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

rickas 2021. 8. 9. 21:48

내 경우에는 음악을 듣다 보면 숙제처럼 남는 넘들이 꼭 생기는 것 같다.. 원래 내 취향 상 별로 내키지도 않는 음악을 공부하면서 듣는다는 것은 능력도 안 되거니와 졸라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고 걍 귓구녕에 들어와서 좋은 느낌이 드는 곡들만 듣는게 당연한 수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간 내지는 집중력이 요구되는 몇몇 곡들에 대해서는 관심은 무쟈게 가지만 현재로서는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고로 나중에 듣자며 걍 내깔겨 놓는 넘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곡들은 대개 판은 준비를 해 놓구 내가 좀 더 나이가 먹어서 시간이 충분해지면 들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곡들인데.. 솔직히 그게 생각처럼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더 나이가 들면 시간이야 많아질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집중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담두 귀차니즘에 육신과 영혼이 잠식당하기 시작하면.. 이건 약두 읍다.. -_-;; 과연 내가 늙어서도 판을 바꿔 가면서 들을 정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왜냐면 오늘 새벽에 일찍 일어난 김에 골방에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판때기 몇 장 돌리구 났는데 마침 음악 파일 정리해 놓았던 것이 생각나서 그걸 듣기 시작했다는.. 근데 그 편리함이란.. 거기다 소리도 좋고.. 당연하지.. 소리 좋은 소스들만 받아 놓은 거니깐.. 이런 좋은 소리를 일케 편하게 들을 수 있는데 머하러 그넘의 변수도 졸라 많은 판때기를 돌리면서 턴이 어떻네.. 카트리지가 어떻네.. 포노 앰프가 어떻네.. 세팅이 어떻네.. 이게 뭔 X질알임?? -_-ㅋ 머 이런 현타가 오더라.. 모르겠다.. 내가 과연 나중에 시간이 충분할 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현사 전곡, 하이든의 교향곡 전곡, 그리고 바그너의 반지를 비롯한 악극들.. 머 이런 넘들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곰씹어가며 그것도 구태여 LP로 들을 정성이 남아 있을지 조낸 의심스럽다.. 머 정 귀찮으면 걍 파일로 듣지 뭐.. 어차피 졸라 열공할 것두 아닌데.. ㅋ 근데 사실 늙어서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는 지혜로워지는거는 둘째 치고 뻔뻔해지지 않는.. 그래서 염치는 좀 아는 그런 늙은이로 남는게 나한테는 더 중요한 일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대개는 늙으면 지혜로워지는게 아니라 뻔뻔해지더라.. 내 가까운 주변이건 아님 멀리 있는 사람들이건 나이 먹으면서 저 양반은 정말 지혜가 대단하고 젊은 사람들이 그런건 좀 배워야겠구나 하는 양반들은 여태까지 거의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난 지혜까지는 안 바라고 뻔뻔해지지는 말자는 생각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오늘 새벽에 들은 판이 마침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 한 곡이라서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오늘 들은 곡은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 중 한 곡인 7번 소나타이다.. 사실 작품 번호로 10번이니 말이 초기이긴 한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1796년에서 1798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으로 봐서는 그의 나이 이십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그가 비엔나에 정착하게 된 1792년 이후 몇 년 사이에 나름 피아니스트로서 자리를 확고하게 잡는데 성공했고.. 후원자들도 늘어가던 시절이었으니 베토벤으로서는 한창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근데 이 양반은.. 사실 머 딱히 이 양반한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본인만의 색깔이나 개성이 어느 정도는 표출이 되기 시작하는 작품들이 장르 별로 있는 것 같은데.. 피아노 소나타의 경우 이 7번이 그런 위치를 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 꼴리는 대로의 생각이 든다.. 일단 같은 작품 번호로 묶여 있는 먼저 쓰인 두 곡의 소나타 5번, 6번 하고는 규모 자체가 다른데다가.. 각 악장마다 나타나는 뚜렷한 개성과 2악장에서 보여주는 졸라 심오한 정서로 볼 때 베토벤이라는 양반의 포텐이 이제 막 터지려는 준비를 끝냈거나 아니면 이제 막 폭발하는 시점에 왔음을 느낄 수 있는 곡이라 하겠다.. 1악장은 마치 오페라 부파의 서곡처럼 힘차고 활기있는 축제의 느낌을 주는데.. 이게 2악장에서 분위기가 완전 180도 돌변해버리고 만다.. 첨에는 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통로를 지나왔지만 이내 돌아갈 길은 막혀 버리고 절망에 빠져버리게 된 한 인간의 자기 연민과 탄식을 마주하게 되는 듯하다.. 3악장은 그러한 비극적인 정서를 머금은 2악장이 끝나고 등장하기에는 너무나도 극적으로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반짝이는 미뉴에트가 흘러 나온다.. 절묘한 장면 전환이자 분위기의 급변이 아닐 수 읍다.. 아마도 이 소나타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4악장은 아직은 용으로 승천하지 못한 베토벤이라는 이무기가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의심과 갈등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확신을 가져보려는 몸부림 같은 것이 느껴지는 악장이다..


오늘 아침에 들은 판은 솔로몬의 56년 녹음인데.. 그가 남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집에서 극히 드문 스테레오 녹음이다.. 솔로몬은 아쉽게도 베토벤의 32곡 소나타를 모두 녹음하지는 못했지만.. 내지의 해설에 의하면 졸라 다행스럽게도 초기, 중기, 후기의 작품들을 골고루 녹음하였기 때문에 솔로몬의 베토벤을 감상하고 즐기는데는 아쉬운대로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이 양반 연주를 들어 보면 정말 꽉 짜인 정치함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걸 느끼게 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그야말로 음악의 뼈대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성을 가지고 아주 드라이하게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 켐프 영감님의 연주를 들어 보면 확실히 이 영감님의 연주가 훨씬 낭만적이면서 울림이 풍부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뭐 솔로몬 같은 연주도 좋고.. 켐프 영감님 같은 연주도 좋다.. 졸라 줏대 없는 취향이긴 하지만.. 머 내가 개인적인 취향을 논하기에는 워낙에 잘나신 양반들이라 그냥 다 좋아하기로 했다.. -_-;; 연결시키는 링크는 내가 애정하는 또 다른 연주.. 리히터의 1976년 10월 15일 모스크바 실황이다.. 이 연주 역시 죽인다.. 박수 소리도 졸라 콩사탕 느낌이 나지만 연주 역시 콩사탕의 강철대오를 보는 듯한 좀 섬뜩한 느낌이 드는 연주라 하겠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