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늦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이란.. 낮에 사무실에서 테라스로 나왔더니 앞에 있는 숲에 바야흐로.. 단풍과 낙엽이 지기 시작한다.. 헐..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어서 생각해보니.. 10월 말이다.. 지난 봄부터 마치 기나긴 몸살을 앓고 난 듯하다.. 결국은 변함없이 바쁜 일상과.. 시간 날때는 일부러 겜이나 쳐하고 했지만.. 여전히 온 몸에 몸살의 여파가 남아 있는 것 같은 개운치 못한 상태의 연속이다.. 무엇으로 치유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영원히 치유되지 않겠지.. 그저 그냥 나만 생각하고 살면 그 뿐.. 그렇다고 이 역겨운 세상과 등을 돌리고 살 수도 없고.. 단지 나 자신과 나를 아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 똥통에 구더기 때 드글거리는 것 같은 세상에서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킬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무신 이순신 장군도 아니고.. 구더기 떼가 끓건.. 쥐떼가 끓건.. 알 바 아니다.. -_-ㅋ
어제 오후에 거실에서 책을 읽다 베란다 밖을 내다 보니 날씨가 꾸리한게.. 딱 생각나는 음악이 있어서 간만에 판을 꺼내서 올려 놓았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라이너와 시카고 심포니.. 바이런 야니스의 협연이다..
사실 예전에 더 즐겨 듣던 건 리파티가 앙세르메와 협연한 판인데.. 이넘의 판은 모노라.. 소리도 좋은 소리로 들을 겸 해서 이 판을 꺼내서 들었다.. 역시나 느끼는 거지만.. 슈만의 낭만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무지막지한 오케스트라 반주 위로 정나미 떨어지게 달려 나가는 피아노 연주.. 사실 연주로 보면 나같은 인간이 주제에 뭐라고 왈가왈부할 거는 아니지만.. 어째 좀 정이 안가는 거는 사실이다.. 내 졸렬한 취향으로는 사실 리파티나 기제킹이 더 정이 가는데.. 그래도 어쩔.. 소리가 좋다.. 두툼하게 직조한 카펫같은 결이 느껴지는 현 위로.. 포효하는 금관과.. 칼날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피아노의 소리.. 걍 넋 놓고 듣기 딱 좋다..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고 썼다는 환상곡을 1악장으로 해서 몇 년 뒤에 2, 3악장을 덧붙였다는 곡인데.. 암튼 곡 자체는 낭만의 정서가 뚝뚝 떨어지는 졸라 멋진 곡이다.. 예전에 대딩때만 해도 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그리 맘에 와 닿는 곡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나이를 먹어 가면서겠지만.. 마치 강물이 넘실거리는 듯한 느낌의 유장한 선율과 그 위로 쏟아져 내리는 피아노의 시정.. 어느덧 이 곡을 무쟈게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밖으로 보이는 뿌연 개천가와 어우러지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소리.. 간만에 귓속과 머릿속이 호사한 느낌이다..
사실 라이너의 협연은 그 우악스러움에 허거덕 하면서도.. 그 맛에 꺼내서 듣게 만드는 그만의 뽕끼가 있는 것 같다.. 브람스의 1번 협주곡에.. 라흐마니노프의 2번 협주곡에.. 시작하면서부터 나오는 그 오케스트라의 무식한 우악스러움이란.. 그 맛에 버리지 않구 심심찮게 듣는다니깐.. --; 근데 이 넘으 판.. 자켓.. 무신 유치찬란 락 밴드 앨범 자켓같은.. 졸라 난감..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벨리니.. 노르마.. (0) | 2009.12.11 |
---|---|
브람스.. 현악 6중주 1번.. (0) | 2009.12.03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845.. (0) | 2009.06.28 |
레드 아미 앙상블.. (0) | 2009.06.20 |
슈베르트.. 극음악.. "로자문데" (0) | 2009.06.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