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밖에는 비가 대충 그친 듯하다.. 먼 넘의 태풍이 이리도 자주 기어 나오는지 참.. 이제는 고만 좀 질알을 떨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_-ㅋ
오늘은 교육도 있었고 해서 일찌감치 들어온 김에 판을 한 장 꺼내서 들었다.. 류트 소리가 좋은 판.. 앤서니 룰리와 제임스 타일러가 듀엣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들을 연주한 판인데.. 소리가 무쟈게 좋은 판이다.. 류트의 소리를 듣자면 정말 소박하면서 고상한.. 거 머라고 해야 하나.. 한 포기 난이라고 해야 하나.. 머 사실 난이라는 식물이 그리 고상한 축에 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요란하지 않으면서 꽤나 사색적인 느낌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어서 류트는 껍닥보다는 내면이 중시되는 악기라는 생각이 든다..
유럽 문화에 류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3세기 초기로 거슬러 올라 가는데 이는 훨씬 더 오랜 역사를 지닌 동쪽의 나라들에게로 기원이 이르게 된다.. 그러던 것이 15세기 후반을 거치면서 류트는 주로 멜로디를 맡아서 연주하는 악기로 자리잡게 된다.. 16세기에 있어서 예술의 풍부한 상징적 언어는 인간의 노력의 여러가지 측면에 대한 계층을 찾아냄으로써 다양한 활동에 질서를 가져왔다.. 음악의 계층에 있어서 각 악기들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위치가 있었는데 인간의 목소리가 그 중 짱을 먹은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 다음 빠따는 바로 류트의 차지였다.. 류트는 많은 예술가, 시인, 철학자 같은 잉간들이 찬양을 했고 외견상으로 보기에는 미묘한 상상의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끊임 없는 원천을 제공해 주는 도구로 여겨졌다.. 당대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어 오르페우스는 그의 전통 악기인 리라를 빼앗기고 대신 류트를 손에 들게 되었다..
그러나 류트가 음악의 이러한 고상하고 사색적인 면에만 한정되어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르네상스 시대의 실내 음악과 실외 음악을 고려해 볼 때 류트는 대개가 실내 앙상블에서 발견되었는데 이의 역할은 솔로 악기로서뿐만 아니라 가정의 앙상블에서 화성과 리듬을 담당하는 콘티누오나 멜로디 파트를 맡기도 했다고 한다.. 16세기에는 두 대에서 다섯 대 정도에 이르는 류트 앙상블 역시 흔한 편이었는데.. 두 대의 류트를 위한 음악은 1507년의 출판물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 이후 거의 100여년 동안 이러한 조합의 음악이 꾸준히 출판되었는데 이태리가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나라였고 영국 역시 많은 류트 듀엣 곡이 출판되던 나라였다.. 이 판에 실려 있는 곡들 역시 이태리와 영국 취향의 16세기 듀엣 곡들이 되겠다..
앞면의 세 번째 곡에는 류트 대신 오르파리온과 베이스 시테른이 등장하는데..오르파리온의 경우 류트가 거트 현을 사용하는 반면 얘는 느슨한 장력의 철사로 된 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좀 더 온화하게 울리는 느낌의 소리가 나는데 이러한 톤 컬러는 영국에서 특별히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제일 맘에 드는 곡은 알폰소 페라보스코의 스페니쉬 파반이다.. 이태리 태생의 작곡가였던 페라보스코는 영국에서 거주했는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태리 음악과 영국 음악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양반이란다.. 1570년대에 들어 이태리의 스타일이 영국 작곡가들에게 무쟈게 선호되었는데 이러한 영향이 영국에서의 음악적 상황을 한층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고 한다.. 스페니쉬 파반은 듀엣을 활용해서 이러한 경향을 잘 나타낸 전형적인 예라고 하겠다.. 가만히 이 곡을 듣고 있자면 두 대의 류트가 소리를 엮여 나가는 모습이 정말 형언할 수 없이 오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저 마구 질러대는 감정의 배설이 아닌 적당히 절제되고 다듬어진 그렇지만 무쟈게 사려 깊은.. 오늘날의 이 넘의 사회와는 정 반대의 미덕이 느껴지는 그런 음악이고 그런 소리이다.. 역시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류트 소리가 점점 물이 오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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