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피기.. 옛 춤곡과 아리아..
아 졸라 덥다..
이게 무신 날씨냐.. 열대우림 기후가 되어 가는 것일까.. 걸핏하면 하늘이 껌껌해지구.. 그러다가 비가 쏟아지구.. 또 해가 나구.. 근데 문제는 비가 쏟아지구 난 후에도 기냥 찐다는 것.. 참 골때리는 날씨로다.. 아니.. ㅅㅂ 안팎으루다 미쳐서 돌아가니 날씨도 미친 것이 틀림읍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미친 날씨가.. 내가 원래 더위를 거의 안 타는 편인데.. 추위도 별루 안 타지만.. 자다가 에어컨 키려구 하룻밤새 두세번 깨는 것은 이번 여름이 첨인듯.. 밖에 그래도 나무들도 꽤 있구.. 개천두 옆에 있어서 바람이라도 불면 좀 괜찮을 법두 하건만.. 이건 바람은 커녕.. 어쩌다 불어도 이게 불길에다 부채질 한 것 같은 훈기가.. 염병.. 사실 매미 소리두 내 그리 싫어하는 편이 아닌데.. 요즘 같은 밤은 이것두 은근히 부아를 돋구는 오묘한 맛이 있는듯.. ㅜㅡ 오밤중에두 안 자구 단체루 쳐우는 소리를 듣자니 뭐 그리 유쾌한 심정이 되지 못하는 요즘의 여름이다..
날씨 푸념은 그만 허구..
그래두 문을 꽁꽁 닫구 지구야 디지건 말건 --;; 에어컨을 틀어제껴 놓으면 상당히 음악을 듣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며칠 전에 집에서 쉴 때 들었던 음반이 생각 나서 오늘 간만에 블로그를 방문한 김에.. 이제는 내 블로그지만 내가 방문객 축에 들어가야 할 듯.. ㅋ 음악이라는게 항상 내가 저 넘의 음악을 들어서 졸라 감동을 느껴보겠다는 일념으로 듣고 그래서 가심에 불길이 일어나는 그런 식의 코스를 따르는 것은 아닌지라.. 우연히 덤으로 줏어 들은 넘이 원래 들으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맘을 잡아 끌 수도 있고.. 또 우연히 마주친 상황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다..
예전에 대딩 시절.. 나름 유치뽕을 떠느라고 카라얀 판은 거의 사질 않았는데.. 사실 이것두 꽤나 힘들다.. 그 당시 클래식 판에서 노란 판이 차지하던 비중하며.. 그 노란 판에서 카라얀 판이 아닌 판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그러니까 웬만하면 비껴 나가기가 힘든 그런 환경이었다.. 그래서리 어쩔 수 없이 사게 된 판도 몇 장 있었구.. 그 중에 아마두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와 파헬벨의 캐논을 사려다가 보니 한꺼번에 들어 있는 판이 카라얀 판 밖에는 없어서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작 그 판을 듣다가 내 맘을 확 끌어당긴 넘은 뒷면에 있던 레스피기의 옛 춤곡과 아리아 3번 모음곡이었다.. 이 곡들을 듣고 있자면 대부에서 잠깐씩 비춰지던 시실리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그런 느낌을 준다.. 그리고 가끔씩 비춰지는 아련한 슬픔들.. 뭐 그리 요즘같은 지랄맞은 날씨에 어울리는 곡은 아니다만.. 그래도 적당한 환경이 갖춰지니깐 역시 변함없는 감흥을 불러 일으켜준다..
한 백여년 이상 이태리 작곡가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다.. 오페라를 쓰는 넘과 아닌 넘.. 이는 워낙에 오페라에 몰빵을 해대는 경향두 있지만.. 이태리넘들에 의해 의미있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나온 것은 무쟈게 소수였다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이런 분류법까지 나왔다는 것.. 암튼 레스피기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뛰어나게 주물러댔던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본인이 직접 작곡하는 방식과 17, 18세기 음악을 모아서 편곡하는 방식의 두 가지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소개되는 옛 아리아와 춤곡 모음곡 역시 이태리와 프랑스의 류트 음악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이는 17세기와 18세기 초 가수와 춤이 함께 어우러지는 형태의 곡들이었다고 한다.. 세 개의 모음곡들은 나중에 레스피기의 제자였고 작곡가이자 가수였던 그리고 또한 마누라가 된 엘사에 의해 발레로 만들어졌다.. 세 개의 모음곡이 다 좋지만 옛날 판에서 처음 접했던 3번 모음곡이 그래도 제일 맘에 와 닿는다.. 첫 곡은 느릿하면서 유장한 느낌의 이탈리아나.. 1600년 경 작자 미상의 곡이다.. 두번째 곡은 궁정의 아리아에 기초한 춤곡인데 안단테 칸타빌레로 시작하는 부분은 "너를 사랑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그 다음의 알레그레토는 "양치기 여인이여.. 영원히 안녕..", 다음의 비바체는 "또렷하게 바라보는 사랑스런 눈", 그 다음의 렌토는 "사랑의 조각배", 그 다음 알레그로 비바체는 "어떤 신성이 나의 영혼을 어루만지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나에게 결백하다면"과 같은 실로 유치뽕빨날리는 제목들이 점철되어 있는 곡이고.. 근데 곡들은 정말 좋다.. 세 번째 1600년 경 작자 미상의 시칠리아나는 시실리에서 나온 부드러운 전원풍의 춤곡인데.. 이 곡이 정말 백미다.. 마피아구 나발이구.. 웬지 시실리에 한 번 가봐줘야 될 것 같은 느낌.. 네 번째 곡은 17세기의 파사칼리아.. 1692년에 출판된 스페인 기타 작품집에 포함되어 있던 곡인데.. 반복되는 낮은 성부의 테마에 기초하여 지속적으로 변주가 이루어지면서 장중하고 애절한 느낌이 뭍어난다..
그나저나 언제나 좀 시원해질라나.. 세월 앞에 장사 없고.. 계절은 짤없이 바뀌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하루하루가 장난이 아니다 보니.. 밖에서 일하는 양반들은 정말 죽을 맛일 듯.. 아 ㅅㅂ 내일부터는 눈이 좀 내렸으면.. 음.. 정줄 놓은 생각이 나는 꼴을 보니 아무래두 담주는 그나마 요번주보다는 나아질거라는 기대를 갖구 얼른 자빠져 잠이나 자야겄다.. 오늘은 또 몇번이나 깰려나.. 아무래도 매미 소리 덕에 또 문닫고 에어컨 틀어 놓구 자야 할듯.. 아무리 몇년 동안 땅 속에서 뒹굴다 나와 불과 며칠동안 울어 제끼구 저 세상으로 가는 생명이라 내 욕은 안 하구 싶다만 더위 앞에 장사 없는지.. 정말 염병맞게 쳐시끄럽군화..
사진의 판은 도라티와 필하모니아 헝가리카의 머큐리 판이다.. 원래 머큐리 판은 구경도 못했고.. 가지고 있는 것은 골든임포트라고 찍힌 싸구려 재반인 것 같은데.. 그래도 껍닥이 뽀대나서 무척이나 맘에 드는 판.. 사실 소리는 뭐 별로 좋은 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