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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바로크 시대의 거장들..

by rickas 2019. 12. 30.



며칠 전에 크리스마스도 있었고.. 머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어쨌거나 연말의 느낌은 크리스마스와 캐빈.. -_-ㅋ 그리고 캐롤들이 실감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리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들었던 판을 한 장 올린다.. 바로크 시대의 거장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판인데.. 판 껍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페인 족보 작곡가들의 음악들이 실려 있는 판이다.. 근데 판이 드러운지 녹음이 드러운지 소리는 꽝이다.. 클리닝 머신으로 한 번 빡씨게 돌린 다음에 다시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17세기에 스페인의 성당에서 합창단 및 기악군들에 의해 라틴어로 연주되었던 모텟이나 찬송가들은 1년 중 특정한 날들에 행하는 성직자들의 성무일과를 더욱 더 근엄함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수단이기는 했지만서도 실제 일반인들의 종교적 참여는 전혀 존재하지도 않았고 어떠한 연관성도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에 스페인어로 쓰여진 바로크 교회의 캐롤은 상당히 대중적인 면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나 성령 강림절 또는 성체 축일과 같은 날에 일반인들은 평상시에는 자주 접할 수 없는 공연을 보려고 큰 교회로 몰려 들었는데.. 특히 캐롤 공연은 소년 합창단에 의해 연극적인 요소까지 가미되어서 매우 생생하고 활기찬 그런 느낌이었다고 한다.. 판 껍닥에 있는 당시의 광경을 묘사하는 해설을 옮겨보자면.. 교회의 벽은 갖가지 장식들로 꾸며지고 사람들이 앉게 되는 바닥은 달콤한 향이 나는 나뭇잎들과 소나무 가지들이 깔렸다.. 공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엄숙하게 차려 입은 소년 합창단이 손에 은쟁반을 들고 관객들 사이를 다니면서 저녁 기도에 사용될 인쇄된 캐롤 가사를 나눠 주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음악을 따라가면서 가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거기 있던 사람들은 글자를 읽을 줄 알았다는 얘기이고.. 사실 그 당시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걍 일반 시정잡배들이 아닌 어느 정도 교육 수준이 되는 귀족 층이나 식자 층.. 그니깐 있는 집 잉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 올리는 판의 앞면에 실려 있는 곡들이 바로 이 당시에 불려진 캐롤이라고 한다.. 첫 번째 캐롤인 "성스러운 영역이 장막을 걷어내도다" 라는 곡은 1690년 디에고 듀론이라는 양반이 썼다고 한다.. 이 곡의 우의적인 가사는 당시의 문학적인 취향을 반영하기도 했지만.. 음악적으로도 매력적이고 적절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식들이 사용되었다.. 곡은 일반적인 반주가 딸린 두 개의 합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합창은 사람의 목소리를 위한 것이고 두 번째 것은 바로크 오보에나 트럼본 같은 악기를 위한 것이었다.. 이런 합창단의 목소리와 대조되는 관악기군들로 이루어지는 형식의 곡들은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일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초기 화가들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것으로까지 기원이 올라간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콜럼버스의 일기 사본에 이러한 양식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콜럼버스의 첫 번째 아메리카 탐험 후 귀환을 환영하는 성대한 행사가 국왕의 주관하에 졸라 성대하게 열렸단다.. 왕실 예배당의 합창단이 " 오 신이여.. 우리는 당신을 찬미합니다.."를 부르면 관악기 앙상블이 이를 받아서 연주하게 되는데.. 그 순간은 마치 천상의 기쁨이 지상에 구현되어 우리가 소통하는 것 같더라.. 는 얘기가 쓰여 있다고 한다.. 그니깐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나서 작곡된 캐롤에서도 관악기들에 의한 천상의 음악과 잉간의 목소리에 의한 지상의 음악이 똑같이 다루어진 셈이라는 것이다..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잉간들과 어울려 예수의 탄생을 노래한다는 개념이므로 이 당시의 캐롤은 상당히 일반 사람들과 괴리감이 없는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디에고 듀론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인데.. 1676년에 라스 팔마스 성당의 합창단 지휘자로 자리를 잡고서는 1731년 그가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뒷 면에는 바로크 시기 스페인의 오르간 음악이 수록되어 있는데 당시 스페인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오르가니스트 양반들의 곡을 추렸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세바스티안 아귈레라가 당대의 가장 뛰어난 오르간 음악 작곡가였다고 하는데 그의 솜씨가 뒷 면 첫 곡 "Tiento de Falsas de Quarto Tono" 에 실려 있다.. 듣고 있자면 저절로 몸과 맘이 경건해지면서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불러 일으켜지는 곡이다.. 이 판의 곡들이 워낙에 마이너한 곡들이다 보니 유튭에 올라와 있는 곡 찾기가 힘들다.. 그치만 검색해 보니 마침 뒷 면 첫 트랙에 수록된 아귈레라의 오르간 곡이 한 개 올라와 있길래 이걸로 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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