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9번..
올해도 어김없이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올해야말로 내 개인적으로 졸라 이벤트가 많았던 한 해였는데.. 머 다 지난 일이고 어쨌거나 대부분의 일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거나 잘 풀렸으니 나름 꽤 성공적인 한 해였던 듯 싶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직접 내 손으로는 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되었던 상황도 있었지만.. 이건 그대로 유지해서는 반대급부로 내가 받을 스트레스는 차치하고 제대로 뭔가를 하기에 너무 부족한 상황이 되는지라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이긴 했다.. 그치만 그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기에 거기서 오는 심적 부담감이나 압박감도 알게 모르게 꽤나 컸던 것 같다.. 대충 일이 마무리되고 나니 정신적으로 졸라 녹초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머 그랬다.. 그래서리 요 며칠 연말 휴가 기간에 와이프가 어디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길래 선뜻 여행을 다녀오게 되는 동력이 생기기도 했다는.. 그 얘기는 나중에 사진 좀 정리하면서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연말이니 어김없이 졸라 식상한 이벤트이자 반복되는 숙제와 같은 느낌의 곡을 듣는다.. 베토벤 슨상님의 9번이다..
오늘 꺼내 들은 판은 프란츠 콘비츠니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판이다.. 아마도 내가 대딩 시절 샀던 성음 라이센스의 필립스 반일텐데.. 근데 당시에 뭔 생각을 했기에 콘비츠니의 연주를 다 살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당시에 라이센스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베토벤의 9번이 그리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특히나 당시에는 내가 유치뽕을 떠느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던 카라얀 판은 거들뗘 보지도 않던 때였으니 그나마 나와 있던 라이센스 판들 중 대충 흥미가 땡기는 것들은 이것저것 샀던게 아닐까 싶다.. 근데 이 판 나름 소리가 꽤 좋다.. 대개의 성음 라이센스 판들 음질을 보면 꽤 괜찮은 소리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런거 봄 당시 성음의 판 찍어내는 기술이 상당히 좋았던 듯.. 암튼간에 이 판에서 울려주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합주 소리는 상당히 명료하면서도 정교하고 치밀한 느낌을 들려준다.. 옛날에 음악동아 같은 잡지에서 흔히 떠들어대던 개소리를 상기해 보자면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매우 고색창연한 소리라는 구라를 풀어 놓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 정도 나잇살을 잡숫지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과문해서 무식하다보니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고색창연하다는 소리의 본질도 모르겠고.. 느낌도 모르겠다.. 그냥 이 판에서 들려주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뭔가 잘 정돈이 되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고 워낙에 느긋하게 템포를 잡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얄팍한 깍쟁이 같은 느낌보다는 도톰한 보드라움의 느낌을 들려주는 듯하다.. 콘비츠니는 잘 알려진대로 동독 시절의 가장 위대했던 지휘자 중 하나였고.. 그가 푸르트뱅글러 밑에서 비올라 주자로 있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전후에 상임으로 이어 받아서 최고 수준으로 재건한 공적이 두드러지는 양반이었다.. 머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호사가들의 얘기에 의하면 그의 지휘가 푸르트뱅글러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 9번 연주를 들어보면 난 잘 모르겠더라.. ㅋ 사실 머 푸슨상의 영향이야 아무래도 좋고 그저 이 연주 자체만으로 굉장히 머찐 연주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진중한 그니깐 요즘 내지 과거 일부 양반들의 연주에서 나타나곤 하는 졸라 오도방정의 촐싹임은 찾아볼 수 없는 중후한 느낌.. 그러면서 뭔가 영감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은 오묘한 템포의 흐름이 1악장부터 4악장을 쭈욱 관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 머 그렇다.. 무엇보담도 4악장의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달아 가는 박력은 이 지휘자 양반이 가진 끝간데 없이 깊은 내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특히 녹음이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4악장에서 잉게보르크 벤글로르라는 소프라노가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허공 위로 뭔가 실체감을 가진 꽃같은 것이 솟아 올라오는 듯한 환상을 들려준다.. 암튼간에 나같은 얼뜨기가 평할 주제는 못되긴 하지만 그래도 감히 한마디 해 보자면.. 졸라 매우 머찐 연주다.. ㅋ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테너인데.. 머 이 곡의 테너가 반드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노래를 들려줄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넘 곱상하다는..
연결시키는 링크는 콘비츠니가 1961년 5월 1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동경에서 연주한 실황이 있길래 걸어 놓는다.. 성악가들과 합창단이 현지 조달이라 어째 좀 1% 정도 덜 떨어진 느낌이 들기는 한다만 그래도 이 연주 1년 후에 콘비츠니가 세상을 졸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의 최만년 연주가 담긴 녹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하겠다.. 암튼 이 양반의 내공과 그 내공이 보여줄 잠재력을 생각해 볼라치면 아무래도 넘 일찍 갔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