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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슈베르트.. 현악 4중주 9번..

by rickas 2021. 7. 24.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적부터 제일 친숙했던.. 내지는 귀에 익었던 음악가는 슈베르트였던 것 같다.. 무엇보담두 내가 초딩이 되기 훨씬 전이었을 때니 아마도 너댓살 정도 남짓이었던 꼬꼬마 시절이었을텐데.. 외삼촌이 미쿡으로 유학을 가기 전 우리 식구랑 같이 살 때 나는 삼촌방을 엄청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 모친은 삼촌 공부하는데 방해되니깐 가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훗.. 세상물정 조또 모르는 철딱 너댓살 꼬맹이가 그런거 신경이나 쓰겠냐.. 더구나 삼촌방에 가면 항상 삼촌이 조그만 미제 허쉬 초코렛을 심심찮게 주셔서리 난 그 재미에 삼촌방을 풀 방구리에 쥐새끼 드나들 듯 했던 것 같다.. 근데 삼촌방에 가면 항상 느껴지는 분위기라는게 있었는데.. 당시 방에 달려 있던 형광등은 항상 꺼져 있었고.. 백열등이 달린 스탠드만 책상 위에 켜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방이 좀 어둑한 느낌이 드는데다가.. 항상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는 것.. 아마도 당시 야전이라는 것에다 LP를 걸어서 듣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른 음악들은 기억이 하나두 안 나지만 슈베르트의 송어는 당시에 내 귀에도 넘나 맘에 들어서리 한동안 구탱이에서 삼촌 방해 안 한답시고 조용히 찌그러져서 듣다 나오곤 했다구.. 나중에 삼촌이 얘기를 해 주시더라.. 물론 내가 기억하는건 걍 그 당시 그 방의 분위기에다.. 송어가 흘러 나왔었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한데 말이다.. 근데 피는 못 속인다구 울 모친두 슈베르트를 꽤나 좋아하셔서 생각해 보면 어렸을적부터 슈베르트의 음악들이.. 머 그래봤자 그 양반의 가장 대중적인 몇몇 곡들.. 즉흥곡이나 미완성 교향곡 그리고 송어나 겨울나그네.. 머 그런 곡들이 다였지만.. 암튼 그런 곡들이 그냥 귀에 익숙해지게 되었던 것 같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집은 좀 문제가 있는 이상한 집이었다.. -_-;; 집에서 대중가요나 팝송을 전혀 못 듣게 했다는거다.. 나중에 내가 고딩이 되어서 아니 도대체 왜 그러시냐고 모친한테 따졌더니.. 당신하고 아버지는 그런 강요한 적 없으시단다.. 헐~ 하긴 그것두 맞는 말이기도 한게.. 걍 집에서 틀어 놓는 음악은 클래식이 당연한 거고.. 그런 대중 음악 프로그램은 아예 TV건 뭐건 틀어 놓지도 않았으니 어렸던 시절부터 내가 그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겠냐.. 그러다가 나중에 대구리가 좀 커서야 칭구 녀석들 덕에 그런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머 그래서리 나중에 그쪽 동네도 좀 기웃거려 보았지만.. 그게 우끼는게 당연히 내 맘대로 그리고 내 취향대로 음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걍 정서적으로 제일 거부감이 안 생기는 것은 클래식 음악이더라는 이상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는.. 이래서 어렸을 적부터의 세뇌가 무서운 것인갑다.. -_-ㅋ 암튼 그래서리 이젠 나두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고.. 지금 이 나이에 머 새로운 음악을 듣겠다구 괜히 귓구녕에 힘주면서 듣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다.. 엥간해선 일단 귀에서 거부 반응이 먼저 생기기 땜에 다른 장르의 음악은 걍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머 우짜겠냐.. 걍 내가 맘이 편한걸 들어야지.. 암튼 그래서 그런지 그 중에서도 가장 나한테 어릴적 좋았던 시절의 느낌을 전달해 주는 음악은 슈베르트의 음악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외삼촌의 영향이라면 영향인 것 같은게.. 난 형광등 불빛 내지는 백색 LED 불빛을 무척 싫어한다.. 방에 그런 불이 켜 있음 왠지 개짜증이 난다는.. 그래서리 예전에 쓰던 백열등의 그 불빛이 넘 그립고 아쉽다.. 머 아쉬운 대로 전구색 등을 쓰면 얼추 느낌은 비슷하지만 말이다..


사설이 길었지만.. 어쨌거나 오늘 올리는 판은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9번이 실려있는 판이다.. 그의 후기 현사 3곡인 13번부터 15번까지야 머 말할 것두 없이 좋지만.. 슈베르트가 젊었을 적.. 이건 좀 어폐가 있나.. 이 양반이 워낙 젊었을 적 세상을 졸한고로 젊었을 때라기보다는 어렸을 적이라고 하는게 맞을 듯.. 암튼 이 양반의 초중기 현사들도 나름 슈베르트의 천성이 잘 드러나 있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특히 오늘 올리는 그의 현사 9번은 그가 열 여덟살이던 1815년에 작곡된 곡인데.. 불과 일주일 만에 써내려간 곡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이 곡보다 이전에 작곡되었지만 일부분만 남아 있는 C단조를 빼면 온전한 형태로는 그의 첫 번째 단조 4중주곡이 되는 것이다.. 초연은 아마도 슈베르트의 집에서 가족 음악회 형태로 연주되었던 것 같고.. 공개적인 초연은 그가 죽은지 35년이나 지난 1863년 11월 29일 빈의 무지크페라인에서 헬메스베르거 4중주단의 연주로 행해졌다.. 슈베르트는 이 9번 4중주에서 당시의 다른 곡들에 비해 엄격한 형식의 구축이나 대위법적 전개 그리고 각 악장 간 주제의 연결과 같이 보다 고전적인 요소에 훨씬 더 신경을 기울였다고 한다.. 게다가 잼있는건 이 곡이 그야말로 고전중의 고전 작품들인 베토벤이나 모짜르트의 작품들에 있는 멜로디를 추억 소환하게 하는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말인즉슨 슈베르트의 9번 현사에서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뜻인데.. 특히나 공감이 가는 부분은 이 현사의 백미인.. 머 내 나름대로의 백미긴 하지만.. -_-;; 3악장의 미뉴에트를 듣다 보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바로 동일한 G단조의 모짜르트 교향곡 40번 중 3악장 미뉴에트이다.. 미뉴에트 하면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우아하고 귀족적인 느낌이 아니라 뭔가 민요적이고 투박하면서 가볍다기 보다는 슬픔이 바닥에 깔려 있으면서 무겁고 장중한 그런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 이 곡을 듣다 보면 아니 이것들은 쌍둥이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곡은 당근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곡에서는 슈베르트의 현사에서 지적되곤 했던 교향악적 스타일과의 부적합성이라고 할까 뭐 그런 것들은 걍 개나 줘버리리고 하고.. 슈베르트다운 슈베르트만의 독창성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한다.. 특히 1악장에서 제2주제가 전개될 때 제1바이올린이 주도를 하고 다른 악기는 화성적인 서포트 이외에는 찌그러져 있는다던지.. 2악장에서 나타나는 제1바이올린과 첼로의 주고받는 대화와 같은 느낌의 전개라던지 하는 것들에서 슈베르트적인 느낌이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그치만 뭐니뭐니 해도 이 곡에서는 3악장의 미뉴에트가 짱이다.. 듣다 보면 뭔가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슈베르트가 불러 일으켜주는 아련한 옛날의 추억.. 마치 백열등 불빛의 색깔 같은 것이 하나하나 소환되는 느낌이다.. 오늘 들은 판은 내가 갖구 있는 유일한 슈베르트의 현사 전집인 멜로스 사중주단의 연주 중에서 꺼내 들었는데.. 머 내가 워낙 슈베르트를 좋아하는 고로 얘덜 현사 전집을 예전에 마련하긴 했지만.. 듣다 보면 뭔가 1%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게 뭘까 생각해 보면 뭔가 정서적인 몰입감이랄까 그런게 얘덜 연주에서는 조낸 객관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머 그런거다.. 쓰구 보니 나두 뭔 개소린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고.. -_-;;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옛날 고리짝 시절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사중주단의 연주가 나한테는 훨씬 더 정서적인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느낌이다.. 그래서리 링크는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사중주단의 연주로 걸어 놓는다.. 유툽에 올라와 있는 요즘 애색덜의 촐싹맞은 연주를 들어볼 때 이 양반들이 만들어내는 3악장의 유장한 흐름은 가히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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