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얼마 전에 뭘 좀 사러 밖에를 댕겨 오다 대딩 시절 잘 드나 들었던 판 가게가 있던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물론 그 가게야 이미 기억도 안 나는 한참 오래 전에 없어졌지만.. 그래도 대딩 시절 주로 가던 판 가게에 물건이 없거나 아니면 집 근처에서 걍 대충 찾아서 살 때 애용했던 가게였다.. 제목이 좀 독특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석기 시대 소리방.. 머 그랬다.. ㅋ 그치만 대딩 시절 주로 판을 샀던 곳은 동숭동 대학로의 바로크였다.. 라이센스.. 하긴 그 때는 라이센스 밖에 없었으니.. 라이센스 판들이 한 장에 2,400원이었고.. 간혹 학교 앞에 태림 레코드던가 하는 곳에서 살 때도 있었는데 여긴 2,7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간혹 가다 보면 그 시절에 샀던 판 중에 그 기억이 생생한 판들이 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생각 나서 꺼내 들었던 폴리니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3번 협주곡 판이 그랬다.. 아마도 대딩 초 시절에 5번만 듣다 지겨워서리 머 좀 새로운거 없나 하구 찾다 음악동아에 나왔던 음반평을 보구서는 그 판을 사야겠다고 맘을 먹었던 것 같은데.. 이 판이 학교 앞 태림 레코드에도 없고.. 머 학교 앞 가게야 그럴 수 있다 쳐도..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동숭동 바로크에도 없는 것이었다.. 꽤나 흔해빠진 판인거 같길래.. 엥 이럴리가 없는데.. 하면서 걍 집으로 오는 중이었는데 마침 집 근처에 있던 석기 시대 소리방이 생각 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들러 보았다.. 근데 그 판이 그 생각지도 못했던 판 가게에 뙇~ 하고 늠름하게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얼떨결에 얻어 걸린 재수가 너무 신기해서리 그 이후에도 그 가게를 간혹 찾는 판이 안 보일 때 가보군 했는데.. 바로크나 태림에 없으면 대개가 거기도 없긴 하더라.. -_-ㅋ 머 그래도 워낙에 인상이 강렬했던 판을 건졌던 가게이고 그러다 보니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는데.. 근처를 지나다 보니 옛날 생각두 나구 그랬다능..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작곡은 1800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출판은 그로부터 4년 뒤에 이루어졌다.. 곡은 베토벤의 후원자였던 프로이센의 루이 페르디난트 공작에게 헌정되었는데 이 양반 역시 작곡에 쬐끔은 재능이 있는 양반이었다고 한다.. 곡의 초연은 1803년 4월 5일 베토벤이 특별히 임대했던 안 데르 빈 극장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날의 연주회는 꽤 주목할만한 연주회였다고 한다.. 왜냐면 프로그램이 마치 모든 형태의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인데.. 1번과 2번 교향곡, 오라토리오인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 그리고 작곡자가 솔리스트로 등장하는 새로운 C단조의 피아노 협주곡 등 매우 뻑쩍지근한 프로그램으로 꽉 채워진 연주회였다.. 리허설은 연주회 당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베토벤은 당일 프로그램에서 가장 흥미를 끌 것으로 기대했던 오라토리오의 트럼본 파트 작업을 졸라 빡세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의 3번 피아노 협주곡 역시 피아노 파트의 악보가 완전히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당한 부분을 베토벤의 기억에 의존해서 연주할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졸속 연주회였는데.. -_-;; 당시 연주회를 평했던 신문 기사 중 하나에는 베토벤의 연주가 결코 청중들을 충분히 만족시킬만 하지 못했다는 평을 써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피아노 협주곡 3번이야말로 베토벤의 음악적 개성이 완전히 드러났던 첫 번째 협주곡이라 할 수 있겠고.. 이는 베토벤이 그의 생각을 가장 웅변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사용하곤 했던 C단조라는 조성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사실 1번과 2번 협주곡만 해도 아직은 베토벤 특유의 가오빨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 뭔가 모짜르트가 좀 뻥튀기가 되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데 반해 이 3번 협주곡이야말로 "이 새끼들아.. 나 이런 사람이야" 를 세상에 외친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이 아닐까 싶다..
사실 폴리니 판은 워낙에 흔해 빠져서리 좀 식상한 감도 있고 한 고로 오늘은 프리차이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국립 교향악단과 애니 피셔 할머님의 협연으로 이루어진 판을 올린다.. 이 판은 아마도 DG 판의 헬리오도르 영국 라이센스 판인거 같은데 소리는 머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딴건 차치하고라도 엥간한 남정네 피아니스트의 귀싸다구를 올려버릴 만한 애니 피셔 할머님의 씩씩하고 늠름한 연주가 졸라 일품이다.. 이 할머니가 원래 이렇게 기운이 뻗치셨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모짜르트의 협주곡들을 들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던 걸로 봐서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였던 것 같기도 하다.. ㅋ 연결시키는 링크는 루빈슈타인 옹의 연주다.. 젊은 시절 하이팅크가 이끄는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의 협연인데.. 이때만 해도 참 세월이 유수같다는 말이 절로 느껴지는 양반들의 고색창연한 연주이기에 함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