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봄은 이상하게 온다.. 마치 이른 봄이 오는 것처럼 꾸물대다 방심한 틈을 타서 여름으로 걍 내달려 버리는 그런 패턴.. 이 정도 날짜면 한창 물이 올라오는 곳곳의 나무들과 눈부신 꽃들의 향연을 볼 수 있을 법도 하다만.. 요즘은 그런 시기를 느끼는 시간이 무쟈게 짧거나 아예 거의 없이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머 내가 그런 느낌을 가질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살다 보니 계절의 변화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지만.. 그런 것을 바라보고 느끼고 할 만한 성정이 팍팍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난 사실 어렸을 때나 좀 나이가 들어서나 봄이라는 계절을 사계절 중에서 제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걍 나른한 그런 느낌이 졸라 싫어서 말이다.. 나이가 먹어 가면서는 봄이라는 계절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흥이 상대적으로 좋아지더라..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기도 하고.. 쿨럭..
봄 같지도 않은 이상한 봄이긴 하다만.. 오전에 거실에서 밖의 개천변을 내다 보니 벚꽃은 이제 다 떨어져 버리는 것 같구.. 봄이 되면 떠오르는 기억의 단상들이 스쳐 지나가길래.. 머 봄을 느낄만한 판이 없나 하구 뒤적이다 이 판을 꺼내 들었다.. 오만 잡다한 작곡가들의 봄에 관한 노래들이 실려 있는 판.. 사실 잡다라고 하기는 좀 결례이긴 한데.. 슈베르트, 브람스, 볼프, 레거, 슈만.. 이런 양반들의 노래들이다.. 그치만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슈베르트의 노래들이고.. 이들이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판들이야 사실 노래 역시 이 잉간 저 잉간의 노래를 끌어다 쓰는 관계로 좀 번잡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이 판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카수들이 아주 다양하다.. 디스카우를 위시하야.. 분덜리히와 헤플리거.. 이블린 리어와 제프리트.. 그리고 리타 슈트라이히.. 쟁쟁한 양반들이긴 한데 워낙 여럿이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 근데 이 판에 실려 있는 곡들이 워낙에 하나같이 한 칼 하는 곡들이라 그런거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걍 들어도 충분히 좋다..
첫 곡의 테이프를 끊는 곡은 역시 슈베르트.. 봄의 신앙.. 이 곡은 사실 가사를 보다 보면 졸라 서글프다.. 불안한 마음을 잊어라.. 고통을 잊어라.. 세상은 점점 아름다워지고.. 모든 것이 새로워질 테니까.. 라는데.. 이 양반의 인생을 생각해 봄 사실은 그게 아니거덩.. 세상은 점점 개차반이 되고 모든 것은 좆망 크리를 타게 될테니깐.. 이게 맞는 얘기인데.. -_-;; 암튼 그래서 더욱 슬픈 노래이고 이 곡을 발터 루트비히가 부른다.. 좀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도 분덜리히가 불렀음 더 서글펐을 듯.. 두 번째 곡 역시 슈베르트의 초원의 노래인데.. 여기서 등장하는 카수 누님.. 리타 슈트라이히.. 이 누님 목소리를 첨 들어 본 것은 꽤나 오래 전에 샀던 마술피리 발췌반에서 접했던 여왕님에서였는데.. 하두 이 누님의 판 값이 비싼데다 찬양질이 대부분이어서 잔뜩 기대를 했던 것.. 근데 머 딱히.. -_-ㅋ 분명히 졸라 어매이징한 기교로 부르는 대단히 탁월한 노래임에는 틀림 없는데.. 먼가 좀 신경질적으로 들린다고 해야 하나.. 암튼 첫 인상이 그랬고.. 그 이후에도 이 누님의 판을 이것 저것 사서 들어 봤는데.. 그 느낌은 별로 크게 안 변하더라.. 이 판에서도 슈트라이히 누님께서 여기 저기 등장하시는데.. 그 아쉬운 느낌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브람스의 비밀에서는 그런 느낌보다는 그녀의 목소리의 특성 중의 하나인 살짝 감도는 색기가 분위기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슈트라이히 누님이 등장하는 곡은 뒤에도 나오는데.. 바로 슈베르트의 유명한 노래.. 물 위에서 노래함.. 그리고 바위 위의 목동.. 두 곡인데 이 노래들은 사실 내가 젤루다 좋아라 하는 아멜링 누님의 노래와 비교해 보면 그녀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노래를 들려준다.. 머 취향 상 슈트라이히 스탈의 목소리와 창법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내 취향은 역시 아멜링 누님 되시겠다.. 사실 슈베르트의 노래가 많은데다 이 양반 저 양반이 불러대니 좀 버라이어티 하긴 하다만.. 솔직히 겨울나그네 중 봄 꿈을 노래하는 디스카우는 어째 좀 오바하는 느낌이 들어서 별루구.. 특히나 데무스와의 연주가 그런 듯한데.. 이 판에 실린 연주가 데무스와의 연주.. 젤로 맘에 드는 백미 중의 백미는 분덜리히가 노래하는 저녁 노을에.. 이 곡이다.. 그의 특유의 부드럽고 품위가 절절 흐르면서도 살짝은 청승을 때리는 듯한 목소리와 넘나두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싶다.. 근데 사실 이 판에서 봄에 어울리는 젤루다 이쁜 느낌이 나는 곡은 볼프의 가곡.. 4월의 노랑나비라는 곡이다.. 이블린 리어가 부르는데.. 곡이 무척이나 이쁘고 귀엽다..
껍닥의 그림은 독일 화가인 한스 토마의 숲 속의 풀밭이라는 작품.. 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졸라 낭만적인 그림인데.. 꽃을 꺾고 있는 처자가 금방이라도 뒤를 돌아 볼 듯하다.. 근데 웬지 돌아보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한 그런 느낌.. -_-;;
슈베르트의 물 위에서 노래함을 유튜브 링크로 하나 걸어본다.. 리스트가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곡인데.. 이래 되면 물 위에서 노래함이 아니라 피아노를 연주함이 되나.. 암튼간에 키신의 솜씨인데 연주도 일품이지만 편곡이 증말 기가 막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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