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6번..
날씨가 벌써 여름으로 접어드는 것 같다.. 어제는 교외를 나갔었는데 상당히 덥더니만 오늘은 장난 아님.. 사무실에 벌써 에어컨을 틀어제끼는 잉간들까지 발생.. ㅋ 창밖을 내다 보니 5월은 신록의 계절이라고 하건만 신록이고 뭐고 바로 녹음으로 직행하는 듯한 포스가 느껴지더라.. 젠장.. 화끈한게 빨라서 좋다.. 더우면 덥고.. 추우면 춥고.. ㄴㅁ 회색 지대는 날씨건 인간사건 점점 줄어드는 듯.. 어중간한 꼴을 못 봐주는거징..
암튼간에 신록인지 녹음인지 바깥에 때깔이 좋다 보니 문득 베슨상님의 전원이 듣고 싶어져서리 점심 시간에 인터넷으로 잠깐 들었는데.. 좋더라.. 어렸던 시절 그의 교향곡 중에서 5번 다음으로 빨리 친해진 교향곡이 6번이었는데.. 머 당시는 이넘의 음악이 전원 생활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나타낸 것인지 아니면 풍경을 나타낸 것인지는 알 바 아니었고.. 그저 멜로디가 질알 맞은 --;; 5번에 비해 너무나두 평화롭고 아늑한 느낌이 좋아서리 들었던 것 같은데.. 젤루다 이 6번 교향곡에 뻑이 갔던 것은.. 푸르트뱅글러도 아니었고.. 만인이 줄기차게 입에 올리는 발터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내가 무신 졸라 미식가적인 취향을 가져서리 클뤼탕스나 이세르슈테트의 연주는 더더구나 아니었으니.. 바로 만화를 보면서였다.. -_-ㅋ 만화는 만화인데.. 상당히 특별했던 만화.. 디즈니에서 만들었던 판타지아였다.. 아마도 때는 내가 중딩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 연합고사 보기 일주일 전 쯤이었는데 머 연합고사 공부는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가 대세였고.. 일욜에 집구석에 짱박혀서 공부만 하기도 지겹구 해서.. 친구 색히를 불러내서 영화를 보러 갔다.. 딱히 볼 만한 것두 없었구.. 아마도 당시에 로미오와 줄리엣하구.. 판타지아를 후보에 올려 놓구 저울질을 했던 것 같은데 당시에 시커먼 남자 중딩 색히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기를 바라는 것은 좀 오바질이구.. 아마도 당시에 우리덜이 올리비아 핫세에 필이 꽃혀 있었음 그 영화를 보았겠지만 당시 중딩 색히덜의 아이돌은 소피 마르소와 피비 케이츠였다.. -_-ㅋ 암튼 그래서리 걍 아무 생각 없이 판타지아를 보았는데.. 보구 나서 집에 들어 와서는 아마도 기억에 졸라 욕을 쳐 먹었던 것 같음.. 아무리 별 볼일 없는 시험이라지만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요지였을 것인데.. ㅋ 근데 그게 별루 귀에 안 들어 오던 것이 이 만화영화를 보구서는 나름대로 졸라 쇼크를 먹은 상태였기 땜에 그 장면 장면에 뻑이 가서 다른 거는 별로 귀에도 눈에도 안 들어오더라.. 시작할 때의 토카타와 푸가부터 마치 먼가에 머리통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주더니만.. 호두까기 인형에서의 꽃씨와 요정들의 춤.. 그리스 신화의 장면들과 어우러지는 전원 교향곡.. 동물의 왕국 같은 시간의 춤 등등.. 세상에.. ㅅㅂ 상상력이라는 것을 저 정도까지도 뻗칠 수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쇼크의 연짱 콤보가 영화를 보는 내내 작렬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 하두 인상이 깊었던지라 DVD로 발매되고서는 바로 사서 무척이나 오랜만에 다시 보았는데.. 세월은 흘렀으되 역시 대단한 상상력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이 들더라.. 애녀석 한테두 어렸을 때부터 이 DVD를 보여 줬더니 덕분에 제일 먼저 친해진 베토벤의 교향곡이 6번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나 애녀석이나 6번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판타지아의 그 장면들이 연상되는 공통 분모가 생긴 듯..
가장 최근에 꺼내서 들은 판은 슈미트 이세르슈테트의 연주.. 이 판 역시 데카의 와이드 밴드인데.. 소리도 소리지만.. 비엔나 필의 연주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를 그대로 들려 주는 듯한 그런 사운드를 쏟아내 준다.. 무척이나 훌륭한 판이라는 생각은 분명히 드는데.. 역시나 내가 제일 맘에 들어하는 연주는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발터 슨상님의 연주다.. 컬럼비아 심포니라는 오케스트라 자체가 기능적으로 보자면 물론 비엔나 필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발터의 휘하에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그런 것으로 왈가왈부할 만한 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특히나 5악장에서 느껴지는 발터 특유의 오금이 저릴 듯한 황홀한 리듬감은 도저히 다른 연주에서는 느끼질 못하겠는데 이게 걍 나만의 꼴리는 대로의 느낌이긴 하더라도.. 그런걸 어쩌겠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