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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

by rickas 2010. 3. 22.

 

 

눈이 왔다..

아니.. 눈이라니.. 이거 미친거 아냐.. 지금은 3월 22일이란 말이다.. 그냥 눈도 아니고.. 거의 너댓시간 동안 함박눈이.. 이게 무신 변고인고.. 폭설이다.. 폭설..

예전에 집사람이랑 연애질 할때 인사동에서 3월 31일에 잠깐 흩날리던 눈을 맞아본게 가장 늦게 오던 눈을 본거니깐 시기 상으로는 그렇다 쳐도.. 그래도 그렇지.. 엊그제던가.. 암튼 춘분이 지났는데.. 이게 왠 폭설..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 날씨도 미쳐 돌아가는구나.. 헐..

 

어찌 됐건 폭설 덕에 집에 일찍 온 김에 음악부터 들었다..

무슨 판을 꺼낼까 고민하다.. 문득 올 겨울에 차이코프스키 슨상님 곡을 거의 안 들었던 것 같아서.. 그의 첫번째 교향곡을 꺼내 들었다.. 겨울날의 환상.. 원래 차슨상 음악은 예나 지금이나 무쟈게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음악을 싫어하거나 하진 않는 편인데.. 올 겨울은 참 무심히도 흘려 보낸 것 같다..

예전에는 겨울이면 그래도 그의 교향곡들은 한번 정도씩은 손이 가곤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넘의 계절에 따른 선호도는 까먹어 버린지가 오래라.. 차슨상 교향곡은 오먼디 연주를 좋아한다.. 물론 4번부터 6번까지야 예전에 대딩때 숨이 막히게 학학거렸던 므라빈스키의 연주도 좋지만.. 그리고 오먼디 영감님 연주가.. 의미야 불명확하지만서도 어쩐지 그리 토속적이지는 못한.. 무쟈게 세련되고 다듬어진 그런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이 영감님의 연주가 그래서 좋다.. 사실 차슨상이야말로 그리 촌빨 날리는 컨츄리 스탈 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뭐 그걸 이렇게 빠다에다 설탕을 듬뿍 친 담에 초컬릿으로 코팅해 놓은 연주가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내 맘대로 생각도 해 본다..

이 곡의 연주 역시 오먼디와 필라델피아의 연주는 완벽한 세련미를 좔좔 흘려 주신다.. 현의 윤기가 반지르르하고.. 간지가 넘치는 목관.. 작렬하는 금관의 포효.. 모든게 완벽한 소리를 들려 주는 것 같다.. 그의 교향곡 2번 연주와 함께 관현악곡의 소리 테스트 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판이다.. 녹음 상태 역시 상당히 명료한 것 같고 소리가 무척 잘 정돈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차슨상이 늘그막에 정규 음악 교육을 받고는 작곡해서 1866년에 그의 보스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했다는데 그 후 이 소심한 자아비판론자는 1874년에 개작하였고 1886년에야 최종 버전을 처음 들을 수 있었다고 하니.. 최종 버전까지는 20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이 곡 제목인 겨울날의 환상은 차슨상이 직접 붙였다 하고.. 특히 1악장은 겨울 여행의 환상.. 그리고 2악장은 황량한 땅.. 안개의 땅이란 부제까지 붙였다 한다.. 1악장은 어째 좀 동양적인 느낌의 주제로 시작되면서 이래저래 우왕좌왕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역시 차슨상이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은 2악장이다.. 실크 같은 감촉의 바이얼린과 비올라의 선율이 사뿐하게 깔리면서 오보에의 구슬픈 선율이 솟아 오른다.. 마치 백조의 호수를 보는 듯하다.. 아니 듣는 듯하다.. 3악장은 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그랜드 왈츠로는 첫번째인 셈이고.. 4악장은 꽃이 피어나는 정원이라는 민요 주제가 사용되었다 한다.. 장엄하면서도 엄숙하게 시작해서 음악은 점점 더 에너지가 더해지면서 흥분 상태로 치닫게 된다.. 자켓의 뒷면에 보니 이 악장에다 부제를 붙이자면 겨울 카니발이란다.. 카니발에 겨울이 붙는다는게 말이 되나 싶긴 한데.. 모르겄다.. 그렇다면 그런가부지..

 

이제는 정말로 바이바이 해야 할 이번 겨울을 그냥 보내는게 아쉬워서 오늘 눈이 쏟아진 셈 치고.. 그 덕에 간만에 오먼디 영감님의 소위 필라델피아 사운드에 잠시나마 허우적거려 보라고 눈이 온 셈 치면 정신 건강에 좋겠지.. 무소유를 설파했건만 무소유를 아귀같이 소유하기 위해 5만냥까지 올려 놓는 세상에다가..

더구나 도덕과 염치와 양심은 철저하게 무소유인 것들이 저만의 무소유를 읊어대는 세상에다.. 에따.. 쳐먹어라 하고 쏟아부은 눈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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