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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벨리니.. 노르마..

by rickas 2009. 12. 11.

 

 

예전부터 오페라는 그리 즐겨 듣지 않는 편이었다.. 웬지 줄거리를 쫓아 가기가 부담시럽고.. 사람 목소리 나오는 것 자체도 그리 귀에 와서 닿지도 않고 해서..

그저 오페라라는 것은 음악을 빙자한 딴따라가 아닐까 하는 모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거 뭘 그리 깊이 생각을 했을까.. 걍 들어 보고 좋음 돼지..

모짜르트의 오페라를 듣게 되면서 그런 생각은 많이 사라졌고 급기야는 내가 판을 한개만 꼭 골라야 한다면 그의 피가로의 결혼을 고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까지 되다 보니.. 이젠 오페라에 대한 웬지 모를 떨떠름함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무엇보담도 오페라를 부지런히 듣게 된데는 LP의 영향이 컸다.. 다른게 아니고.. CD로는 절대로 가오가 안 잡히는 북클렛 들이 LP 박스판에는 뽀대 나는 사진과 대본들로 채워져 있어서 그에 대한 재미로 사서 듣게 된 판들이 꽤 생겨났다.. 도저히 CD에 들어 있는 호빗들이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손바닥만한 북클렛으로는 흥미가 생기지 않던 것이 LP 박스 안에 들어 있던 가수들의 공연 사진과 큼직큼직한 대본을 보다 보면 그넘이 내가 별로 잘 듣지 않는 오페라 판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어느덧 강림하는 지름신을 영접하곤 했던

것 같다.. ㅡㅜ

 

암튼 간에..

잘 듣는 오페라 중의 하나.. 벨리니의 노르마..

제일 먼저 듣게된 것이 누구나 그럴것 같지만 역시 칼라스의 54년 EMI 모노반부터 듣게 되었다.. 이 판을.. 아니.. 이 곡을 듣게 된 것은 순전히 음악동아 탓이었다.. 고딩 때였나.. 지금 기억에 낭만주의 명반 어쩌구 하면서 혹세무민 하던 음반 소개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 칼라스의 노르마가 무쟈게 뽐뿌질 되어 있는 것을 보군 하악거렸던 것.. 생각나는 글귀.. 노르마는 칼라스를 위한 칼라스만의 곡이고.. 여기 소개하는 판은 그녀의 목소리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녹음된 모노 판이지만..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유감스럽게도 좀 일찌감치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녹음된 것 조차 다른 어떤 가수가 부른 것 보담두 우수하다..는.. 죤트 빠돌이의 관점을 유감없이 냅다질른 글이 있었다.. 그려.. 난 이 목소리 좋던 시절이라는 모노 판을 사야쥐.. 웬지 판 껍딱도 졸 클래시컬 해 보이고.. 그런데 아쉽게도 그 넘의 판은 라이센스가 아니었다능.. ㅡㅜ 그 당시 라이센스가 아닌 판 구하기가 어떤 시절이었는데.. 이런 몰상식한 뽐뿌질을 해대면.. 일개 찌질 고딩인 나는 이 판을 어찌 구하란 말이냐.. ㅅㅂ 그래서 이 판은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갔고 따라서 노르마고 나발이고 관심이 꺼져 버렸던 거시어따.. 그러다 한참 후에 우연히 칼라스의 이래저래 발췌판을 사게 되었고.. 마침내 그 안에 들어 있던 정결한 여신을 듣고야 마라따.. 아하.. 이래서 그 넘의 판을 그렇게 침이 마르게 뽐뿌질을 했던 거였구나.. 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압도적인 포스.. 머 무신 말이 더 필요하랴.. 오오.. 여신님.. 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시는군여.. 굽신굽신;; 그래서리 다시 노르마에 대한 관심이 생겨 났고.. 그 당시 한창 해외 사이트에서 LP를 오더질 하는데 맛이 들려 있던 때라 냉큼 주문했었다.. 이 판을 받아들곤 어찌나 뿌듯하던지.. 그려.. 내가 고딩 때 그리도 갖고 싶어 했던 이 판을 이렇게 세월이 흘러서 손에 넣게 되는구나.. 인터넷이 열어준 고마븐 글로발 세상 만쉐~~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곡을 듣다 보니 아무래도 칼라스의 다른 노르마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게 되었고.. 나중에 여신님이 황송하게도 스테레오로 남겨 주신 판도 사고.. 또 델 모나코와 공연한 스칼라 판.. 전형적인 이태리 넘덜.. 체트라 해적판.. 까정 LP로 구해서 듣게되는 지경까지..

 

머.. 음악적으로나 기교적으로나.. 어쩌구 저쩌구 설레발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여신님의 3종 세트 중에 제일 애정이 가는 판은 사진에 올린 EMI 54년 판이다.. 물론 이 판이 칼라스를 제외하곤 나머진 허접 떨거지덜로 채워져 있다는 얘기가 많고.. 사실 스테레오 녹음에서의 코렐리와 루드비히에 비하면 모노 녹음에서의 스티냐니와 필리페스키가 네임 밸류로도 좀 딸리는 것 같고.. --; 특히나 스티냐니는 여신님의 시녀로 나와야 하는데 우째 여신님의 엄마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리고 머.. 기타 등등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무슨 판이건 여신님이 압도적으로 휘어 잡아 버리는 포스는 후덜덜이지만.. 그저 내 고딩 시절 로망이었던 판이라서리.. 이 판에 더 정이 가는 것 같다..

 

어느 이야기이건.. 이런 비극으로 끝나는 연애질을 보면 싸가지 없는 상대방하구.. 그에 상처 받고 결국은 목숨을 내놓고 마는 불쌍한 쥔공이 있게 마련인데.. 역시나 여기서도 노르마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가 아니라.. 동족에 대한 의리랄까.. 요즘 말로 치자면 애국심 정도 될라나.. 그런 것에 번민하는 불쌍하고 가련한 한 인간을 보여 준다..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던 메데아 하고는 너무나도 다른 길을 택하는 여인.. 증오심에 불타 애덜부터 잡구.. 대를 끊어 버리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바람난 남편에 대한 최대의 복수였을까.. 암튼 눈 딱감고 독한 짓하구 날라 버리던 메데아.. 그에 비해 노르마는 모든 것을 내가 떠안구 가련다.. 의 전형적인 순정파 여인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잼있는 것은 칼라스가 메데아에도 나왔던데.. 그건 못 봐서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더 어울리는 모습은 어떤걸까.. 글쎄올시다.. 이긴 한데.. 그녀의 인생을 생각해 보면 그래도 노르마 쪽이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생각 난 김에 여신님이 불러 주시는 정결한 여신이여나 듣고 자빠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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