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이 되었다고 해서 사실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기 마련인데.. 그래도 집에 있으면 무슨 판을 올려 놓고 들을 것인가 하는 것과 같이 사소한 것에 신경이 가기도 한다.. 원래 전통적으로 나같은 경우 새해 첫 날부터는 뭐.. 신년음악회와 같은 말랑말랑한 음악 듣는 것은 체질적으로 안 맞아서 그런 것은 가능하면 안 듣고.. 주로 전투력을 올릴 수 있는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겨울 분위기에 그저 자빠져 있을만한 음악을 듣거나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뭘 들을까.. 생각 좀 하다 이 판을 꺼내서 듣기 시작했다.. 막시밀리안 1세 시대의 궁정 음악..
막시밀리안은 열 여덟살일 적에 브르고뉴의 메리와 결혼하기 위해 플랑드르 지방을 여행했는데 그 곳에서 평생 스크래치가 남을 만한 강한 인상을 받았단다..
그건 메리가 몇 세기에 걸쳐 예술을 무척이나 관대하게 후원해 준 왕가 출신이었다는 것과 관련이 깊다.. 비록 메리가 1482년에 죽는 바람에 그들의 결혼 생활은 5년만에 끝장나 버렸지만 막시밀리안은 그녀에게서 그녀의 세심한 취향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상속 받았다.. 왕가 간의 약속에 의한 결혼이었다고는 하더라도 막시밀리안은 신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단다.. 그걸 우째 알겠냐마는.. 그녀를 애도하면서 그는 평생 동안 모든 예술에 관한 관심을 나타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막시밀리안은 넉넉한 후원을 통해 그의 라이벌들을 능가했다.. 그는 브루제와 겐트 지방에서 뒤파이의 음악과 반 아이크의 그림들을 알게 되었고 그가 비엔나, 인스부르크, 아우그스부르크 등에 세운 궁정에 최고의 음악가들과 예술가들을 고용했다.. 그들 중에는 아이작과 뒤러도 있었다.. 사실 이 양반이 그랬던 것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애정이 크기도 했지만.. 그는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을 잘 대우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이익.. 즉 그들을 충동질하여 용비어천가를 부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아주 민감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특히나 이 양반은 한 뽀대 잡는 것에 대해 상당히 예민했기 때문에 비록 돈이 좀 들더라도.. 사실 그 돈이 지가 노가다 뛰어서 딴 돈도 아니니.. 지 가오를 세우기 위해 다양한 여러가지 수작질들을 벌렸다고 한다..
어쨌건.. 그가 천성적으로 예술에 대한 애정이 있었건 없었건.. 그리고 지 가오를 세우느라 예술가들을 이용했건 안 했건.. 수 백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건 그 당시 작곡된 곡들을 들으면서 느끼는 아름다움 외에는 뭐가 있겠나 싶다.. 연주는 먼로가 이끄는 런던 고음악 콘소트와 카운터 테너, 테너, 바리톤 들이 참여한다.. 인스부르크여 안녕이라는 곡은 동계 올림픽에 나온다는데 동계 올림픽 개막식이나 폐막식 중계를 본 적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고.. 대개의 음악들이 무척이나 고졸한 맛을 보여 주기 땜에 겨울 밤에 듣기 딱 좋다.. 예전에 안동림 선생이 쓴 이 한장의 명반인가 하는 책에서 이 판을 소개하면서 이 곡을 들으면서 한 포기 난이 있으면 그걸로 인생이 무쟈게 훌륭한 것이 되는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이 책은 예전에 읽고는 어째 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어서 걍 쳐박아 두었던 책임.. 나는 뭐 한 포기 난은 필요 없고 이 곡을 들으면서 제대로 담근 동치미 국물에다 국수나 말아 먹으면 죽이겠다는 생각.. 아.. 이 무슨 격이 떨어지는 소리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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