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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슈포어.. 클라리넷 협주곡 1번..

by rickas 2012. 10. 2.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치만 이 악기 역시 밤의 빛깔에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다.. 다만 이 악기에 대해 별루 좋지 않은 느낌을 갖게 된 것은 그 넘의 영화 때문이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여자 사람이랑 영화 보러 가서 졸았던 정도가 아니라 중간에 잠깐이긴 하지만 아예 퍼져 잤던건 이 영화가 첨이자 마지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따분하구 하품나구 가소롭구 메스꺼운 영화였다.. 아니.. 사자 사냥꾼 색퀴 무덤을 사자가 새벽녘에 지키구 앉아 있다 가곤 했다는게 말이 되냐.. -_-ㅋ 하여간 이 넘의 영화에서 주구장창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을 틀어 대셨는데.. 당시에 이 영화가 꽤나 인기가 있었던 듯.. 하긴 나같이 성정이 삐뚤어진 색퀴나 이런 알흠다운 영화를 보구 욕을 하지.. 심성이 고운 양반들이 보면 얼매나 가심 아픈 사랑 야그겄냐.. -_-;; 하여간 그래서 이 영화 덕에 그 이후로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은 1FM의 최고 단골 레파토리가 되지 않았었나 싶다.. 머 클라리넷에 유감이 있는건 아니었고 단지 영화가 맘에 안 들었을 뿐이었는데 싸잡아서 클라리넷에 대한 느낌도 덩달아서 별루가 되었던 것.. 아까 어느 잡지를 보다 보니 클라리넷 어쩌구 하는 얘기가 나오길래 이 악기에 얽힌 여러가지 상념들이 떠올랐는데.. 그런 김에 오늘은 모짜르트 만큼 유명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가을날에 꽤 어울릴만한 클라리넷 곡이 생각나서리 올려 볼란다.. 슈포어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이다..

 

루이스 슈포어는 그의 당대만 하더라도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음악가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는 비르투오조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작곡가.. 그리고 진보적인 작곡가이자 선생으로서 명성을 누렸던 사람이었다.. 그는 수 많은 음악 협회의 후원자였고 프리메이슨이었으며 통일 독일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슈포어는 고타, 비엔나, 프랑크푸르트, 카셀에서 주요한 직책을 맡았었는데 1822년부터 1857년까지는 카펠마이스터를 지냈다.. 그의 자서전은 유럽 음악 생활의 고속도로와 샛길을 따라서 오고가는 매력적인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단다.. 슈포어는 평생 모짜르트의 신봉자였고 그의 음악들은 고전적인 전통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데.. 그치만 그의 초기 작품들이 선율적이고 화성적으로 풍부한 스탈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살짝 낭만주의의 냄새를 풍기고도 있는 셈이 되겠다고 한다.. 그는 28곡의 콘체르토를 작곡했는데 그 중 바이올린 협주곡이 총 15곡이다.. 이 곡들은 대개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보완해 가는.. 비르투오시티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쇼로 전락되지 않는 진정한 협주곡 양식에 대한 예술적 탐구를 보여주고 있단다..

 

슈포어의 클라리넷에 대한 특별한 애착은 손더스하우젠의 경이적인 비르투오조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요한 사이먼 헤름슈테트와의 40여년에 걸친 협력 괸계에 기인한다.. 이 양반이 얼마나 기교가 뛰어났냐 하면 모짜르트 시절의 슈타틀러 정도는 아닥을 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니 대단하긴 했던 듯.. 헤름슈테트는 고타에서 열렸던 궁정 오케스트라의 동절기 자선 콘서트에서 연주했는데 이 때 그의 어마무시한 연주에 슈포어가 졸라 감명을 받았단다.. 그래서리 슈포어는 바로 C단조의 협주곡을 몇 주만에 스케치했다는데 1809년 1월 그는 이 곡을 리허설 하면서 솔로 파트의 중요한 디테일은 헤름슈테트와 논의하여 진전을 시켜나갔다.. 초연은 1809년 1월 16일 손더스하우젠에서 슈포어의 지휘로 이루어졌는데 이 당시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헤름슈테트는 수 많은 콘서트 투어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다니게 된다.. 그 해 11월 알게마이네 무지칼리셰 자이퉁에는 라이프치히에서의 동곡 연주 후 이 곡이야말로 가장 영성적이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음악에 속한다는 평이 실렸다고 한다.. 1악장은 먼가 불안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듯이 시작하는데 주제와 함께 클라리넷이 등장하는 장면이 상당히 멋지다.. 음울함과 쓸쓸함이 교대로 보여지는 느낌인데 좀 어수선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서도 클라리넷의 활약을 듣고 있자면 그것만으로도 감탄이 흘러 나오게 하는 악장이다.. 2악장은 아주 사색적인 느낌이 강한데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첼로만이 등장하는 짤막한 악장이다.. 어찌보면 제일 길이는 짧지만 가을날의 정서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게 아름답다.. 3악장은 활기찬 론도 악장.. 상당히 흥겨운 듯하면서도 진지함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악장이다..

 

연주는 앤서니 페이의 클라리넷과 데이비드 아서턴이 지휘하는 런던 신포니에타가 맡았다.. 클라리넷이 좀 소극적으로 들리는 느낌인데 원래 연주가 그런건지 아니면 녹음 자체가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에 들을만한 꽤 괜찮은 클라리넷 음악이 실려 있는 좋은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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