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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by rickas 2024. 11. 10.

정신 없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11월 하고도 중순이 다 되었다.. 이제는 그럭저럭 맘도 안정이 되어 가는 듯하고 정신적으로도 별 동요 없이 지내고 있는 중이다.. 하긴 그나마 바쁘게 사니까 이런저런 신경 안 쓰면서 시간이 흘러가서 그렇지 좀 여유가 있어서 바깥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까지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면 가뜩이나 심란한 상황에서 무쟈게 어질어질 했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가다 보이고 들리는 꼬라지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깜찍함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두 덩달아서 까암짝 놀라곤 한다.. ㅅㅂ 머 사바세계의 지랄맞음은 역시 음악이라는 뽕으로 다스리는게 좋고.. 특히나 이런 ㅅㅂ스러움이 아주 그냥 연짱으로 터지는 피곤함 속에서는 나으 경우는 머니머니 해도 슈베르트가 제일 위안을 주더라.. 오늘은 그런 슈베르트의 음악 중에서도 현시창을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는 졸라 강력한 뽕인 피아노 소나타 13번을 들은 김에 여기다 포스팅 해 본다.. 내가 들은 판은 리히터 영감님의 연주로 방랑자 환상곡과 같이 커플링 되어 있는 EMI 녹음인데.. 사실 뭔가 우악스러워 보이는 리히터와 여리여리 하기만한 슈베르트의 13번 소나타가 어울린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듣기에는 애새끼덜은 가라.. 느낌의 연주를 들려주신다.. -_-;;

특정한 작품에 붙여지는 라벨은 종종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데..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C장조 교향곡 9번이 "더 그레이트" 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거나.. 1828년에 작곡된 A장조의 20번 피아노 소나타는 "그랜드" 소나타로 불려진다거나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별명들은 작품의 길이와 규모를 묘사하는데 있어서는 적절할 수 있지만.. 그 반대 급부로 안타깝게도 똑같은 슈베르트의 즐거운 C장조 교향곡 6번과 오늘 언급하는 초기의 A장조 피아노 소나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그치만 오늘 올리는 A장조의 13번 소나타는 그 자체로 각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그랜드 소나타에 못지 않은 작품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1819년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짧은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슈베르트의 소나타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오만가지의 감정이 축약되어 있는 직품 중 하나라 하겠다.. 1악장의 주제는 분명히 피아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가사를 붙일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데 기교적인 화려함보다는 그의 특징이었던 그저 샘솟는 악상이 매력적인 선율로 화하면서 듣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특징이 있다.. 느린 2악장은 무척이나 평화스러운 느낌인데 그 전개 자체는 무척이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악장은 매력적인 소용돌이 같은 느낌의 악장으로 흥분되고 활기찬 소나타 악장인데 졸라 엄격한 규칙에 따르는 구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걍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는 듯한 슈베르트 특유의 미학이 빛을 발하는 악장인 것 같다..

판 껍닥 뒷면에 이 녹음을 할 당시의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는데 이게 무척 재미있다.. 1963년 2월의 어느날 새벽 2시.. 파리의 바그람 홀에서 방랑자 환성곡 중 알레그로 188마디의 에너지가 넘치는 연주에 대해 리히터는 "좋아.. 그걸 세 번 더 연주할게" 라고 하면서 녹음 세션을 진행했다고 한다.. 보통 매일 저녁 9시에 시작해서 새벽 3시까지 녹음을 했다고 하는데 리히터는 특히 새벽 2시를 선호했단다.. 리히터는 점심이나 저녁도 거의 먹지 않은 채로 완전히 지칠 때까지 연주에 집중하곤 했다.. 녹음 팀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긴장이 풀린 후 파리에서 기록된 가장 추운 겨울 중 하나였던 그 해 겨울.. 얼음장같이 온도가 내려간 스튜디오에 모여서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구성원들의 국적이 졸라 버라이어티 했단다.. 피아니스트는 독일 혈통이 일부 섞인 러시아인이었고.. 음악 감독은 독일인, EMI 엔지니어는 호주인, 리히터의 비서 역할을 했던 이는 미쿡인, 조율사는 독일인, 바그람 홀의 관리인은 이탈리아인이었댄다.. ㅋ 리히터의 작업 환경에서는 그의 독특한 기질이 지배적이었고.. 그와 작업하는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 그에게 절대적인 헌신을 보였다고 한다.. 리히터는 음질에 대한 강박이 강해서 녹음된 것을 재확인 하기 위해 낮과 저녁 모두 반복해서 듣기 일쑤였다고 하는데.. 엥간해서는 그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단다.. 그의 입에서 "그래.. 머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 정도의 말이 나오는 것은 모든 작업자들에게 가장 큰 보상과도 같았다는 얘기가 있다.. 특히 리히터는 컷 편집을 좋아하지 않아서리 종종 전체 곡을 한번에 녹음했으며.. 특정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 그 부분으로 되돌아가서 첨부터 다시 연주했다고 하니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실로 개짜증이 났을 법 하다..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 음악 차이를 말하면서 리히터 영감님은 이를 화가에 비유했다는데.. "베토벤은 미켈란젤로와 같지만 슈베르트는 라파엘로에 가깝다" 이는 시대를 초월하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리히터의 졸라 심오한 해석이 담긴 비유라 하겠다.. 그치만 판 껍닥의 그림이 램브란트라는 것은 함정.. -_-ㅋ

연결시키는 링크는 이게 언제적 연주인지는 모르겠지만 리히터의 연주로 동영상이 있길래 이게 웬일이야.. 하는 심정으로다 걸어 놓는다.. 아마도 80년대 초반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그러구 보면 오늘 올리는 판에서의 녹음보다는 훨씬 뒤의 연주일 듯하다.. 근데 이 영감님 손이 진짜 크긴 큰갑다.. 주먹 쥐면 솥뚜껑 만할 듯.. -_-;; 암튼 유튭은 정말 대단하다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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