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바하.. 프랑스 모음곡..

rickas 2024. 10. 27. 22:53

오늘도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길래 골방으로 와서 음악을 들었다.. 나중에 식구들이랑 아침을 먹는데 어떻게 휴일에도 알람 소리가 울리지도 않는데 평일이랑 비슷한 시간에 칼같이 일어나게 되냐고 하길래.. 내가 니덜 먹여 살리느라 그렇다.. 라고 했더니 와이프가 그건 좀 너무 적나라한 대답인 것 같단다.. 근데 적나라고 청나라고 간에 사실이 그런걸 우짜겠음.. 몇 십년을 일케 살아 왔으니 걍 몸에 익은거지.. 그런 의미에서 대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촌구석에 짱박혀서리 졸라 공장장처럼 작품 양산에 평생을 매진하셨던 바하의 음악을 또 한번 안 올릴 수가 읍다.. ㅋ 오늘 올리는 판은 호그우드가 연주하는 프랑스 모음곡 판인데.. 르와조리르의 2장짜리 판으로 맨 첫 면에는 일반적인 여섯 곡의 모음곡 이외에 나중에 제외된 두 곡의 모음곡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니깐 총 여덟 곡의 모음곡이 실려 있는 셈이다..


예전에 대딩 시절 이 음악을 굴드의 연주로 듣고서는 완전 뿅간 나머지 한동안 주구장창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판은 지구레코드의 라이센스로 껍닥이 좀 흉칙하게 생기긴 했었지만.. -_-ㅋ 나중에 구했던 다트의 하프시코드 연주와 더불어서 무쟈게 아끼는 판이었다.. 호그우드가 연주한 이 판은 예전에 이모님이 한국 다녀 가실 때 간혹 가져다 주시곤 했던 판들 중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첨 받아 들었을 때의 기대감과는 달리 연주는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머랄까.. 굴드의 연주에 넘 익숙해지다 보니 호그우드의 연주는 넘 맹숭맹숭 하다고 할까.. 암튼 그랬었고.. 그건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 들어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걍 범생이가 또박또박 졸라 정직 성실하게 연주하는 그런 느낌에 다름 아니라는.. 그치만 오늘 이 판을 좀 집중해서 들으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 판의 모음곡을 연주할 때 사용한 하프시코드는 스와넨과 타스킨 두 종류가 쓰였는데.. 가만 들어보면 얘네덜의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고.. 그래서 곡마다 느껴지는 소리의 분위기가 초큼씩은 달라서 거기에서 오는 재미가 있더라.. 스와넨의 소리가 타스킨에 비해 울림이 더 풍부하고 부드러우면서 깊고 어두운 색깔이 난다면.. 타스킨은 스와넨에 비해 밝고 화려하면서 음이 선명한 그런 소리가 난다.. 이는 이들이 만들어진 동네와 상당히 연관이 있다는데.. 스와넨이 17세기 말과 18세기 초 독일에서 활동한 제작자이고.. 소리의 울림을 강조하는 구조적 설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음과 저음 영역에서 풍부한 소리가 나는 편이라고 한다.. 타스킨은 18세기 중후반 프랑스에서 활동한 제작자로 이 시기는 로코코와 초기 고전주의가 발전하면서 음색이 더 세련되고 정교하게 요구되는 시대였기에 고음에서 선명한 음색을 지니면서 빠르고 화려한 곡을 연주할 때 음의 분리가 잘 된다고 한다.. 스피커로 치자면 스와넨은 중역이 강조된 전통적인 영국 궤짝 스피커를 생각하면 될 것 같고.. 타스킨은 소위 오디오적 쾌감을 뿌린다는 현대식 하이엔드 스피커가 아닐까 싶다.. ㅋ 여섯 곡에서 마이너 3곡은 타스킨이고 메이저 3곡은 스와넨으로 연주하고 있는데.. 이 모음곡의 마이너 곡들이 음울하다기 보다는 기분 좋게 서늘한 가을날의 알싸함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나름 타스킨의 소리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바하의 프랑스 모음곡은 그 시초가 작곡자가 얘네덜 딱 여섯 곡을 한 세트로 프랑스 모음곡이라고 한다규.. 라구 직접 천명을 했던 것이 아니니 만큼 그 족보가 졸라 복잡하다 하겠다.. 1802년에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삶, 천재성과 작품에 관하여" 를 썼던 요한 포르켈은 미공개 작품 몇 개를 나열했는데.. 그는 이 작품들이 모두 고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가 정리한 컬렉션 중에 알르망드, 쿠랑트 등으로 구성된 여섯 개의 작은 모음곡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 모음곡들은 일반적으로 프랑스 취향에 맞춰서 쓰여졌기 때문에 프랑스 모음곡이라 불렸다는데.. 이러한 포르켈 자신의 편집본에 이어 1840년에는 체르니가 페터스를 위해 편집한 동일한 세트의 또 다른 편집본이 나왔다고 한다.. 이 세트 중 다섯 개의 초기 버전은 바하가 1722년에 두 번째 아내였던 안나 막달레나와의 신혼 기간 동안에 그녀를 위해 편집한 첫 번째 컬렉션에서 찾을 수 있으며 각각 클라브생을 위한 모음곡으로 설명되어 있다고 한다.. 바하는 1725년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두 번째 노트에서 시퀀스를 다시 편집하고 수정하기 시작했지만 두 번째 모음곡의 사라방드 중간에서 작업을 멈췄고.. 그 이후 이 모음곡의 출처는 워낙 다양한 곳에서 기어 나오는데다.. 두 개의 추가 모음곡까지 여러가지 다른 사본에서 존재하면서 총 여덟 개의 작품이 50개 이상의 사본에서 그 출처가 확인되는 한편 그 사본 간의 관계성이 졸라 복잡하다고 한다.. 바하는 이 모음곡을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내는데 있어서 통일성 내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는데.. 후기의 키보드 파르티타와 달리 이 시퀀스의 모든 모음곡에는 전통적인 무곡이 포함되어 있지만.. 모든 알르망드는 서로 다른 질감과 패턴을 보여주고 있고.. 모든 지그는 다른 운율 체계로 쓰여졌단다.. 단조의 세 모음곡은 장조의 세 모음곡과 균형을 이루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모드가 다른 모드보다 더 외향적이거나 강렬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머 다 고만고만하다는 얘기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들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바하라는 양반은 걍 장삼이사가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알흠다움을 표현해 내는데 있어서 특출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고.. 그 덕에 나같이 예술과는 거리가 먼 잉간도 나름 소소하게 감동을 때리면서 들을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신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이다.. ㅋ


연결시키는 링크는 여섯 곡의 세트에는 들어가지 못한 버려진 버전인 a단조 모음곡 BWV 818a를 걸어 놓는다.. 주자나 루지치코바의 하프시코드 연주인데.. 이 곡 역시 여섯 개의 세트에서 빠지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곡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