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리 열심히 듣지는 않았던 작곡가들의 오페라 박스반들을 부지런히 사 모은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박스반들이 똥값으로 풀리는 바람에 그렇기도 했지만.. 주로 베르디, 푸치니, 바그너 등등이었는데 이들은 그때 바로 들을 것이 아니라 나중에 내가 나이 먹구 할 일 없이 백수질이나 쳐하고 있을 때 가지고 놀 장난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모짜르트를 비롯해서 몇몇 유명한 작품들은 심심할 때는 그렁저렁 듣는 편이었지만.. 하긴 젊었던 시절에는 잉간의 목소리가 나오는 작품들.. 특히 오페라에 대해서는 별루 흥미가 없었긴 했다.. 암튼 그런 몇몇 작품들을 빼고는 나머지들은 그리 관심이 없었는데 조금씩 나이가 먹어가면서 사람 목소리가 들어가 있는 곡들에 대해 별다른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나중에 늙어서 일용할 양식으로 미리 준비해 둔다는 핑계로 오페라 판을 이판 저판 사모으게 되었다.. 물론 이것두 한참 전 얘기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판들 중에서도 내가 늙어서 백수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곡들은 애정을 가지구 듣는 곡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오늘은 그런 작품들 중에서 한 곡..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올려 본다.. 전형적인 이태리 벨 칸토 오페라인데 이런 스탈의 작품들을 듣다 보면 나는 아무래도 천성이 가볍고 저렴해서 그런지 바그너 같은 졸라 가심이 웅장해지는 세계관의 조또 심각한 판타지 보다는 이런 싸구려 3류 드라마이지만 이쁜 노래가 줄줄 흘러 나오는 작품들이 훨 좋더라.. ㅋ 내가 늙어서 좀 더 사려 깊고 진중해지면 바그너류도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잉간들을 보면 늙어서 사려 깊어지기는 커녕 늙으면 욕심만 많아지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되는 꼬라지를 보건대 나두 별루 다를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어째 가능성은 좀 낮지 않을까 싶다.. -_-;; 근데 이 제목이 좀 우낀게 영어식하고 이태리식이 짬뽕이 되어 있는 듯하다.. 뭐냐면 람메르무어라는게 아예 이태리식으로 람메르모르라고 하면 뒤에 루치아가 오는게 맞고.. 그게 아님 래머무어의 루시라고 영어식으로 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마치 찰스 주르당이라는 영불 혼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왜구식 발음의 흔적이 아닌가 하는 심증이.. ㅋ
머 암튼 그건 그렇고.. 도니제티의 이 작품은 내가 칼라스라는 거대한 바다에 퐁당 하구 빠지게 되면서 샀던 그녀의 3종류 녹음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가장 빠른 녹음연도인 1953년 판으로 골라서 들었다.. 칼라스는 그 이름과 명성만 들어보았지 언감생심 그녀의 녹음은 들어볼 수가 없었던 대딩 시절.. 그 개같은 오아시스에서 EMI 라이센스 클래식반을 거의 안 찍어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암튼 그 당시 음악동아를 보면서 막연하게 가졌던 그 동경이 몇 년 후에 판들이 수입 자유화인지 뭔지가 되면서 수입반들이 쏟아져 들어온데다 CD가 일반화되면서 발에 채이는게 칼라스 녹음이 되는 바람에 해소가 되었다.. 당시에 첨으로 충격을 먹었던 판은 아마도 대학원 시절이던가로 생각되는데.. 그녀의 오페라 아리아 모음이 실려 있는 두 장짜리 LP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은쟁반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이쁜 소리의 초절기교를 능수능란하게 불러대는 그런 스탈이 아니라 이건 뭔가 사람을 긴장시키는 어떻게 들으면 좀 불편한 느낌이 들게 하는 목소리에다 오장육부를 쥐어 짜내는 듯한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노래를 듣고 있자니 걍 어이가 가출을 해버리는 듯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루치아의 칼라스 판 중에서 그런 칼라스의 특징이 제일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녹음이 오늘 올리는 판이 아닐까 싶다.. 부드러운 실크의 느낌이 아니라 거칠거칠한 직조물의 느낌이 드는 목소리로 이 작품에서 여쥔공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어찌보면 좀 과장스러울 정도이지만 졸라 극적으로 표현하는 칼라스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이넘으 판이 녹음도 모노에다 판 상태도 별루라 심심찮게 잡음이 끼는 와중에도 연신 감탄을 터뜨릴 수 밖에 없다.. 1953년 세라핀의 지휘로 플로렌스 5월 음악제 오케스트라와 코러스가 스테파노, 곱비 같은 쟁쟁한 멤버들과 녹음한 판이다.. 근데 오케스트라 명칭을 이케 풀어 쓰니까 어째 좀 뽀대가 안 나는데..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오케스트라라구 해야 가오가 좀 더 사는 듯.. -_-ㅋ 53년이다 보니 칼라스가 메네기니와 혼인한 이후라서 그런지 껍닥과 해설지에는 마리아 메네기니 칼라스로 표기되어 있다.. 아마도 이 판을 찍어낸 시기가 53년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암튼 이혼하기는 전이라서 그런 듯.. 글케 따지면 그냥 마리아 칼라스로 표기되어 있는 55년 카라얀 판이나 59년의 세라핀 판에 비해 판 자체로도 꽤나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반질이 지랄 맞은가.. -_-ㅋ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1835년 9월 26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대본은 월터 스콧 경의 소설인 래머무어의 신부에 기반하여 살바토레 감마라노가 썼다고 한다.. 내용이야 머 뻔한 얘기이고 졸라 비련에 우는 남녀 쥔공들의 엇갈린 싸랑 이야기로 결국은 둘 다 연속해서 세상을 졸하고 만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_-;; 사실 이 정도의 비극이라면 졸라 격정적이고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선율이 나와야 할텐데 이 작품은 벨 칸토이다 보니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의 노래가 주를 이룬다.. 근데 왜 이 당시의 이런 스탈 얘기들은 하나같이 남자애덜은 졸라 우유부단의 찐따들이고 여자애덜은 자기 의지 없이 그저 현실에 괴로워 하다 세상을 하직하거나 하는지 모르겠다는.. 예전에 춘향전의 신박한 해석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춘향이는 흔히 얘기하는 한 넘만 바라보는 열녀이자 정절의 화신이 아니라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적인 잉간으로서의 표상이라는 얘기이다.. 왜냐면 당시에 이미 몽룡이가 예전에 자기가 있던 곳으로 파견되는 법은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고.. 춘향이도 몽룡이 이 새끼가 개구라 치구 떠나서 이제 다시 돌아올 일은 없으리란걸 알았지만.. 그래도 내가 ㅅㅂ 변사또 저 새끼하구는 죽어도 싫어.. 하구 본인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지었다는 것이다.. 글케 따지면 여기 오페라에서의 루치아 같은 여쥔공두 끝까지 개기덩가 아님 남자 쥔공을 꼬드겨서 둘이 튀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것을 이리 허망하게 둘 다 죽고마니.. 물론 그래서 이런 알흠다운 노래가 넘쳐나는 오페라를 듣게 되었기는 하지만 안타깝지 않을 수가 읍다.. 루치아와 관련해서 종종 언급되는 얘기가 도니제티가 스코틀랜드 혈통을 갖구 있는데.. 즉 그가 18세기에 이태리로 건너와서 결혼하고 정착한 이의 후손이라는 얘기다.. 물론 그가 구성의 허접함에도 불구하고 래머무어의 루시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가 배경이 되는 앤 불린이나 케닐워스의 엘리자베스 같은 얘기들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는 것이 그의 영국 선호 취향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게 이 양반의 족보를 완전하게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거나 초연에서 루치아를 맡았던 이태리의 소프라노 파니 페르시아니 이래로 1859년 16세의 나이로 미국 무대에 데뷔한 아델리나 파티나 마르셀라 셈브리치의 1883년 메트에서의 데뷔 시즌 타이틀 롤 역시 루치아였다.. 이런 식으로 큰 무대에서의 데뷔 시 루치아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로 넬리 멜바나 릴리 퐁스 역시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이들 소프라노들은 어케 하면 인형 같은 외모로 꾀꼬리 같은 노래를 들려 줄 것인가에 몰입해 있었는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를 단순히 화려하고 명인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드라마틱하고 가심을 뛰게 만드는 원작의 개념으로 복구시킨 이가 바로 칼라스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칼라스가 부르는 '깊고 어두운 밤이 고요하게 내리고' 를 붙여 놓는다.. 1959년 세라핀 지휘의 스테레오 녹음이다.. 글구 이런 곡을 비디오로 안 보는 것두 섭하니 나탈리 드세이의 2011년 메트 공연 실황도 함께 걸어 놓는다.. 구신으로 나오는 츠자가 섬뜩하다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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