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새로 밝으면서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여기에 포스팅 하려다 못한 판들이 몇 장 남아 있는 관계로 걍 작년 얘기로 시작하련다..
크리스마스 때라고 뭐 특별히 듣는 음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소위 캐럴이 실려 있는 판이나 아니면 그 흔해 빠진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이나 그런 것들은 그래도 예전에 꽤 듣곤 했는데.. 나이 먹어 가면서 그것도 시큰둥 해지고.. 뭔가 때를 나타내는 음악이라는 것을 딱히 일부러 듣지는 않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고 해서 집에 오는 길에 케익이나 하나 사려고 나폴레옹 제과점에 가는데 아니 염병.. 이게 왠 차들의 홍수.. 남부 순환로가 완죤히 하나의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것.. 아니 이 잉간들이 어디 있다가 다 쏟아져 나온 잉간들인지.. 전쟁 나서 피난 간다면 이 꼴이 날까.. 아님.. ㅅㅂ 외계인이 쳐 기어들어와서 다 잡아 죽인다고 하면 이렇게 도망들을 갈까.. 별별 생각이 안드로메다로 날라 가던 중 간신히 빵집에 도착해서 케익 한개 이쁜 넘으로 골라 들고 집으로 왔다.. 평소 같으면 5분이면 떡을 칠 거리를 이건 거의 한 시간 정도가 걸린 듯.. 집에 와서 와이프가 이것저것 차려 놓은 음식을 실컷 먹구 와인 한 잔 빨구 걍 뻗어 버렸더니 밤 열시가 넘어서야 눈이 떠졌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뭔가 좀 그럴듯한 음악을 들어야겠다 생각하다 꺼내 들은 판이 지금 올리는 이 판이다..
로만 반바르트 신부가 지휘하는 마리아 아인지델른 수도원 성가대가 부른 그레고리안 성가가 실려 있는 판..
첫번째 크리스마스 미사와 예수 공현 축일 미사.. 부활 주일 미사.. 승천일 미사.. 이렇게 네 곡이 담겨져 있다.. 미사의 예베법은 통상문과 고유문으로 나눠진다는데 통상문은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아누스데이 처럼 변치 않는 성가들로 구성되는 반면 고유문은 교회력의 종교 축일에 따라 그 구성이 변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행진을 하는 중이나 낭송 중에 불리워지는데 행진 중 사용되는 찬가는 입당송, 헌금송, 영성체송 등이 있고 낭송 중 사용되는 찬가는 층계송과 알렐루야 등이 있다.. 이 판의 곡들은 고유문을 따라 구성된 성가들이 실려 있다.. 일반적으로 그레고리안 성가는 보표 없이 높고 낮음을 나타내는 두개의 주요 표식으로 음악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러한 표기 형태로는 정확한 음조나 리듬의 변형 등은 알 수 없이 오직 멜로디의 상승과 하강을 보여줄 뿐이다.. 그레고리안 연구에 있어 가장 유명한 필사본 중의 하나가 10세기의 아인지델른 고문서 121인데.. 아인지델른의 수도사들은 그들 노래의 기초로 이를 사용해 왔다.. 이는 표준으로 여겨지는 솔렘 방식과는 차이가 나는데 가장 큰 차이는 음의 길고 짧음에 대한 것이다.. 솔렘 방식이 동일한 음표 길이를 지닌 네우마 표식 이론들을 이용하는데 반해 여기서는 길고 짧음에 대한 표식이 더 정확하게 구분되고 네우마 표식 간 분리에 대한 이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단다.. 암튼간에 아인지델른 수도원에서는 전통적으로 음표의 장단을 표현하는 것이 성악 훈련에서 있어 왔고 균형이 잘 잡힌 끄트머리가 각이 안 진 동그랗게 연마된 합창 소리가 요구되어진다..
뭐 이론이야 그렇다는 얘기이고.. 그건 아무래도 좋은데.. 음악은 어떠냐하면.. 그레고리안 성가가 그레고리안 성가지 뭐 별 거 있겠냐.. --;;
맑고 순수한 어떤 물의 흐름이 머리 속을 계속해서 씻어내고 있는 느낌을 들려준다는 것.. 그게 이러한 그레고리안 성가들을 들으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다 좀 도가 지나치다 보면 내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의 어느 시점.. 어느 장소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까지 들게 하는.. 그런데 실은 무엇보담도.. 나는 오디오 소리를 이러한 열 댓명 남짓한 사람들이 불러대는 소리를 얼마나 잘 표현해줄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도 판단하는 주요 잣대로 삼는데.. 그럴때 녹음이 잘 된 판이 있으면 좋은데 바로 이 판이 녹음이 무쟈게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잘 사용한다.. 1972년 녹음인데 아르히브의 약간 신경질적인 소리가 아닌 무쟈게 투명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게 녹음이 되어 있고 게다가 분리도 역시 뛰어나서 이 판을 듣다보면 정말 인간의 목소리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답고 경건한 소리구나 하는 느낌이 절절히 들게 해 준다..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실려 있는 판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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