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하프시코드의 영광..

rickas 2021. 9. 26. 22:25

주말 아침 이른 시각에 일어나서.. 심지어 출근할 때 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다.. 평일에는 알람이 울려도 그 시간에 깨기가 졸라 싫어서리 계속 일정 시간 동안 뭉개고 있기 마련인데 주말엔 그런거 없다.. 걍 벌떡 일어난다.. 역시 나는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게 더 좋다.. -_-ㅋ 예전에 어느 잉간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핳 때 오늘은 회사를 가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머리 속에 그리면서 졸라 기운이 솟는다구 하던데.. ㅅㅂ 내가 해봐서 아는데.. -_-ㅋ 난 그런거 읍더라.. 아침에 눈을 뜨면 노는 날이 더 신나더라는 것은 이 나이를 먹고서도 변하지 않는다능.. 암튼 그건 그렇고.. ㅋ 이제는 휴일에 일찍 일어나서 당연히 골방으로 건너가 음악을 듣는 것이 몸에 붙은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 그러다 보니 이른 시각부터 관현악 곡을 빵빵 때려대다가 이 잉간이 아침부터 쳐돌았나.. 소리를 듣기도 그렇구 해서 시작은 대개 조용한 곡들로 판을 꺼내 올려 놓기 마련이다.. 그게 실내악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독주 악기 연주곡일 수도 있는데.. 요즘은 하프시코드 판들을 많이 꺼내서 듣는 편이다.. 머 그렇다구 내가 이 쳄발로라는 악기를 졸라 애정한다거나 그런거는 아닌데.. 희한하게 쳄발로 판을 이 판 저 판 많이 사재껴 놓았더라.. 판의 내용물도 국적이 졸라 다양해서 영국넘들거, 불란서넘들거, 됙일넘들거, 이태리넘들거 등등 나도 이렇게 다양한 컨텐츠의 판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미처 몰랐었다.. 그래서리 요즘 하나씩 하나씩 곶감 빼먹듯이 꺼내서 소비하고 있는 중인데.. 괜찮은 판들이 꽤 많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아침에 들었던 "The Glory of the Harpsichord" 라는 제목이 붙은 판을 올린다.. 필립스 판으로 라파엘 푸야나가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 판이다.. 이 판을 듣다 보면 하프시코드가 진짜 발현 악기구나 하는 느낌이 바로 올 정도로 녹음이 생생하게 되어 있다..


하프시코드 패밀리의 첫번째 악기는 1400년 경에 태어났다는데 기본적으로 오르간에서 이미 사용되어 오던 키보드와 고대 이후로 사용되었던 손가락이나 도구로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 악기의 원리를 결합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니깐 피아노 같은 경우는 해머가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데 비해 하프시코드에서는 기타로 치면 삐꾸 같은 것이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겠다.. 하프시코드에 관한 얘기는 15세기부터 언급되고 있는데.. 1440년경 헨리 아놀트라는 양반이 쓴 논문에 그 연주 방법 등이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16세기부터 18세기 말까지는 그야말로 하프시코드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데.. 이때는 앙상블 음악에서 새로운 화성을 만들어내는 바소 콘티누오 악기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당시 쏟아져 나오던 독주 건반악기 작품을 위한 매개 악기로서의 역할을 했다.. 오늘 올리는 이 판에 실린 음악은 서유럽의 대부분 국가에서 거의 3세기에 걸쳐 작곡된 작품들이 실려 있는데.. 하프시코드가 솔로 악기로서 얼마나 다양한 분위기와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지 그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판이라 하겠다.. 작곡가들의 국적도 졸라 다양해서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태리 등 그야말로 서유럽의 왠만한 나라는 다 등장하고 있다.. 사실 그래봤자 작곡가들은 걍 알만한 양반들.. 그니깐 C.P.E. 바하라던가.. 스카를라티, 텔레만, 존 불 등인데.. 그 중 좀 특이한 이가 있으니 바로 18세기 말의 스페인 작곡가였던 안토니오 솔레르 되겠다.. 이 양반은 후기 바로크와 고전 시대 전환기에 활동했던 양반으로 비발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제 서품을 받은 작곡가이다.. 그는 당시 스페인의 기악 음악과 교회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건반악기 작품들은 오르간을 포함하여 하프시코드나 포르테피아노를 망라하는 다양한 레파토리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양반 작품이 앞 뒷면에 한 곡 씩 실려 있는데.. 앞면에는 판당고와 뒷면에는 두 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이 담겨 있다.. 재밌는 작품은 판당고인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판당고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적인 민속 무용의 일종인데 보케리니의 기타5중주에 등장하는 판당고의 주제 선율이 그대로 흐른다.. 다만 하프시코드라는 악기의 특성 상 보케리니의 작품에서 들려주는 것과 같은 폭발적인 강약의 표현과 그 사이의 조화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이 판의 연주자인 라파엘 푸야나는 그러한 약점을 졸라 섬세하게 셈여림을 조절함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하려고 애쓰는 듯하다.. 그래서 얘긴데 여기 실린 곡들을 연주하는 라파엘 푸야나의 솜씨가 정말 예사롭지 않은 경지에 이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프시코드로 표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변화를 정말로 섬세하고 미묘하게 들려준다.. 1931년에 태어난 특이하게도 콜롬비아 출신 연주자인데 란도프스카에게서 하프시코드 지도를 받았고.. 파리에서는 나디아 블랑제에게 작곡을 배웠다고 한다.. 1957년 뉴욕 데뷔를 했고.. 1961년에는 보스턴 데뷔를 했는데.. 당시 그야말로 폭발적인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교육에도 상당히 힘을 기울였고 호그우드의 스승이기도 하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솔레르의 판당고를 모니카 포리스라는 연주자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고 더불어서 이 곡의 원래 특성처럼 퍼커션 악기를 함께 등장시킨 연주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