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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비발디.. 키리에..

by rickas 2024. 11. 3.

요즘은 특별히 땡기는 경우가 아니면 판을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이건 LP는 물론이고 CD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스트리밍 서비스인 타이달을 몇 년 이용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가 아닐까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간의 소유욕이란 것이 작동을 하게 되면 이런 일종의 공동 소유 같은 느낌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우습게 무시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지금 내깔려 있는 LP만 있어도 내가 관짜고 해골 눞힐 때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될 것 같기 때문에.. -_-;; 이 이상의 수집이나 소유에 대한 욕심은 씰데엄는 짓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걍 사제꼈던 판들을 볼라치면 간혹 한숨이 나오는 넘들이 기어 나오곤 한다.. 머 오늘 올리는 판은 한숨이 나올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도대체가 언제 어디서 왜 이런 판을 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판이다.. 추측해 보자면 내가 한때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졸라 열씨미 듣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 어디선가 눈에 띈 김에 샀을 것 같고.. 당연히 당시 한 번 대충 듣고는 쳐박아 놓아서리 기억에서 사라졌던 판이 아닐까 싶다.. 그니깐 아침에 머 들을 만한 판 없나 하고 이리저리 뒤적이다 보니 나온 판인데.. 뒷면의 키리에가 맘에 들길래 여기다 포스팅 하는 중이다.. 특이하게도 이태리 판이고.. 지휘와 연주 단체 모두 듣보잡인데.. 밀라노 안젤리쿰 오케스트라를 알라다르 야네스라는 이태리 지휘자가 지휘하고 있다.. 레이블도 안젤리쿰인 것 같고 하여간 모든 것들이 졸라 낯선 판으로.. 옛 성현 말씀에 이태리 공산품을 구매하려면 그 껍닥에 혹하지 말고 주의하라는 얘기가 있듯이 스테레오 녹음인 것 같지만 이건 머 마치 해적 녹음처럼 소리는 졸라 구리다.. -_-;;

르네상스의 황혼기였던 16세기 중반에 이미 베네치아 스쿨의 교회 음악 스타일과 로마 스쿨의 음악 스타일 사이에는 점점 뚜렷한 차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베네치아의 가브리엘리와 로마의 팔레스트리나의 음악은 점점 분명해지는 대립의 예로서 찾을 수 있다 한다.. 베네치아에서는 음색의 밀도를 풍부하게 하여 주로 폴리포니의 풍성함을 추구하였다.. 이로 인해 더 빈번하면서도 규범적인 악기의 참여가 필요하게 되는데.. 반면 로마에서는 라파엘리즘적 순수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아 부드러운 표현성을 살짝 가미한 음악이 지배적이었으며.. 거의 데카당스적인 그레고리안 양식을 통해 현대적인 음조로 전환되었다.. 베네치아에서는 음악이 일종의 연극적 무대 효과를 목표로 하고.. 음악에 청각적인 것 뿐만 아니라 공간적이고 시각적인 장식이 요구되었는데.. 스테레오포닉한 이중 합창 기술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로마에서는 과거의 15세기와 16세기 대위법의 경험이 계속 강조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든 것이 소멸되면서 음악적 언어는 진보와 진화의 가능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반면에 화려한 풍요로움의 성격은 17세기 전반에 걸쳐 베네치아 교회 음악에서 계속 유지되었고.. 이 시기는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의 "르 그랑 시에클" 로 베네치아에서는 영광의 마지막 세기로 여겨진다.. 오페라와 같은 극적 요소가 번성하고 심지어 종교 음악에서도 점차 극적인 감각이 나타나는 시기였는데.. 비발디의 시대를 보자면.. 베네치아의 오페라는 점차 쇠퇴하게 되었고.. 경쟁 관계였던 나폴리 오페라가 번성하게 된다.. 그러나 비발디는 베네치아 스쿨의 마지막 위대한 작곡가로서 르네상스 폴리포니의 전통과 윌라에르트와 가브리엘리,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자를리노의 음악 이론적 사색을 계승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비발디의 음악에는 리듬과 움직임 그리고 역동성의 감각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는 마치 그의 손에서 음악이 하나의 머찐 레이싱 머신이 되는 것 같아 보인다.. 라고 해설은 떠들고 있다..
 
키리에의 마지막 푸가에서처럼 음악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끝까지 멈추지 않고 지속해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음악에 스며들게 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다른 모든 지식 분야를 지배하는 일종의 기계적인 치열함이라 하겠다.. 우주를 거대한 시계로 꿈꾸던 문명에서 음악가들이 정확하고 규칙적인 똑딱임으로 자신의 작은 음향 우주를 만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고.. 그러한 결과물 중의 하나로 보이는 것이 비발디의 키리에라 하겠다.. 머 일케 판 껍닥의 해설은 거창하게 해 놓았는데.. 일면 공감이 가는 것도 있고.. 다른 거는 이게 웬 오바질이야 싶은 것도 있다.. ㅋ 작품은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부분은 비발디의 마니피카트 첫 번째 악장을 수정한 버전을 기반으로 한다 하고.. 두 번째 부분은 각 합창에 두 명의 소프라노 또는 소프라노와 알토가 등장하는 듀엣을 들려준다.. 마지막은 짧은 합창을 거쳐 푸가로 돌입하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진짜 머찐 백미라 하겠다.. 극적이고 역동적이지만 그게 너무 과하지 않아서 그야말로 조용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신앙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그런 음악이다.. 어쨌거나 비발디의 키리에는 두 개의 합창단과 두 그룹의 현악기가 연주하는 솔로 구절이 없는 순수한 합창 작품으로 비발디와 같은 날라리로서는 나름 경건하고 사색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_-ㅋ 이 작품은 작곡 연대가 불분명한데다가 아마도 다른 짧은 미사곡과 결합되어 연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2023년 코펜하겐 바로크 페스티발 실황으로 상당히 따끈따끈한 연주이기는 한데.. 소리를 만들어 가는 울림의 조화는 무척이나 알흠답지만 어째 좀 너무나도 얌전하게만 연주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 비함 내가 들은 이태리 넘들 판은 졸라 과격한 듯..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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