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베토벤.. 교향곡 9번..

rickas 2009. 12. 28. 23:49

 

 

어제 들었던 판 중의 하나..

해마다 이 맘 때면 돌림병처럼 무대에 올려지는 베슨상님의 9번 교향곡.. 올해도 뭐 그리 가고 싶은 연주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걍 판으로 때우기로 했다..

어제 선택한 판은 카라얀의 62년 녹음.. 헐.. 카라얀이라니.. 대딩 시절만 해도 카라얀이라는 지휘자의 판이라곤 가지고 있는 판이 오로지 딱 한 장..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와 레스피기의 옛 춤곡과 아리아가 들어 있는 판.. 그게 다였다.. 그 당시에 듣고 싶었던 것은 레스피기 였는데.. 다른 연주를 라이센스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할 수 없이 그의 판을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곡이 워낙 맘에 들어서 카라얀이고 나발이고 그 판은 참 열심히도 들었다.. 하여간 대딩 시절만 해도 카라얀 판은 살 것 같지 않았는데.. 이게 참 웃기는 얘기다.. 내가 무신 음악에 대해.. 그리고 지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얼마나 익숙하다고.. 걍 음악동아 같은 잡지에서 나오는 카라얀 혐오 평론가들 얘기를 철석같이 신봉하면서 푸선생 천국.. 카선생 지옥을 염불 외듯이 외었을까.. 그의 음악을 그저 어릿광대의 쇼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용감 무쌍하신 이 모 선생 같은 분도 계셨고.. 내가 워낙에 그 선생 평론을 좋아하다보니 그 영향을 톡톡이 받았지만.. 과연 이러한 일개 평론가 따위가 그의 음악을 그렇게 단칼로 규명해 버리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것이었을까.. 제대로 들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생긴 선입견이 모든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기이한 현상.. 내가 그 당시 카라얀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얼토당토 않은 유치 뽕따구의 짓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요즘은 카라얀을 그 당시처럼 무턱대고 배척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냥 이래저래 좋다는 판은 있으면 듣고.. 없으면 말고.. 뭐 그렇다.. 사실 이 인간 자체가 그리 호감이 가는 인생 편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그리 큰 관심을 가질 일은 없지만서도.. 그의 음악 자체를 편견 없이 듣고 느낄 수 있게 된건 그나마 세월이 흐른 만큼 나에게 생긴 조그마한 변화라면 변화다..

 

자 그럼.. 그의 이 교향곡 9번은 어떻냐.. 사실 좀 밥맛이다.. --;; 밥맛이라는게 연주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걍 내 취향과는 어째 좀..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떨떠름한 무엇인가가 계속 이 판에서는 묻어 나온다.. 그의 70년대와 80년대 녹음을 들어 보지 못했으니 이래저래 왈가왈부할 바는 못되지만 아무튼 이 62년 녹음은 좀 그렇다.. 그런데 왜 하필 이 판을 꺼내서 들었을까.. 왜냐면 사실은 쥴리니 판을 꺼내려고 손을 뻗었는데 이 판이 기어 나왔고 다시 끼우고 쥴리니 판을 꺼내기가 귀찮아서 걍 이판을 듣고 말았다.. --;; 연주 자체는 이제 60년대에 접어 들면서.. 자 이제부터는 우리가 짱 먹을 것임.. 하구 세상을 향해 질러대는 듯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충만한 자신감.. 패기와 박력과 어째보면 치기까정 보이는 듯하다.. 쭉쭉 쾌속으로 질러 나가는 힘찬 연주다.. 녹음은 뭐 그리 잘나지도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은 소리인 것 같은데.. 아쉬운 것은 합창단이 너무 뒤에 위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흐릿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간혹 보인다.. 충분한 상상력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빼앗겨 버린 듯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잡생각 없이 듣기에 좋은 연주일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도 내 멋대로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