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도 깊었고 날씨도 썰렁하고 해서 갑자기 미끈한 바이올린 소리가 듣고 싶어지길래 판을 한 장 꺼내 들었다.. 알비노니의 협주곡이 실린 판인데.. 이 무지치의 연주로 된 필립스 디지털 레코딩이다.. 소리 좋다.. 예전에 대딩 초년 시절에 이 무지치가 왔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딱 요 맘때였던 듯..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보구.. 나오니 비가 찔찔 오는게 엄청시리 을씨년스러웠는데.. 그래도 당시에 이 무지치의 비단결 같은 소리를 들었던 것만으로 무쟈게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얘덜은 요즘도 간혹 가다 수금하러 오듯이 한국에 들르나 보던데.. 그 정도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 내려 온다는 것.. 정말 대단한 양반들임에 틀림 음따.. 하여간.. 비발디는 아니지만.. 알비노니의 이 협주곡 만으로도 충분히 바이올린의 아취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연주를 들려 준다.. 특히나 여제 소리를 들었던 피나 카르미렐리 할머니의 따스하면서도 노래하는 듯한 바이올린 연주는 절품이다..
알비노니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베니스의 부유한 제지업자의 맏아들이었다.. 젊었던 시절부터 능수능란한 솜씨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가수로 활동을 했다는데.. 1694년에는 그의 첫 번째 오페라와 기악곡집이 출판되었고.. 세상을 뜨기 10년 전인 1741년까지 소나타, 협주곡, 오페라, 칸타타 등을 꾸준히 작곡했다.. 사실 알비노니는 첨에는 자기 자신을 그저 한 사람의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작곡가 정도로 생각을 했었는데.. 1709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난 후에는 그의 두 동생들에게 가업을 넘겨 주고 본인은 직업적인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알비노니의 경우는 그의 경력의 시작점에서 고유의 스탈과 영향을 받은 스탈이 동시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작곡가들에 의해 도입된 발전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하게 되었고.. 오래지 않아 결국은 초보수꼴통 스탈로 굳어 버린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단다.. 그의 다섯 개의 협주곡 컬렉션은 이러한 패턴을 잘 보여 주고 있다는데.. 직품 번호 2번의 여섯 개의 협주곡은 베니스에서 생겨난 초창기 쟝르의 첫 번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현을 예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다루는 방식을 드러내 준다.. 이로부터 7년 후인 1707년에는 솔로 표현의 과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인 콘체르토의 개념으로부터 이미 멀어져 가고 있는 중이었고.. 이러한 경향은 콘체르토와 소나타가 짬뽕이 된 듯한 효과를 나타내는 이 판에 실려 있는 작품 번호 5번의 협주곡들에게서 보여지고 있다.. 이어서 알비노니는 당대의 그보다 조금 젊었던 동료 작곡가 비발디에 의해 제시된 콘체르토의 주류에서 벗어나 더 멀리까지 표류를 하게 되는데.. 작품 7과 9가 그러한 산물이라고 한다.. 근데 얘네덜은 솔로 악기로 오보에가 추가되는 등 덩치 면에서만 다소 커졌다 뿐이지 구조적인 측면과 악기의 표현 양식에 있어서는 별로 발전한 것이 없다고 한다.. 작품 10번도 머 그리 별 볼일이 없었던 고로 이상을 종합해 보자면 알비노니의 최고의 작품은 이 작품 번호 5번의 열 두개 협주곡이라 하겠다..
머 어찌 되었건.. 이 판에 실려 있는 알비노니의 협주곡들은 전형적인 당시의 스탈을 보여 주는 협주곡이다.. 별 생각 없고.. 너무 오락적인 유흥끼가 도는 것도 아니면서 걍 무난히 들을 수 있는.. 근데 몇몇 마이너 협주곡들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일신하는 비범함을 보여 주는데.. 비발디에서 나타나는 에너지가 작렬하는 섬광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쿨한 열정이 안으로부터 연소하다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7번과 11번 협주곡의 오프닝이 그런 비범함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듣고 있자면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듯 통제력이 발휘된 열정을 느낄 수 있는데.. 아게 무신 구구절절히 이야기가 엮여져 나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음악적인 영감을 뿜어 내는 듯해서 느무느무 좋다.. 걍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있던 보석이 점차로 빛을 발하는 듯한.. 그런 곡들을 듣는 재미가 있는 판이다.. 피나 카르미렐리 할머니의 솜씨.. 머찌다.. 바이올린은 요 맛에 듣는다..
사족 하나.. 표지의 그림은 동시대의 이태리 풍경 화가 미켈레 마리에스키의 작품이다.. 리알토 다리.. 졸라 알흠다운 다리 밑으로 배들이 분주히 오가는데.. 강물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 마치 울나라 강에서 나타나는 친환경 녹색 성장을 이룩한 듯하다.. -_-ㅋ 그찮아도 좀 전에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니 그 분께서 4대강 덕에 홍수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한 말씀을 하셨단다.. 하하.. 난 정말 가카를 존경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음따.. 이 양반은 잉간을 초월한 완전체의 발현임.. 머 혹자는 단군 이래 어쩌구 하기도 한다만.. 이 정도면 마땅히 존경을 받을 만한 경지를 보여 주신다.. -_-;;
사족 둘.. 울산이 아시아 챔스 정상을 먹었다.. 인터넷으로 시상식까지 지켜 봤는데.. 머 존귀하고 훌륭하신 프로 야구의 인터내셔널한 대항전보다야 졸라 캐허접이긴 하지만.. ㅡ,.ㅡ 그래도 K 리그의 구단 중 하나가 아챔을 따 먹었다는 사실이 졸라 기쁘지 아니할 수 음따.. 근데 슈발.. 보구 있자니 내가 과연 탄천 종합 운동장에서 성남의 저런 꼴을 직접 볼 수가 있을까 하는 착잡함이 뒷골을 땡겨 오더라.. 요즘 꼬라지 같아서는 아주 그냥 콱~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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