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만의 피렌체.. (1)
정확히 딱 십년 만에 플로렌스를 다녀왔다.. 십년 전에는 일 때문에 방문했던 것이라 그야말로 주마간산으로 대충 보면서 돌아 다녔는데.. 이 때 넘 감동을 때려서리 식구들이랑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건만.. 머 이래저래 미루다가 올해가 되어서야 함께 다녀올 수 있었다.. 머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여태 안 갔었나 싶기도 하구.. 암튼간에 아르노 강과 베키오 다리를 다시 보니 무쟈게 반갑더라.. 아무리 조상님 덕에 먹구 사는.. 과거를 팔아서 생활을 하는 도시라고는 하지만.. 어쩜 십년이 지났는데 변한 것이 없냐.. 하다 못해 당시 묵었던 호텔 옆의 코딱지 만한 구멍가게 조차도 그대로더라.. 졸라 울 집 앞에 붙어 있는 경축! 천지개벽 수준의 영동대로 개발 계획 확정!! 같은 플래카드가 익숙한 정서로 보기에는 아니 이런 조낸 불편한 좁은 골목길과 그지 발싸개 같은 건물들을 걍 확 밀어 버리구 졸라 초고층 랜드마크부터 세워야 할 것 같지만.. 나같이 진취적인 기상이 조또 엄는 들떨어진 잉간은 이런 변화가 없는 도시가 넘 조타.. 근데..넘 더워서 아주 뒤지는줄 알았다.. 37도나 38도는 기본.. 슈발.. -_-;; 그 와중에 내가 이팔 청춘으로 착각하고 계획을 좀 빡씨게 세웠더니.. 그게 완전 오산이었음.. 정말 징글징글하게 더워서리.. 아마도 한 석 달치 먹을 물을 그 며칠 새에 다 마셔버릴 기세로 퍼마시구.. 틈만 나면 젤라또를 졸라 퍼먹긴 했지만.. 밖은 어쩔 수 없다구 쳐도.. ㅅㅂ 건물 내부라도 냉방 좀 제대로 해라 이 색퀴들아..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능.. 머 그리 더워서 개고생을 했지만서두.. 이 글을 치구 있는 지금.. 또 가구 싶다능.. -_-ㅋ
내가 ㅅㅂ 서울 르네상스라는 ㅈㄹ을 할 때부터 르네상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 하두 얼척이 없어서리 르네상스 예술에 대한 이 책 저 책을 사서 보군 했던 기억두 난다.. 머 막연하게나마 예전부터 갖고 있던 르네상스에 대한 호감은 소위 시대의 패러다임이 뒤집어 엎어졌다는 것 자체에 관한 것이었고.. 비록 신과 인간이 어느 정도 혼재가 되어 있기는 했지만서도 당시의 과학적이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림이나 조각으로 점차 발전되어 가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나 조각을 책에서 볼 때마다 가심이 벌렁거리곤 했다.. 그치만 사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자면.. 내가 알구 있는 얄팍한 지식으로 매도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페스트로 사람들이 떼로 죽어 나자빠지면서 에라 ㅅㅂ 세상 머 있나.. 살아 있을 때 이쁘구 멋지구 한 것들을 즐겨야겠다는 의식이 싹텄을 것이고.. 특히나 수도사들은 떼로 몰려서 생활을 하다 보니 페스트에 더욱 취약하여 그야말로 교회는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는데.. 마침 동네 고리대금업을 하던 돌쌍놈들이 부자가 되면서.. 주로 은행업을 하는 것으로 포장되더라.. ㅋ 하여간 얘덜은 잉간 취급도 못 받구 죽은 우리 조상님들을 예배당에다 모실 수 있도록 그지꼴이 되어 버린 교회에 자금을 대면서 자기들만의 예배당과 묘자리를 쓰게 되는데.. 이 때 동네 잘 나가는 그림쟁이나 조각쟁이들을 불러서 여봐라.. 우리 예배당이 쟤네 것보다 졸라 더 화려하구 이쁘게 꾸미거라.. 하다보니 오늘날 우리가 걸작으로 여기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얘기로 압축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메디치 가문이 머 조낸 대단한 가문인 것처럼 포장은 되었지만.. 물론 잘 나갈 때야 대단했지만.. 근본은 없는 고리대금업자 집안이라는 것이 맞을 듯.. 머 그렇다고 그 집안이 이룩한.. 물론 거래 관계에 의한 것이기는 했지만서도.. 예술적인 업적은 오늘날의 우리 입장에서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엄청난 축복의 유산이 아닐 수 음따.. 아무튼 그런 훌륭한 예술가들이 무지막지한 걸작들을 거의 동시대에 우르르 토해내게 만든 토대와 분위기를 이끌었던 대단한 가문이었다고 하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오늘은 이번 플로렌스 여행에서 내가 정말 보구 싶었던.. 그리고 감동을 때렸던 그런 조각부터 올려 볼란다.. 특히나 도나텔로의 조각들은 그 무생물에서 느껴지는 불가사의한 생명력으로 인해 이번 여행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더라.. 사실 얘들은 우피치나 바르젤로, 아카데미아, 팔라티나 등등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이 거의 자기네 나라 예술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약탈한 작품들로 꽉꽉 채워 놓은 북쪽의 미개했던 색퀴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우선은 오르산미켈레 교회 안의 은총의 성모 마리아 조각이다.. 이 교회는 원래 교황이나 주교 등과 같은 종교 권력에 의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당시 신흥 상인들의 연합체인 길드가 세운 교회라 여타 다른 교회들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하겠다.. 머 여기도 식량의 주권을 둘러 싼 기존 종교 세력과 평신도들을 기반으로 한 신흥 세력들의 전쟁과도 같은 다툼이 있었고.. 그 와중에 원래 교회에 있는 기적을 행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은총의 성모 마리아 그림이 불에 홀랑 타버리면서 현재의 그림으로 복원된 것이라 한다.. 그림은 조토의 제자인 다디의 작품인데 그럼 이 그림을 왜 이런 정교한 조각으로 둘러 쌓았느냐.. 하면 이 교회의 2층은 곡물 창고였는데 그 때문에 실내에 먼지가 졸라 많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예 당시 피렌체 정부에서 이 그림이 있는 장소를 대리석 조각으로 둘러 쌓았다는 것이라 한다.. 조각은 당대 잘 나가던 조각가 오르카나의 작품인데.. 가까이서 보자면 그 정교함과 화려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능..
다음은 산조반니 세례당의 동쪽 문짝인데.. 기베르티가 구약에 나오는 열 가지 이야기를 청동으로 만든 이 문짝에 새겨 놓았다.. 그것도 27년이라는 세월에 걸쳐서.. 진짜 대단하지 않냐.. 근데 이 문짝을 보신 미켈란젤로 슨상께서 그 아름다움에 졸라 감탄을 하사.. 여봐라.. 이를 천국의 문이라고 불러 마땅하겠느니라.. 머 그리 되면서 천국의 문이 되었단다.. 사진은 두오모 박물관 안에 보관되어 있는 것인데 금박을 입혀 놓아서 그런지 그 화려함이 조각의 정교한 생동감을 오히려 압도해버리는 느낌이다..
다음은 두오모 박물관에 있는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 이건 증말 보자마자 허걱..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그 머랄까.. 심연에서부터 쥐어짜 내는 듯한 인간의 고통과 회한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뚝뚝 흘러 내린다고 해야 하나.. 도나텔로 슨상님.. 증말 대단하십니다.. 가기 전부터 보고 싶기도 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충격적이었던 작품이다..
이건 두오모 박물관에 있는 미켈란젤로 슨상의 피에타 되시겠다.. 바티칸에 있는 피에타가 20대 초반에 완성된 작품인데 반해 이 작품은 그의 두 번째 피에타로 미완성인 상태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희한한건 그의 나머지 두 개의 피에타 역시 미완성이라는 것.. 이 피에타는 등장 인물이 좀 되는데 성모와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뒤에서 시신을 부축하고 있는 이는 바리새인이었던 니고데모라고 한다.. 망연자실한 두 여인의 슬픔이 거칠면서도 미묘하게 드러나 보인다..
이건 도나텔로의 예레미아..
다음은 도나텔로의 주코네.. 대머리가 애호박을 닮아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는데.. 마치 눈 앞에서 바로 말을 걸어올 듯한 생동감이 넘친다.. 실제로 도나텔로의 조각들은 워낙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들로 당대에도 유명했고.. 도나텔로 그 자신 역시 이 작품을 제작할 때 말을 걸었다는 일화가 바사리가 쓴 그의 전기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 다음도 역시 도나텔로의 생각에 잠긴 예언자.. 졸라 무슨 생각을 하구 계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으로 보아서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능.. -_-;;
이거 역시 도나텔로의 수염 없는 예언자라는 작품이다.. 사실 그의 작품을 보면 같은 두오모 박물관에 쌔발려 있는 피사노의 작품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데.. 무생물에서 느껴지는 생명력 내지는 생동감이라는 면에서 그야말로 군계일학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이번 피렌체 여행으로 난 완전 도나텔로의 빠돌이가 되어버린 듯하다능.. -_-;;
시에나 박물관에서 만난 도나텔로의 성모자 상이다.. Madonna del Perdono로 알려져 있다는데.. 자비로우신 성모 마리아 정도 될라나 모르겠다..
역시 시에나 박물관에서 보았던 피에타.. 상당히 초창기의 작품 같은데.. 인체적 비례나 현실적인 실체감으로 볼 때 유치한 수준일 수 있지만.. 그 표정과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통과 슬픔의 감정은 가히 쇼킹할 정도다..
다음은 베키오 궁전에 있는 미켈란젤로 슨상님의 승리의 수호신이라는 작품이다.. 이것도 미완성으로 그가 죽을 때까지 작업실에 남아 있었던 작품이라고들 한다.. 젊은 넘이 늙은 포로를 꿇려 놓구 있는데 이는 피렌체가 시에나에 승리를 거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다음은 베키오 궁전에 있는 도나텔로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따는 조낸 극적인 장면인데.. 완전히 지친 상태에서 베키오 궁전을 오밤 중에 갔던지라.. ㅅㅂ 덥기는 왜 그리도 덥던지.. 걍 대충 찍구 말았다능..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번에는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바르젤로 미술관에 있던 작품들을 올릴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_-;; 사실 그림도 좀 올릴 것들이 있구.. 플로렌스 뿐만 아니라 토스카나 지역의 눈부셨던 풍광도 좀 올려볼라 했는데 요즘 블로그질을 하는 꼬라지로 보건대 기약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