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슈베르트.. 교향곡 9번..

rickas 2011. 12. 4. 23:53

 

 

사는게 후달릴 때 슈베르트를 듣는다.. 머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신 크나 큰 위안이나 용기를 쥐어 주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냥 옆에서 내 얘기를 들어주는 듯한 그런 음악을 들려 주는 것.. 그래서 슈베르트를 듣는다.. 이래저래 세상사가 무쟈게 복잡하지만..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당장 내 앞에 떨어진 일들이 꼬여 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견디기 힘들다.. 내 자신을 포함하여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금이 가고.. 그러면서 자존감에 대한 상처를 받게 되고.. 머 이런저런 주댕이들이 설쳐대기 시작하구.. 그런게 반복이 되다보면 졸라 피곤의 극한 상황이 오게 되는 것.. 그러다 보면 그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적의감을 품은 독기랄까.. 그런 것 밖에는 남게 되지 않는 듯.. 이럼 안 되는데.. 하여간 이럴 때 슈베르트를 들으면 일단 내 자신은 분명히 한 순간이지만 위로를 느끼게 되고.. 그런 맛에 슈베르트를 찾곤 한다..

 

교향곡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교향곡이 머냐.. 라는 ㅂㅅ같은 질문은 좀 그렇고.. 좋아하는 것들이 좀 많아야지.. 어쨌건 그 중에서 각별히 좋아하는 축에 들어가는 곡이 바로 슈베르트의 9번 교향곡이다.. 이 곡을 첨 듣게 된 것은 중딩 시절 집에 있던 테잎이었는지.. 판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암튼 당시에 첨 들었고.. 내 기억에 그 때의 곡 해설에는 대충 이런 얘기가 써 있었던 것 같다.. 머냐면.. 슈베르트의 9번은 베토벤을 무쟈게 흠모해서리 그를 어떻게든 닮아보려고 노력을 무쟈게 했지만.. 아쉽게도 이는 설익은 공갈포에 그치고 말았고.. 오히려 그는 8번 교향곡의 세계에 더욱 더 천착을 했어야 한다.. 라는 평이 워딩은 정확하지 않더라도 대충의 뜻은 분명히 이랬던 것 같다.. 당시에 내가 8번은 집에서 워낙 많이 듣는 곡이다 보니 무쟈게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9번을 들으려다 보게 된 해설이어서 그런지 머리 속에 상당히 선명하게 남은 것 같다.. 그래서 들으면서 이 해설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았고.. 그리 큰 영감이나 느낌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그냥 그런 음악으로 내팽개쳐 버리고 만 것.. 근데 이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런 캐허접 평론가 색히덜의 쓰레기 글이야말로 얼마나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해악을 끼치는 것인가에 대한 전형적인 예가 아니었나 싶다.. 머가 어쩌구 어째.. 이건 설익은 공갈포가 아니라 오히려 이 하나로 완벽한 완전체이다.. 물론 완전체라고 하니 어떤 분 생각이 나서 별로 어감은 안 좋지만.. -ㅁ- 암튼.. 이 곡은 그런 쓰레기들이 되는대로 써갈길 만한 그런 곡이 아니라는 것.. 난 거기다 500원 건당.. -_-ㅋ

 

이 9번 교향곡을 듣노라면 꼭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 곡을 대딩 때 엄청시리 좋아하게 되면서 무쟈게 많이 들었는데.. 특히나 인상 깊게 들었던 곳이 예전에 인사동에 있던 하가라는 조그만 까페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은 마치 일제 시대의 음악 다방 분위기가 나는.. 베토벤이나 슈베르트가 흘러 나오고.. 시인이나 머 기타 예술가 나부랭이들이 죽치구 앉아서.. 대구리 쥐어 싸매구 담배를 펴대는 그런 장면이 연출될 법한 그런 공간이었는데.. 여기서 흘러 나오던 9번 교향곡의 2악장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교향곡을 들으면 시공간이 훌쩍 건너 뛴 어느 과거의 공간에 내가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요상한 기분이 드는 것..

 

슈베르트의 또다른 C장조 교향곡과 구별하기 위해 Great를 붙이는데.. 그의 생애 마지막 해에 작곡이 되었다.. 비엔나 필하모닉 소사이어티는 이 곡이 졸라 어렵다고 해서 연주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생전에는 이 곡이 연주되는 것을 보지 못했고.. 악보는 그가 죽은 후 그의 형 페르디난트의 손에 넘겨졌다고 한다.. 그러다 11년 후.. 슈만에 의해 이 곡이 발견되었고.. 상당히 잘린 상태로 멘델스존에 의해 초연이 이루어졌다.. 파리나 런던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리허설을 거부하기도 했다는데.. 특히나 4악장에서 요구되는 스태미너를 쫓아갈 수 없어서 그랬다고 하는데 아마도 오늘날과 비교하면 이래저래 졸라 허접했던 듯.. 하여간 오늘날에는 고전적 양식과 낭만적 정서가 완벽하게 조화된.. 장대한 위엄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무엇보담도 슈만이 얘기했다는 천국과 같은 길이.. 라는 평이 무척이나 맘에 와 닿는다.. 사실 내가 천국의 길이는 안 가봤으니 모르겠고.. 그저 끊임없이 솟아 오르는 멜로디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그리고 이의 전개가 필설로 형언할 수 없게 환상적인.. 그런 곡이다..

 

워낙에 좋아하는 곡이다 보니 꽤나 이판 저판 긁어 모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머니머니 해두 대딩 때 결정적으로 맛이 가게 만들어 준 푸르트뱅글러를 걍 제낄 수는 없지만.. 이건 모노라서 요즘 같이 내가 타락한 상황에서는 잘 안 듣게 되고.. --; 걍 스테레오로 녹음된 거 아무거나 내키는대로 꺼내 듣는다.. 오늘 꺼내 들은 것은 바비롤리의 할레 오케스트라 연주.. 멘체스터가 요즘은 두 팀이 나대다 보니 축구로 꽤나 북적대는 듯한데.. 할레 오케스트라라는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있던 동네라는 것..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듣다 보면 어마무시한 뻑쩍장대 스케일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탄탄한.. 잘 짜여진 야무진 소리를 들려 줘서 즐겨 듣는 판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