기했다고 하는데.. 알려져 있다시피 전문 평론가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청중들은 졸라 충격을 먹었다고 한다.. 아니 충격으로 치자면 바로 직전의 나폴레옹 3세와 그 마누라인 외제니의 꼴값질이 더 충격을 먹을 만한 일이 아니었나.. ㅋ

암튼 카르멘은 1883년의 리바이벌 이후에야 파리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작곡가들은 만장일치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따지고 보면 공통점이라곤 1도 없는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브람스, 볼프, 푸치니, 부조니, 스트라빈스키 등이 카르멘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단다.. 사실 이 오페라의 여쥔공 카르멘이야말로 무슨 팜므 파탈이고 뭐고를 떠나서 당시까지의 고루했던 그리고 모범적이라고 여겨졌던.. 졸라 가혹한 운명에 순종해서 괴로워하는 비련의 전근대적 여인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자기의 자유 의지대로 관철하고자 죽음에조차 깡다구로 맞섰던 근대적 여인상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정명훈이 지휘하는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의 연주로 1막 전주곡과 가랑차가 부르는 "사랑은 제 멋대로인 한 마리 새" 를 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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