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rickas 2010. 1. 31. 22:54

 

 

벌써 1월이 다 지나갔다.. 한해가 시작된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십이분의 일이 지나 가냐고..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가속이 붙는다던데.. 에혀.. 나는 나잇값을 하는 늙은이로 늙어 갈 수 있을까.. 나잇값이라.. 참 오묘한 말이긴 한데.. 사실 나잇값이라는게 별건가.. 일개 범부들이야 존경은 커녕 손가락질이나 안 받으면 그걸로 나잇값 하는거지 모.. 문제는 나이를 쳐먹어도 지가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은 모르고 그저 존경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지.. 이거는 범부이건.. 유명인이건.. 공통적으로 생겨나는 현상 같다.. 사람이라는 것이 나이가 먹으면서 뭔가 정신적인 깊이가 생기고 사유하는 폭이 넓어지고 그에 따라서 나오는 산출물도 점점 성숙해져간다는 느낌이 들어야 할텐데.. 그게 참 어렵다.. 모르겠다.. ㅅㅂ 생긴대로 사는거지 모..

 

모짜르트는 어땠을까.. 그의 작품들을 듣다 보면 나같은 일개 찌질이두 이건 그 나이에 나올만한 작품이라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과연 그는 정신적 깊이나 사유의 범위가 어느 정도였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는 그저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줄줄 써내려간 것이 다가 아니었을까.. 거기에 무슨 깊은 사유와 사색이 있는지.. 어떤 뼈아픈 성찰과 고뇌가 있는지.. 굳이 그걸 억지로 녹여내려 애를 쓴 것이 아니라 그냥 그저 그의 머리 속에 메이드 되어 있는 것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그의 작품들을 듣다 보면 느끼는 심정이다..

아침에 판을 뒤적이다 모짜르트가 손에 잡히길래 올려 놓고 들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이 곡을 들으면서 한참을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나이와 정신..

세월과 성숙.. 천재와 범재.. 뭐 그렇고 그런.. 그러고 보니 이 곡을 듣다 보면 떠오르는 옛날 일두 생각나고.. 예전 고딩 때 연애질 하다 헤어진 담에 제일 많이 들었던 곡이 이 곡하고 21번 협주곡.. 굴다와 아바도 연주였는데.. 공부할 때 잡생각 안 들려고 들었던 것인데 얼마나 돌려 댔으면 나중엔 테이프가 늘어져서 맛탱이가 가는 지경까정.. 그 당시나 지금이나 똑같이 좋아하는 곡인데.. 정작 20번을 맛이 가게 느낀 것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였다.. 살리에리가 가면 가게에 들러 모짜르트의 부친이 썼던 가면을 사서 뒤집어 쓰구 눈길을 망토자락을 휘날리며 걷는다.. 졸 그로테스크한 가면 가게.. 거기서 흘러 나오는 그 음울한 1악장의 선율.. 아 주긴다.. 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지만 이 정도로 음악과 장면이 숨막히게 엮여 들어가는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어차피 피차 일반 구라이긴 마찬가지여도.. 아마데우스에 비함 불멸의 연인이니 뭐니 하는 영화들은 초딩 애덜 수준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흐르던 2악장.. 아 어떻게 이 감독 시키는 이케 머찌게 음악을 쓸 수 있단 말이냐 하면서 연신 감탄을 했던.. 내가 평범한 인간들의 대변인이고.. 내가 평범한 너희들의 챔피언이니.. 내가 너희들 죄를 사하노라.. 하면서 맛탱이가 간 살리에리 영감이 정신병원 환자들 앞을 지나갈 때 흘러 나오던 그 2악장.. 그리고 이윽고 울려 퍼지던 모짜르트의 오도방정 웃음 소리.. 이 영화를 보군 맥이 쪽 빠져서 한동안 의자에서 퍼져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들은 판은 애니 피셔의 피아노와 보울트의 필하모니아 협연..

피셔 할머니 피아노를 듣다 보면 무쟈게 감칠 맛 나는 섬세함이 존재하는가 하면.. 하스킬 할머니 보다 감정의 진폭이 좀 더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브렌델이 연주하는 어떻게 듣자면 무미건조하다고 느낄 수 있는 소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천변만화의 소리를 들려 준다.. 모짜르트의 20번을 무쟈게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곡의 연주 중에서도 특히나 좋아하는 연주를 담은 판이다.. 이게 아마 SAX 블루앤실버가 초반일텐데 그런거는 구경도 못해봤고.. 이 떨이판으로도 충분히 소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