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 음악의 헌정..
다른 대부분의 바하의 작품들과는 달리 음악의 헌정은 언제 그 작곡이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날짜가 알려져 있다.. 이는 1747년 5월 7일이었는데.. 그날은 바로 포츠담에서 있었던 프리드리히 대왕과 라이프치히의 칸토르의 역사적 만남이 있던 날이었다.. 저녁 시간에 실내악이 관례대로 연주되던 자리에서 이 프러시아의 왕은 포르테 피아노로 가서는 주제를 연주했고.. 이를 받들어 바하는 이 주제를 3성의 푸가로 변주하게 된다.. 며칠 후 이날 있었던 군주와 위대한 음악가 사이의 만남은 베를린, 함부르크,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등의 여러 신문과 매체에 실리게 되는데.. 이러한 특별한 이벤트는 바하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있어서 클라이맥스를 보여 주는 증빙이 된다 하겠다..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후 바하는 왕이 제시한 주제를 바탕으로 열 세개로 이루어진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완성된 작품은 이미 그 해 9월에 출판업자에게 넘겨졌고 바하는 이를 자비를 들여 출판했는데.. 졸라 특별히 머찌게 장정을 해서리 한 카피를 왕에게 진상을 올렸다고 한다.. 불행히도 6성의 리체르카레를 제외하면 오리지날 사본은 한 개도 남겨지지 않았고.. 또한 첫 번째 에디션의 페이지가 출판업자에 의해 완전히 엮여지지 않는 바람에 이 열 세곡의 순서.. 그니깐 바하가 원래 원했던 그 순서에 대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설왕설래만 있었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1980년 미국의 음악학 연구가였던 어슐러 커켄데일이 저널 오브 아메리칸 소사이어티에 아티클을 하나 발표하는데.. 제목이 바하의 음악의 헌정에 대한 근원이라는 것이었긔.. 여기서 그녀는 바하의 음악의 헌정과 로마의 웅변가였던 퀸틸리아누스의 열 두권의 수사학 교본인 웅변교육론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규명하게 된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음악의 헌정의 각각의 파트가 이 웅변교육론과 차례대로 매칭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모델이 과거 바하 시절의 판본에 있었던 순서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는 것.. 각각의 연결은 이렇게 된단다.. 즉, 첫 번째의 리체르카레는 청중의 흥미를 일깨우는 것, 두 번째의 캐논은 논거에 대한 축약된 설명, 세 번째 캐논은 엄청난 세부적인 장식을 갖고 시작되는데 다섯 가지 성질로 특징지어지는 기다란 나레이션이다.. 그 다섯 가지 성질은 자연스러움, 흉내, 누가봐도 명백한 용이성, 고귀함, 명확성이라고 한다.. 네 번째 푸가는 다른 주제로의 이탈, 다섯 번째의 리체르카레는 연설의 두 번째 중요 주제에 대한 소개, 여섯 번째 부분은 두 가지 가능성 있는 형태에 대한 논의, 일곱 번째 부분은 소나타와 캐논인데 연설의 결론으로서 두 가지 형식의 모델을 다시 언급하는 것이고.. 이는 소나타와 캐논이 되겠다.. 해설을 읽다 보니 꽤 흥미로운 연구 결과였던 듯..
암튼간에 머 그런 건 아무래도 좋고.. 이 곡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역시 서울음반에서 텔덱의 음반을 찍어내기 시작하던 대딩 시절이었는데.. 아르농쿠르와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의 연주가 실려 있는 판이었다.. 사실 그때야 머 지금에 비함 감수성이 졸라 예민하던 때라 첨 흘러 나오는 약간은 찐따스러운 주제.. ㅡ,.ㅡ 이런 주제를 가지고 오만가지 형상으로 천변만화를 시켜 나가는 곡에 졸라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면서 들었던 것.. 첫 번째로 나오는 3성의 리체르카레가 쳄발로 독주로 길게 이어진 후 등장하는 캐논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비올라, 감바의 오묘한 울림.. 그리고 또 다시 짤막한 쳄발로 독주로 이루어진 숨막히게 아름다운 캐논.. 하여간 당시에는 그 머라고 해야 하나..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이라고 할 만한 감동을 그저 음악만으로 느꼈었다.. 근데 지금은.. 머 들음 좋기는 한데.. 그리 감동의 파도까지야.. -_-ㅋ 하긴 당시는 내가 바하가 워낙에 대단하신 양반이라는 관념에 꽉 잡혀 있던 때라.. 머 지금도 그런 생각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잘난 양반들도 많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꽤나 희석되긴 했다.. 당시 바하의 푸가의 기법을 듣고도 이 곡에 버금가는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한 감동을 때리면서 그런 관념이 확고 부동하게 자리잡던 때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올린 판은 린데 콘소트의 연주가 실려 있는 판이다.. 악기 구성은 아르농쿠르의 판과 거의 동일한데.. 좀 다르게 들리는 것은 플룻의 소리.. 플룻의 소리가 현 위로 나대지 않고 그 안으로 묻혀지는 듯한.. 그래서 좋게 말하면 좀 더 안정감 있는 소리로 들린다는 것.. 근데 일곱 번째 부분에서 등장하는 트리오 소나타는 정말 이 곡만 따로 떼어 놓고 봐도 상당히 길이가 긴 작품인데.. 왕의 기호에 맞추느라 일부러 화려하게 작곡되었다고는 하지만.. 느린 악장에서 느껴지는 우아하면서 단정한 비감은 정말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