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rickas 2022. 6. 6. 19:31

벌써 5월도 다 지나가고 6월 중순으로 향하는 중이다.. 3월 한 달 맛탱이가 가서 있었더니 4월 초중순까지도 체력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서 상당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래저래 활동을 하고 운동도 하고 판도 좀 듣고.. 하니깐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어 가는 중이다.. 여전히 거실과 골방을 오가면서 판때기를 돌리는 중인데 조용한 휴일 아침에는 역시 골방에 틀어박혀 듣는게 짱이다.. 한달이 넘게 전기도 안 먹였던 썩다리 기기들이라 다시 기기들을 켜면서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조금은 있었는데.. 다행히 여전히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어서 한시름 놓긴 했다.. 잉간이 졸라 간사한게 몸이 안 좋을 때는 ㅅㅂ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 싶다가.. 괜찮아지니 그야말로 마음가짐이 원상복구 중이다.. 개가 똥을 끊지.. -_-;; 어쨌거나 초봄을 포함해서 한창 꽃이 물이 오르던 시절은 내가 맛탱이가 간 사이에 걍 지나갔구 이제는 그야말로 초여름인데.. 머 내가 언제부터 그리 계절의 변화에 민감했다구 이런 얘기를 하나 우습기도 하지만.. 지난 5월에 저녁 먹구 개천변을 거닐다 보면 좋은 계절임에는 틀림 없다는 느낌이 절로 들더라.. 더불어서 4월 초중순에 비해서는 체력도 많이 올라온 느낌도 들구.. 몇 년 전만 해도 이 개천변을 따라서 열심히 뛰곤 했었는데 이제는 걍 걷는다.. 당시만 해도 걷는다는게 내 체질과 성정에 안 맞아서 걍 냅다 뛰었는데.. 이제는 관절 생각도 해야 하고.. 쿨럭.. 아직 그럴만한 체력도 안되는 것 같아서 그저 걸을 뿐이다.. 근데 이것두 그리 나쁘지 않다고 느껴지는게 그만큼 주변을 천천히 보면서 와이프와 이 얘기 저 얘기를 할 수 있으니 머 나름 다른 좋은 면도 있다고 해두자.. 암튼 지난 5월에는 좋은 계절에 맞는 그런 음악이 생각나는 대로 이판 저판을 꺼내 들었는데.. 우선 생각나서 들었던 판을 한 장 올려본다.. 슈베르트의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가 분덜리히의 노래로 실려 있는 판이다.. 집에 있는 판을 보니 디스카우, 프라이, 피어스의 판도 눈에 띄었지만 굳이 분덜리히를 꺼내 들은 것은 왠지 그의 목소리가 지난 5월과 같은 계절에 넘나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나으 개똥철학 때문에 굳이 이 넘으 판을 한참동안 찾아서 꺼내 들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곡은 줄거리가 있는 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현대의 감성으로 볼 때는 1그램도 이해가 안 가는 그런 얘기다.. 아니 제대로 연애질도 못 해 보구서는 이런 것두 실연이라구 할 수 있나 싶은.. 그런 상황에서 졸라 절망을 하고 시냇물에 몸을 던져 세상을 졸한다는 얘기인데.. 걍 그런갑다 하구 들어줘야지 가사 생각하면서 듣다가는 하.. 이런 모지리 새끼가..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근데 이거 들을 때마다 그런 의문이 드는데 됙일의 시냇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냇물보다 훨씬 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능.. 아니 무슨 시냇물에 몸을 던져 빠져 죽을 수가 있냐고.. 코를 박았음 모를까.. -_-;; 가사에 Bach 라고 나오는걸 보면 시냇물이 맞는 것 같긴한데.. 하긴 접시물에도 코를 박고 죽는다고 하니 머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빌헬름 뮐러의 시에 의한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는 1823년 슈베르트 나이 26세 시절에 작곡되었다.. 이 해부터 슈베르트는 큰 병.. 그니깐 매독에 시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1세로 세상을 졸하는 1828년까지의 5년간은 그의 작곡 활동이 가장 충실한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끊임없이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차례차례로 걸작들을 양산해 냈는데 이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야말로 그러한 걸작 대행진의 신호탄이 되는 작품이라 하겠다.. 독일 데사우에서 신발 가게집 아들로 태어난 뮐러는 슈베르트와 같은 시기에 활약한 시인이었는데 현재는 슈베르트의 걸작 가곡집 2개.. 그니깐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 사실 이것두 제대로 된 제목이라면 겨울 여행이 맞다지만 난 걍 옛날 명칭으로 간다.. 왜냐.. 겨울 나그네란 제목이 더 폼 나니깐.. -_-ㅋ 이들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뮐러의 시는 당대 젊은이들의 고뇌하는 심정을 잘 그려낸 시로 인기가 있었고.. 특히 같은 시대 어른들이라고 쓰고 꼰대라고 읽는.. 어르신들로부터 반항적이고 싸가지 없다고 평가받았던 당대 젊은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뮐러의 작품에는 감정 지상주의와 회의주의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고 하이네 역시 그에게 공감을 나타냈던 양반이었다.. 슈베르트는 뮐러와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음악가보다는 문학인이나 화가들과의 교류를 더 선호했던 그의 천성으로 미루어 볼 때 뮐러의 시에 상당한 공감을 가지고 작곡에 착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뮐러의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는 1821년에 출판된 발터호른 주자의 유고에 의한 시집의 제1부로 이러한 시들은 보통 음악 없이 상연되기도 했는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는 23개의 시로 1부가 구성되어 있다.. 슈베르트는 그 안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3개의 시를 생략하고 20개의 시에 곡을 붙였는데 생략된 3개의 시는 이야기와 특별히 관계가 없다.. 슈베르트가 이 뮐러의 시집을 알게된 것은 완전히 우연이었다고 하는데.. 슈베르트와는 신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란트하르팅거가 세치니 백작의 비서로 일하고 있을 때 그를 방문한 적이 있었단다.. 그 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뮐러의 시집을 우연히 발견한 슈베르트는 이 시들을 읽다가 매료된 나머지 이를 그냥 주머니에 넣구서는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시집이 없어진 것을 알게된 란트하르팅거가 다음날 슈베르트를 방문하는데 슈베르트는 어제 뽀려갔던 사실을 이실직고 하고서는 전날 밤에까지 작곡된 일부를 들려줬다고 한다.. 근데 이 이야기는 거의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이야기인거 같고.. 이 판이 일본 라이센스이다 보니 안에 있는 왜국 해설은 이를 그대로 사실인양 떠벌여 놓구 있다.. 암튼 어쨌거나 이렇게 첫 작곡은 1823년 5월에 시작되었지만 병마와 싸우고 오페라 피에라브라스 작곡 등으로 중단되었다가 11월이 되어서야 전곡이 완성되었다.. 슈베르트는 이 가곡집을 아마추어 테너였던 쉔슈타인 남작에게 헌정했는데 전곡이 공개 연주회에서 초연된 것은 1856년이 되고 나서였다..


곡은 얘기했다시피 총 20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목만 봐두 대충의 줄거리가 그려지는 그런 곡들이다.. 머 일관된 이야기를 담은 소위 연가곡집이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는 먼가 졸라 사색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느낌이 드는 겨울나그네에 비해 훨씬 더 직관적으로 팍팍 와닿는 내용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그런갑다..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곡은 첫 곡인 방랑.. 그야말로 젊음의 기운이 뚝뚝 묻어나는 느낌인데 이 곡은 언제 들어도 이제 막 길을 떠나는 먹연한 기대감이랄까.. 머 그런 살짝은 흥분된 듯한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 곡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뭔가 조땠다고 느끼기 전까지의 11곡 나의 것, 12곡 휴식, 13곡 초록색 리본으로.. 얘네덜 역시 좋아라 하는 곡인데.. 젊은이의 말두 안되는 착각과 지 맘대로의 짝사랑에 의한 행복감과 불안감을 정말 음으로 정교하게 새겨 나가는 듯한 느낌을 들려주는 곡들이라 하겠다.. 사냥꾼이 등장한 다음의 곡들은 그야말로 이 젊은이의 찌질함과 한편으로는 불쌍함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데.. 특히 18곡 시든 꽃은 장송행진곡 풍의 반주가 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곡이다.. 사실 가사의 내용이야 오늘날의 정서로는 졸라 이해불가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아니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은데 왜 하필 그 물방앗간집 딸내미라야 되냐고.. -_-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와 딱 들어맞는 듯한 그리고 이를 초월해서 한층 보편적인 정서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의 음악으로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걸작 가곡집이라 하겠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당연히 이 판의 음원인 분덜리히의 노래를 걸어 놓는다.. 정말 5월의 젊은이가 부르는 듯한 노래를 들려주는 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