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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비발디.. 3성부를 위한 세레나타..

by rickas 2021. 7. 18.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골방에서 음악을 들었다.. 얼마 전에 얼떨결에 이 방에서 쓰던 턴테이블과 카트리지까지 교체해 버렸는데 소리가 갈수록 좋아지는 느낌이다.. 응 머라구? -_-;; 제 정신으로 생각하자면 소리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 귓구녕이 소리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암튼 그래서 이판 저판 꺼내서 듣고 있었는데 그동안 이 판을 왜 포스팅을 안 했지 했던 판이 있어서 마침 오늘 아침에 들은 김에 올린다.. 비발디의 3성부를 위한 세레나타..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의 두 장짜리 박스반이다.. 일케 아침에 일찍부터 설치면서 음악을 듣다 보니 안 좋은 점이 있는데.. 아침 먹구 나서 제 정신을 못 차린다는 점이다.. 예전에 꺼벙이가 방학생활 계획표에다 아침 여섯 시 기상.. 일곱 시부터 또 두 시간 취침으로 되어 있길래 꺼벙이 부친께서 왜 일어났다가 또 자냐라고 물었더니 꺼벙이 왈.. 넘 일찍 일어난 것 같아서 쫌만 더 자려구요.. -_-;; 요즘 주말 오전의 내 꼴이 바로 그렇다.. ㅋ


리옴의 카탈로그에 기록되어 있는 비발디의 세레나데는 총 여덟 곡이었는데 지금까지 빛을 보고 있는 작품은 딱 세 곡이라고 한다.. 비발디의 작품들 속에서 이러한 세레나데의 위치는 칸타타와 오페라의 중간 쯤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우선 칸타타와의 차이점을 볼라치면.. 칸타타는 순수하게 노래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비해 세레나데는 가장 기본적이기는 하지만 극적인 전개를 보여준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스케일 측면에서의 차이도 있는데.. 칸타타의 경우 단지 하나의 목소리로 레치타티보로 분리되어 있는 두 곡의 아리아를 부르는 구조인데 비해 세레나데는 더 큰 규모를 보여준다.. 반면 오페라와의 차이점을 보자면.. 일단 오페라에 비해 등장 인물의 쪽수 차이가 나는 점과.. 당연히 세레나데가 훨씬 소규모이다.. 작품 길이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오페라는 보통 서너 시간짜리 작품이라고 한다면.. 세레나데는 꼴랑 50분에서 9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공연하는 환경에 대해서는 등장 인물의 이름이 그저 저녁 때 노래하는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볼 때 과연 복장을 배역에 맞는 식으로 제대로 챙기고 했을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곡의 초연 시기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추정에 의하면 어떠한 기념일을 축하하거나 다른 특별한 이벤트 내지는 조낸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집에서 행해졌을 것으로 보인단다.. 또한 이 작품에 수록되어 있는 몇몇 아리아가 작곡 시기가 알려져 있는 그의 다른 오페라에서 차용된 것으로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통밥을 굴려보면 대충 1718년이나 1719년 경에 만투아에서 초연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극적인 전개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있는 작품인데.. 줄거리는 조낸 단순 내지는 유치뽕이다.. 머 진짜루 극적인 전개가 주를 이루는 이 당시의 오페라 줄거리두 현대의 시각으로 들여다 보자면 조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는 유치 뽕따구의 이야기로 점철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러한 오페라 수준의 극적인 효과도 없는 세레나데야 눈뜨고 못 봐줄 줄거리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리 이상할 것두 읍다.. 어쨌거나 이야기는 3명의 등장 인물.. 두 명의 님프와 한 명의 목동이 부르는 노래로 엮어 가는데.. 머 괜히 줄거리 따라갈 필요 없이 걍 우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속 편하다.. 장소는 신화 속의 이상향인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님프 에우릴라는 목동 알친도를 짝사랑하지만.. 이 색휘는 싸랑보다는 자유를 훨씬 귀중하게 생각하는 넘이다.. 에우릴라는 칭구 님프인 니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알친도를 어케든 엮어볼려구 하나 이 자슥은 철벽 오브 철벽이다.. 특히 알친도가 등장해서 부르는 아리아.. 나는 졸라 헛된 사랑의 기쁨에서 자유롭다네.. 하면서 쌩을 까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노래가 정말 기가 막히다.. 이 판에서 부르는 테너가 쿠르트 스페니어라는 양반인데 목소리가 무척이나 곱고 아름답다.. 목소리로 들어 보자면 목동이 아니라 어디 지위 높은 곱게 자란 청년의 느낌이다.. -_-ㅋ 에우릴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알친도에게 질척거리지만 알친도는 너와 나는 신분의 차이 때문에 맺어질 수가 없으니 꺼지라고 한다.. 짜슥 어케 보면 신분 상승의 엘리베이터를 탈 수도 있었겠고만.. 넘 고지식한 자슥이었던 듯.. 원래 이런 경우 오르페우스도 사랑 고백하는 님프들을 개무시하다 결국 쳐발리고 개죽음을 당하듯이.. 이 작품에서도 직접적인 복수의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이런 새끼는 조때봐야한다고 하면서 이를 암시하는 노래가 나오고 그러면서 작품은 마무리된다..


이 음반은 두 명의 소프라노와 한 명의 테너가 노래하고 있는데.. 음악 자체는 비발디의 뭔가 히깐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음악 자체로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해설지 자체에 ravishing 이라고 해놨다.. 나두 동의하는 바다.. ㅋ 당대의 유행과 마찬가지로 주가 되는 아리아들은 풍부한 장식음과 카수의 비루투오시티를 과시하는 면을 보이고 있다.. 기악 파트도 매우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고 솔로 바이올린 파트의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비발디가 초연에 참여했을 거라는 추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 레이블 특유의 약간은 목욕탕 에코 소리 같은 느낌이 살짝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그 나름대로의 미묘한 아름다움이 화려한 아리아에서 더 눈부시게 빛나는 느낌이다.. 기악 부분은 르네 클레망식이 지휘하는 클레망식 콘서트가 맡고 있는데 무척 활기 넘치고 상쾌한 연주를 들려준다.. 하여튼 이 판 멋진 판 맞음.. 암튼 맞음..


마침 이 판을 그대로 올려 놓은 링크가 있어서 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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