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윌리엄 버지널 북의 역사는 아마도 엘리자베스 시대 그니깐 황금 시대라고 부르는 시기의 모든 필사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서 이의 발견은 역사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대단한 것이었다고 한다.. 크기만 놓고 보면 이 책은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게 총 220개의 2절판으로 된 페이지에 대부분 정교하고 단정하게 한 손으로 쓴 건반 음악으로 가득 차 있고.. 총 297개의 매우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의 작품이 가득 실려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 책이 이러한 작품들의 열광적인 팬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이 책은 글씨의 높은 품질과 함께 17세기 초반 영국의 특징적인 디자인으로 금색으로 정교하게 새겨진 담에 진홍색의 호화로운 제본으로 마무리 되어 있고.. 원래 페이지의 가장자리를 장식했던 금박과 책을 묶는데 사용된 분홍색 실크 타이의 흔적도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이 책을 소유했던 애호가는 분명히 졸라 부유한 잉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치만 원고에는 소유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고.. 필사를 했던 양반도 자신의 작업이 끝난 시점에 지 서명을 하지도 않았기 떼문에.. 이 버지널 북이 언제, 왜, 누구에 의해 쓰여졌는지에 대한 질문은 18세기 중반부터 역사가들을 사로잡았고..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그럴듯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대한 오랜 연구는 원고와 그 내용 만큼이나 매혹적인 이야기를 알아냈고.. 이는 이 책의 아름다움과 신비함 뿐만 아니라 포함되어 있는 작품의 음악적 특성에 대한 연구이기도 했다.. 그치만 이후의 내용을 내가 쭉 읽어본 결과 머 이런걸 공부하는 잉간이라면 그야말로 흥미진진 할 수도 있겠으나 굳이 내가 애써서 이넘으 책이 족보가 어떻게 되고 그것도 17세기부터 영국이라는 섬나라에서 소유권이 어떤 식으로 넘겨져 왔는지 알아서 무엇을 하겠냐 싶은 현타가 졸라 오더라.. -_-ㅋ 나같은 잉간이야 그저 여기 실려 있는 음악이 연주되어 있는 기록을 듣는 것 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나으 소박한 호기심을 채우고도 남는 것 아니겠나 싶다.. 암튼 그래서리 이 책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내용을 가능한 축약해서 읊어보자면..
그 이야기는 17세기 말경 30대에 런던에 정착한 독일의 작곡가이자 이론가인 요한 크리스토프 페푸쉬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페푸쉬는 드루어리 레인 극장에서 비올라 및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괜찮은 경력을 쌓았고 나중에 이 극장에서 제작되는 가면극의 공동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페푸쉬는 1716년에 제작된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잘 나갔지만 결국 1728년 무렵에는 은퇴를 했는데 돈은 꽤나 벌었던 듯하다.. 이후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교육과 다양한 골동품 관심사에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데.. 그의 장서들과 교재 그리고 장학금을 통해 페푸쉬는 영국 음악과 관련된 골동품 연구의 초점이 되었고 그 이후에야 비로소 엘리자베스 시대 및 자코뱅 시대의 잊혀진 음악적 보물들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페푸쉬의 이런 연구에서 만나게 된 것이 바로 버지널 북이었다.. 런던에서 페푸쉬는 처음부터 골동품 서클에 참여했는데 그 중 특별히 석탄 판매상이었던 토마스 브리튼의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가 당시에 꽤나 유명했다고 한다.. 브리튼은 그의 직업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지적 관심을 가진 애서가였고 그의 사후 엄청난 양의 음악 컬렉션이 매각되었다.. 페푸쉬는 일생 동안 골동품 수집이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고 이때 흘러나온 것중의 하나가 버지널 북이었던 것 같다.. 페푸쉬는 자신이 직접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컬렉션과 관심사에 대한 것들은 당시 관련 음악 학문의 성장에 큰 자극을 주었다.. 버지널 북의 역사는 편집 당시부터 페푸쉬의 장서에 포함되기까지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18세기 전반기에 페푸쉬의 장서 목록에 속하게 되었음은 틀림 없다 하겠다.. 페푸쉬가 죽은 후 그의 컬렉션은 나뉘어져서 팔렸고 부분적으로는 고대 음악 아카데미의 친구 및 제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버지널 북은 그 다음으로 런던의 음악가이자 출판인이었던 로버트 브렘너의 손을 거쳤고.. 그 후 1783년에 브렘너로부터 리차드 비스카운트 피츠윌리엄에 의해 인수되었다.. 피츠윌리엄은 많은 것들의 열렬한 수집가였고 그의 컬렉션은 케임브리지 대학에 기부되어 유명한 피츠윌리엄 박물관의 핵심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의 음악적 관심은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홀에 들어갔던 176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가장 초기 음악 책은 존 키블이라는 양반과 같이 썼는데 키블이 페푸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것을 고려할 때 피츠윌리엄은 그를 통해 페푸쉬의 골동품 수집주의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츠윌리엄경의 도서관에 보관된 버지널 북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는데 영국의 음악학자였던 윌리엄 샤펠은 이 컬렉션이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영국인을 위해 또는 그에 의해 만들어졌고 페푸쉬가 그 곳에서 가져왔을 것이라 추론했고.. 이를 바탕으로 스콰이어라는 양반은 이 버지널 북을 쓴 양반이 1600년대 초반 영국에서 카톨릭 신앙으로 곤경을 겪었던 트레지안 가문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버지널 북을 필사한 이 가문의 프란시스 트레지안이라는 양반은 아버지 대부터 카톨릭 신앙으로 영국에서 졸라 박해를 받았고 투옥되기까지 했었는데.. 이 버지널 북에 나오는 버드나 존 불, 필립스 같은 작곡가들이 카톨릭 신자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과의 네트워크가 밀접한 연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겠다.. 어쨌거나 이 버지널 북의 자료로서의 가치는 무쟈게 대단한 것으로 심지어는 여기의 자료만으로도 1550년부터 1620년까지의 음악사를 다시 쓰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개뻥구라를 치기도 한다고는 하지만.. 모든 가변적인 텍스트 품질에도 불구하고 트레지안의 원고는 영국 건반 음악의 전체 역사에 있어서 가장 황금기의 가장 중요한 생존자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피츠윌리엄 버지널 북의 원고에는 존 불, 버드, 기본스, 파나비, 탈리스, 필립스 등의 음악이 들어 있는데 당시의 많은 건반 필사본과 마찬가지로 여기 실린 곡들은 특정 악기를 위해 작곡된 것이 아니며 버지널,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및 실내 오르간을 포함한 모든 건반 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다.. 이 버지널 북에 있는 많은 작품들이 대개가 짧고 기억에 남는 제목이 있는 캐릭터 작품들인데 파나비와 버드가 편곡한 다울랜드의 작품들도 함께 실려 있다.. 오늘 올리는 판은 피츠윌리엄 버지널 북에서 몇 곡을 추려서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연주한 2장짜리 판인데 악기가 오르간, 하프시코드, 버지널, 스피넷 등으로 졸라 버라이어티한 소리를 들려준다.. 내 귀에는 그나마 가장 익숙한 소리가 하프시코드 소리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버지널이나 스피넷에 비해서는 그 울림이 더 풍부하면서 명징한 느낌이 들어서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소리가 가장 좋게 들리더라.. 당시 음악의 특징인 그야말로 소박한 아름다움이 듣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데.. 요즘같이 오만 병신들이 뛰쳐 나와서 육갑을 짚는답시고 설쳐대느라 정신 사나운 시절에 적절한 위로를 주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 연결하는 링크는 건반 악기의 연주는 아니고 버드의 곡을 편곡한 것인데.. 원본인 버드의 곡을 이 판에서 버지널로 연주한 것도 좋지만 링크의 Voices of Music이 연주한 영상은 보는 내내 눈과 귀가 즐겁다.. John come kiss m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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