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반

홀본.. Short Airs Both Grave and Light

by rickas 2021. 8. 7.

안소니 홀본은 다작을 남긴 작곡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1603년에 세상을 떴다는 것 말고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는게 없다.. 그러나 다울랜드가 1610년에 발간한 류트 레슨집에 실려 있는 두 번째 파반에 약간의 정보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즉.. 잉글랜드의 최고 존엄이신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정관이자 가장 명성이 높고 완벽한 아티스트인 안소니 홀본이 작곡한 곡이라고 명기되어 있다는 것.. 또한 홀본이 직접 출간했던 "시턴 스쿨과 빛과 어둠의 짧은 에어" 라는 출판물에는 그가 여왕의 의정관이자 시종이라고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홀본의 이 컬렉션의 정식 제목은 "비올, 바이올린, 또는 다른 관악기를 위한 빛과 어둠의 5성 파반, 갤리어드, 알마인 그리고 짧은 에어" 라고 한다.. 제목도 길기는 졸라 길다.. -_-;; 1599년 출판된 이 컬렉션에는 총 65곡에 달하는 춤곡들이 담겨 있는데.. 이들은 27개의 파반, 27개의 갤리어드, 6개의 알마인, 5개의 짧은 에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 판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 역시 이 중에서 골라낸 것들인데.. 제목을 보면 이 양반이 상당히 작명을 하는 센스가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중 Last will and testament 라는 곡도 있는데 뭔가 조낸 비장하지 않냐.. ㅋ 그치만 곡은 머 별루 그렇지는 않은 느낌이라는 것은 함정.. -_-ㅋ 암튼간에 한마디로 마케팅을 좀 아는 양반이었던 것 같다.. ㅋ 그리고 이러한 제목은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들과도 공유했다고 하니.. 카피레프트의 선구자이기도 했나보다..


홀본은 이 훌륭한 컬렉션을 리차드 챔퍼노운 경에게 헌정했다는데.. 이 양반은 모드베리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성대한 음악 관련 시설과 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한다.. 근데 1803년에 존 브리튼과 에드워드 웨드레이크 브래들리가 함께 출판했던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아름다움이라는 책에 이 리처드 챔퍼노운 경에 대한 잼있는 얘기가 나온다.. 모드베리에 있는 챔퍼노운 경의 웅장한 저택에서는 그가 머무는 동안 최고 수준의 가수와 음악가들로 이루어진 밴드를 유지했고 이들이 성대한 연주를 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근데.. 이 책에 나온 얘기를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밴드가 결국 챔퍼노운 가문의 몰락을 가져오는 도화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얘기인즉슨.. 한번은 챔퍼노운 경의 밴드가 템스 강변에서 연주를 했는데 당시 참석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들의 연주를 듣고서는 무쟈게 맘에 들었던 나머지 이 밴드 한달만 나한테 빌려주삼~ 이랬다는 거다.. 챔퍼노운 경이 가만히 짱구를 굴려보니 아무래도 이 뇨자가 델꾸 갖다가는 도저히 돌려줄 것 같지가 않길래.. 여왕 폐하.. 소인은 그저 소인의 보잘 것 없는 즐거움이 지속될 수 있도록 윤허해 주시길 바라옵나이다.. 라면서 단칼에 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하.. 이 양반 사회 생활 조또 모르는 양반일세.. -_-ㅋ 여왕은 이 양반의 거절에 당연히 꼭지까지 빡이 돌았고.. 그래서 이 양반을 몇몇 사기 혐의로 소송을 건 담에 송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가 가지고 있던 최소 18개의 영지를 팔아묵을 수 밖에 없도록 탈탈 털어버림으로써 완전 패가망신을 시켰단 야그다.. 아니 ㅅㅂ 무슨 표창장이라도 위조를 했나.. 패가망신을 시키려면 그 정도 중범죄는 저질러야지.. -_-;;


안소니 홀본의 춤곡들은 창의성이 풍부한데다가 각 성부가 복잡하게 쓰여 있는데.. 작게 축소만 되어 있을 뿐 근본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컬렉션은 잉글랜드에서 출판된 첫 번째 춤곡 컬렉션일 것으로 추정된단다.. 이 컬렉션은 두 개의 사본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데.. 하나는 대영박물관에 있고.. 다른 하나는 옥스포드의 크라이스트 처치 도서관에 남아 있다.. 홀본은 류트 족 악기들.. 그니깐 시턴, 오파리온, 반도라 등에 대한 연주와 작곡 역시 병행했기 때문에 이 컬렉션에 있는 많은 작품들이 류트 족 악기를 위한 컬렉션 필사본에도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브로큰 콘서트 또는 혼성 악기의 조합은 잉글랜드에서는 매우 대중적이었고.. 따라서 이 판에 실려 있는 홀본의 곡들도 리코더, 비올, 류트 그리고 하프시코드 등이 짬뽕이 된 연주 스타일을 들려준다 하겠다.. 이 시기의 춤곡들이 대개가 그렇지만 그저 잉간들의 소박한 감정과 느낌을 과하지 않은 담백함으로 담아낸다는 것이 맘에 든다.. 여기 실린 곡들도 빛과 어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느낌을 그대로 들려주는데 감정의 과잉 배설이 없다 보니 듣다 보면 맘이 편안해지는 느낌.. 아까도 얘기했지만 류트곡으로도 연주되었던 곡들이 다수 있어서 귀에 익은 곡들이 툭툭 튀어 나오는 재미가 있다.. 예로 The Honie-suckle 이나 The Night Watch 등은 이판 저판에서 무척 자주 나왔던 곡들이다.. 이 판의 앞면에는 프레토리우스의 테르프시코레가 실려 있는데 얘덜은 하두 많은 판에 그만큼 많은 연주 단체들의 연주로 실려 있는 작품이라 걍 패스한다.. 유튭을 찾아보니 마침 내가 애정하는 보이스 오브 뮤직의 연주로 홀본의 몇몇 작품들 연주가 올라와 있길래 이 판에 실려 있는 곡으로 두 곡을 링크 걸어 놓는다.. 첫 번째는 The Honie-suckle 이고.. 두 번째는 The Fairie Round 이다..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헨델.. 샤콘느..  (0) 2021.08.14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  (0) 2021.08.09
페르골레지.. 미사 로마나..  (0) 2021.08.04
프랑크.. 교향곡..  (0) 2021.08.02
슈베르트.. 현악 4중주 9번..  (0) 2021.07.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