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비발디.. 딕시트..

rickas 2020. 5. 4. 23:09



요즘은 판을 새로 사는 일이 매우매우 드물다시피 한 일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뭘 줏어 먹겠다구 그렇게 판을 사 제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어째 좀 한심스럽기도 하구 미련스럽게 느껴지기두 하구 머 그렇다.. 저 넘으 쌓여 있는 판을 앞으로 과연 얼마나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아마도 내가 관짝에 해골 눕힐때까지두 한 번두 안 꺼내서 듣는 판들이 꽤 있을 거라는데 오백원 걸 수 있다.. -_-;; 어쨌거나 그러다 보니 흔하지 않은 변두리의 곡들 중에 내가 갖구 있다는 것두 모르구.. 물론 다른 사람의 연주이기는 하지만..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늘 올리는 판두 그런 판 중의 하나인데.. 난 예전에 이 판의 제목이 그냥 '딕시트' 라고만 되어 있어서 뭔가 흔히 알려진 딕시트 도미누스와는 다른 곡인가 싶어서 샀었는데.. 나중에 판을 들을려고 껍닥을 이래저래 살펴보니..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에서 꽤나 오래 전에 찍어낸 판인 듯.. 누가 유럽의 짱깨 아니랄까봐 내지의 해설은 전부 불어로 되어 있고.. 리옴 번호나 작품 번호도 전혀 붙여져 있지 않은 족보도 모르겠는 곡이 실려 있는 판이었는데.. 듣구 보니 ㅅㅂ 내가 갖구 있는 비발디의 딕시트 도미누스 RV 594 그 곡이더라.. -_-ㅋ 물론 내가 원래 갖구 있던 비토리오 네그리의 판이 무슨 이 곡의 결정적인 명연주를 담은 판이어서 다른 판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쓸데 없는 판을 샀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 판을 들어 보면 뭐 그리 중뿔나게 잘난 면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데이터를 좀 찾아 봤더니.. 이 판에 실려 있는 에프리키안 지휘의 연주가 바로 세계 최초의 이 곡 녹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언제 녹음인가 봤더니 1967년 녹음.. 이 판을 듣다 보면 동시대의 데카나 필립스 녹음이 얼마나 훌륭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녹음이 완전 개떡이다.. 무슨 왜정 시대 유성기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가 나오길래 판이 졸라 후져서 그런가 하구 타이달에서 동일 녹음을 찾아서 들어 봤더니.. ㅅㅂ 원래 녹음이 후졌.. -_-;; 머 녹음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사실 요즘이야 비발디가 졸라 흔해 빠진 인기 있는 작곡가가 되었지만.. 예전에 얼마 안 되는 비발디 연주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양반이 바로 에프리키안이고.. 그의 선구적인 노력으로 이 곡이 최초로 녹음된 판이라는 것으로 이 판의 가치를 걍 퉁쳐두 되지 않을까 싶다..


비발디의 딕시트 도미누스는 오늘날 총 세 곡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너댓명의 솔로이스트와 더블 콰이어로 이루어진 열 개 내지 열 한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리옴 번호 594, 595, 807 이렇게 세 곡인데.. 이들 중 807번 곡은 갈루피의 곡으로 알려져 있다가 2005년에서야 비발디의 곡으로 인정되어 카탈로그에 들어갔다고 한다.. 물론 제일 널리 알려진 곡은 이 판에 실려 있는 594번 작품이다.. 예전에 에프리키안이 지휘한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 판을 소개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태리의 현대 음악가였던 카셀라라는 양반이 이 스타바트 마테르 한 곡만으로도 비발디라는 이름은 음악사에 졸라 뚜렷한 족적을 남길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레발을 떨었다는 얘기.. 근데 비발디의 종교 음악을 비롯한 성악곡들을 듣고 있자면 머 굳이 스타바트 마테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어떤 곡을 골라도 충분히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곡 딕시트 도미누스 역시 그렇다.. 머랄까.. 성과 속의 완벽한 조화라고나 할까.. 비발디가 비록 날라리 사제였던데다 머 그리 중뿔난 신앙심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가 살아 생전 파문 당하는 일은 없었고.. 나름 종교 음악을 꾸준히 써 왔던 이력을 생각해 보건대.. 그의 종교 음악에서 느껴지는 세속을 살짝 초월한 듯해서 어라 이건 머지.. 하구 간혹 당황스럽게 만드는 아름다움은 그가 자신의 신앙심에 대해 세상에 내어 놓은 답장이 아닐까 싶다.. 이 곡 역시 솔로가 부르는 아리아에서 그런 느낌이 두드러지는데.. 적당히 세속의 때가 묻어서 인공적인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신을 찬미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워낙에 비발디 빠돌이라 그렇기는 하겠지만.. 이 양반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나 조또 무슨 거창한 철학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인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직접적으로 그치만 탐미적이면서도 품위 있게 드러낸다는 면에서 졸라 특별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에 그의 자취를 좀 따라가 보고자 베니스를 다녀 왔던 것이 지금 코로나 시국을 생각해 보면 정말 잘 다녀왔지 싶다.. 이 판의 껍닥에 있는 성 마르코 광장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또 가구 싶어서 온 몸이 근질거린다만 세상이 이 꼬라지라 올해는 튼거 같다.. 베네치아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구.. 스트라빈스키가 비발디는 똑같은 곡을 수백번 고쳐 쓴 사기꾼이라고 혹평을 했다지만.. 머 그거야 그 양반 생각이구.. 난 어차피 그 양반 음악은 아오안이니깐.. 비발디의 특별함은 오늘 올리는 판에 담긴 곡 딕시트 도미누스에서도 여전히 찬란하게 빛난다..


연결시키는 링크는 기스리에리 콰이어 앤 콘소트의 2018년 1월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공연 실황이다.. 영상에 달린 댓글에 보면 졸라 골때리는 얘기를 누가 써 놨더라.. 궁극의 철학적 질문.. 삶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인가? 비발디를 듣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머 이런 심각한 개똥철학을.. ㅋ



지금 보니 위에 동영상이 여기서는 바로 플레이가 안 되고 유튭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링크도 하나 걸어 놓는다.. 콜레기움 오르페우스의 연주라는데.. 걍 오디오 파일만 실려 있는데 나름 소리가 괜찮길래 이것두 연결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