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라는 것에 쬐끔 눈을 뜨기 시작한 무렵에.. 물론 지금도 나는 나름대로 오디오 질알을 중독성 있는 상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쿨럭.. 암튼 그 무렵에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이긴 한데 그저 걍 음악만 듣다 보면 잘 의식하지 못하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무엇보담두 소스가 무쟈게 중요하다는 것을 첨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판의 레이블이나, 초반이냐 재반이냐 등의 문제나, 찍어낸 동네나 그런 것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저 그 음악을 내가 듣고 싶고 특히 그 음악을 연주한 연주자가 맘에 들면 그외의 다른 사항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판을 사재꼈던 나으 행태와 이를 조종하는 내 마음에 변화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이왕 들을거면 가능한 한 좋은 소리로 들음 좋지 않나.. 그리고 그렇게 녹음된 판들을 사서 듣는게 훨씬 폼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거다.. 그래서리 그때부터 데카의 와이드 밴드나 EMI의 골드 앤 화이트나 콜럼비아의 여섯 개의 눈깔, 그리고 RCA의 리빙 스테레오 등등 뭐 그렇구 그런 소리 좋다는 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소위 옛 연주자들의 모노반 같은 것은 이젠 개나 줘버려.. 이런 정말 대가리 총맞은 것 같은 한심스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근데 이 넘으 판들이 일단 기본적으로 졸라 비싸고.. 물론 당시 내가 주문하곤 하던 미쿡의 인터넷 사이트는 요즘같이 이런 판들이 비싸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비쌌다.. ㅋ 거기다가 워낙 오래된 판이다 보니 껍닥부터 해서 판 자체의 상태까지 모두 좋은.. 그러면서 연주까지 맘에 드는 판들을 고른다는 것은 거의 가뭄에 콩나기 수준의 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당시에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필립스 판 같은 것은 별로 인기도 없었고.. 데카에서 찍어낸 재반의 재반 같은 에이스 오브 다이아몬드니 월드 오브 클래식스니 그런 판들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저 그런 소리일거라는 생각에 별로 눈길을 주지도 않았었다..
근데 그러던 내 생각에 변화가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까리한데.. 아마도 용산에 양박사라는 양반이 운영하는 중고 판에다 오디오를 취급하는 가게 같은데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원래는 인터넷에서 이 양반이 올리던 판을 주문하려고 알게 된 사이트였는데.. 이 양반이 좀 독특한 이론을 설파하시는 분이었고.. 다른 것은 뭐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시에 졸라 무시되고 천대받던 레이블의 판에 실려 있는 소리도 얼마든지 훌륭한 소리가 담겨 있고 이를 제대로 재생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쌈을 설파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양반이 CD를 떠서 제공했던 소위 소외된 음반들에서 나오던 소리에 깜놀을 했고.. 그 이후부터는 에라.. ㅅㅂ 내가 무슨 질알이 났다고 와이드 밴드구 골드 앤 화이트냐.. 걍 맘에 드는 판은 꼴리는 대로 사자.. 어차피 내가 그런 미식만 쳐먹는 황금 귓구녕을 갖구 있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암튼 그렇게 잠깐 동안의 소위 녹음 좋다는 유명한 판들 찾아다니는 행보는 흐지부지 되구 말았고.. 그 담부터는 머 좋은 오디오로 들음 약간 좀 똥판이라도 좋은 소리가 난다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판을 사서 듣는 기준은 걍 뒤죽박죽이 된 채로 흘러오게 되었다.. 물론 이제는 예전처럼 판을 사지도 않고.. 딱히 그렇게 사고 싶은 판도 없고 그렇긴 하다.. 간혹 재발매 판 중에 땡기는게 있음 모를까.. 지금 쌓여 있는 판만 한번씩 다 듣기에도 졸라 벅찰 것 같고.. 무엇보담도 내가 과연 졸라 늙어서도 이렇게 LP를 열심히 골라 가면서 들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당근이지 ㅅㅂ 늙음 뭐하냐.. 괜히 병신처럼 빵꾸난 양말이나 쳐신구 태극기나 쳐들구 설치지 말구 조용히 판이나 들으면서 음악 공부나 해야지.. 그랬는데 나이가 점점 먹어가다 보니 아마 늙음 졸라 편한 스트리밍으로 때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추정과 느낌이 스멀스멀 드는 것이다.. 너무 편하거덩.. -_-ㅋ 뭐 아무려면 어떠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구 난 지금 현재 좋은 소리 나는 좋은 판을 즐김 그만이다.. Seize the day~~
그래서 오늘은 예전에 샀던 판 중에서 별 볼 일 없는 판이라고 샀는데 그 소리에 깜놀했던 그런 판 중의 하나를 올려본다.. 데카의 월드 오브 클래식스니 재반의 재반 정도는 될 것 같고.. 더구나 그 내용물도 이것저것 가져다가 짬뽕을 해 놓은 그니깐 내가 아주 어렸던 시절에는 졸라 개무시했던 스탈의 옴니버스 같은 형태의 판이니 눈길도 안 주었던 판이었지만.. 당시 그 양반의 이런 판 싸구려긴 하지만 소리 하나는 끝내준다는 얘기를 듣고 걍 무지성으로 샀던 판인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당시에는 걍 그런갑다 했는데.. 나중에 좀 제대로 들어보니 이 판 소리 정말 좋더라.. 여기 실려 있는 곡들이 발레 모음곡에서 파드되 장면을 모아 놓은 것인데.. 그 중에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지젤은 내가 똑같은 연주의 와이드 밴드 전곡반을 갖고 있으니 그 소리랑 비교해 보자면.. 그저 기억에 의존하긴 하지만.. 난 이런거 번갈아 들어 가면서 소리 비교하고 그러는거 왠지 졸라 할 일 없어 보이구 안 내키더라.. 는 훼이크고 -_-ㅋ 중요한 원인은 나으 귀차니즘 때문이지만 말이다.. 암튼 이 판의 소리가 결코 와이드 밴드에 꿀리는게 아니라고 느껴지는 수준으로 나온다.. 데카가 판을 잘 만들긴 했나부다.. 돈 키호테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리차드 보닝과 런던 심포니,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은 앙세르메와 스위스 로망드, 지젤은 마르티농과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실려 있다.. 돈 키호테의 파드되부터 그 소리가 심상치 않은데 마지막 지젤의 그랑 파드되와 피날레까지 감탄이 나오는 소리를 들려준다.. 훌륭한 판이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지젤 2막의 그랑 파드되 장면이다.. 그 유명하신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지젤이다.. 이 장면은 참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지젤 이 뇬은 왜 일케 밸도 없이 호구 짓을 하는 것일까.. -_-;; 하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졸라 마음 속에서 올라온다.. 근데 이 언니.. 진짜 명불허전이다.. 졸라 원더풀한 비올라 독주와 우아함이 절절 흐르는 동작의 싱크로율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이게 바로 쏘련 아니 로서아의 예술인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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