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헨델.. 서곡집..

rickas 2012. 9. 16. 23:52

 

 

아침에는 간만에 헨델을 꺼내 들었다.. 그의 서곡들이 실려 있는 판.. 레이먼드 레파드가 잉글리시 체임버를 지휘한 판이다.. 헨델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걍 부담이 없다.. 머 복잡하거나 심오하거나 한 듯한 그리고 이를 강요하는 그런 교조적인 냄새를 풍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먼가 알맹이가 없어서 허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닌.. 적당히 세속적이면서도 인간 군상들의 희로애락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어느 잉간이 그런 말을 지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하가 음악의 아부지이고 헨델이 음악의 어무이 타령.. 정말 그럴 듯한 대비이긴 하다.. 그래도 이 말이 맘에 안 드는 것은 음악이 지덜 것들만 있는게 전부라는 듯한 재수 없음이다.. 음악의 이모나 외삼촌은 왜 없냐.. -_-ㅋ

 

18세기 런던에서 헨델의 인기에 대한 가장 흥미있는 지표 중의 하나는 그의 오페라의 서곡들이 개별적으로 콘서트 프로그램에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가 하는 빈도였다.. 많은 서곡들이 그 자체로서 아주 유명해졌고.. 음악 역사학자였던 버니 박사는 위엄있고 고상한 정신으로 가득찬 매력적인 작품들이라고 찬사를 늘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 중 극히 일부만이 왕립 극장이나 다른 곳에서 오페라의 형태로 공연되었고 그냥 청중들에게는 더욱 단순한 형태인 서곡의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물론.. 헨델의 오페라 서곡이 로맨틱 오페라의 상징 역할을 한 서곡처럼 줄거리나 등장 인물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 청중들은 오늘날 같지가 않아서 콘서트 장에서는 상당한 소음이 존재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오페라의 서곡은 청중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이 주된 임무였기 때문에 상당히 전통적인 양식에 의거해서 만들어졌다.. 헨델의 모델이 되었던 것은 17세기 륄리에 의해 완성되었던 프랑스 스타일이었다..느리고 먼가 불길한 전조를 알리는 듯한 도입부가 지나고 나면 두 개의 빠른 섹션이 따라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이 느리고 서정적인 악장에 의해 분리되기도 했고 막판의 알레그로는 확연하게 대위법적인 성격을 갖기도 했다..

 

오토네 서곡은 1723년 왕립 극장에서 처음 연주되었는데 이러한 양식.. 즉, 팽팽하게 긴장된 구조를 가지고 확연한 경계가 있으면서 현저하게 간결한 그런 양식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헨델의 상상력은 이러한 경직된 패턴을 그대로 활용하는 그런 식은 아니었다는데 그의 졸라 위대함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뉘앙스를 들을 수 있듯이 음색의 범위나 흥미를 끌게 하는 구조의 기발함이 헨델의 작품에는 있었다.. 오토네가 작곡된 이후 12년 뒤에 알치나가 작곡되었는데 이 당시의 헨델은 훨씬 더 유연한 면을 보여 준다.. 그의 가장 탁월한 오페라 작품 중의 하나인 이 작품에서 헨델은 특이할 정도로 확장된 아다지오 도입부를 들려주고 있으며 자유로운 푸가 형식의 눈부신 알레그로가 뒤를 잇는다.. 그 뒤를 이어 풍부한 멜로디 라인을 지닌 뮤제트와 미누엣이 나오게 되는데 이는 모음곡의 영향이 분명하단다.. 그러나 양식의 자유로움과 전체 오페라를 관통하는 다양한 분위기와의 관계 역시 이 서곡의 뛰어난 부분이라 하겠다..
때때로 헨델은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다시 쓰는 작업을 하곤 했다..  에스더의 서곡 역시 원래는 사적인 공연을 위한 가면극에 사용될 목적이었고 기원은 훨씬 전에 작곡된 트리오 소나타로 추정된단다.. 확실히 이 곡의 간단한 3악장으로 이루어진 구조는 전형적인 기악곡의 구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그러한 추정이 맞는 듯하다.. 이 서곡에서의 선율적 풍부함은 알치나의 서곡과 마찬가지로 매우 대중적인 인기를 끌만하다..
그러나 헨델이 오페라의 서곡을 그 뒤를 따라 나올 것들의 분위기에 적합하도록 맞추려고 노력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며 이를 무시하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다.. 이러한 경향은 그의 다른 서곡들인 포로, 로타리오, 올란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헨델의 오페라 서곡들은 특징적이고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풍부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오페라 세리아의 내면적 활력 역시 그 안에서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깐 바로크 오페라가 졸라 메마른 허접한 것이라는 명예 훼손을 오늘날 떨쳐버리게 된 것은 우리 시대의 미학적 성공 중의 하나가 되겠고.. 오페라 세리아는 음악에 있어서의 가장 풍부한 상상력을 나타내는 역할을 끊임 없이 중실히 수행해 왔는데.. 따라서 헨델 역시 그러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성취라는 인류를 위한 업적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근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서곡들만 모아서 듣고 있자니 그넘이 그넘 같은 불충한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아님..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