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서울.. 뒷골목..

rickas 2009. 6. 21. 23:34

서울이라는 도시는 추억을 허락하지 않는 도시라고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그말에 동감한다..

내가 어렸을 적 놀고 돌아다니고 했던 동네는 거의 남아나지 않았고.. 그나마 너무 어렸을 적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효자동이나 청운동 일대가 상전벽해로 변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추억은 가물가물하다.. 얼마전에 집사람이 자기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던 재래 시장이 남아 있길래 가 보았더니 그 옛날 사다 먹던 떡볶이 장수 할머니가 장사를 아직도 하고 계시더라는 얘기를 해서 뜨악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90이 넘으신 것 같다던데.. 헐.. 그나마 그 동네가 정부종합청사다 뭐다 해서 맘대로 개발을 할 수 없는 지역이라 그런 모습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같다..

 

워낙에 다이나믹 코리아.. 하루가 다르게 순식간에 변하고.. 뭐하나 옛날에 남아있던 것들은 그 꼴을 못봐주고 재건축이다 재개발이다.. ㅈㄹ들을 해대느라 정말 보존해야 할만한 가치있는 것들이 아작나고 짓밟히는 일들이 종종 있지 않았을까 싶다.. 더구나 요즘은 그것도 모자라 강까지 홀라당 쳐뒤집는다고 하니.. ㅅㅂ 기대가 만빵이다.. --;

 

재작년에 갑자기 신규 프로젝트에 끌려가서 잠깐 동안 임시 사무실을 쓴 적이 있었다.. 경찰청 건너편에 있는 오피스 빌딩이었는데 그 라인에는 주로 그런 빌딩들이 새로 지어져서 늠름하게 들어차 있던데 비해.. 그 뒤편으로는 머 이딴 넘의 동네가 아직도 이런 서울 한복판에 남아 있을 수가 있을까 싶던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동네가 있었다.. 순화동이던가.. 그 당시 밥 먹으러 주로 그쪽 동네로 나가곤 했었는데 얼마 안 있어서 재개발을 할 것이기 땜에 몽땅 철거가 예정되어 있던 동네였다.. 사실 그리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한옥이 즐비하다던가 하는 것도 아니고.. 걍 별 볼일 없는 예전의 꾸질한 집들이 몰려 있는 동네였는데.. 그래도 이런 허접한 뒷골목이 그 당시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리 당시에 잠깐 시간을 내서 몇 장 찍어 놓았다.. 오늘 사진 파일들을 좀 정리하다가 나온 김에 올려 놓는다..

 

동네 입구.. 철거 예정인 집들에서 그때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집들이 보인다..

 

 

 

 

전형적인 이 동네 뒷골목 모습.. 웬만한 집들은 비어 있는 듯.. 

 

 

 

역시 그런 골목.. 자동차나 자전거는 커녕 사람의 왕복 통행도 어려울 듯한 그런 좁은 골목이다.. 

 

 

 

비어 있는 집들이 많아 대낮인데도 어째 좀 을씨년스럽더라는.. 

 

 

 

동네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한옥 스탈의 집.. 대문에는 우편물 반송해 달라는 안내장이 붙어 있었다.. 

 

 

 

그 동네에 남아 있던 중국집.. 물론 영업은 접은지 오래된 것 같았고.. 그 넘의 동보성은 많기도 하다.. 연회석 완비라는 간판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보아하니 규모가 연회석은 커녕 포장마차 수준인데.. 일단 질르고 본다.. ㅋ 

 

 

 

이런 철거 예정 동네에 이런 플래카드 안 걸려 있으면 섭하다.. 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투쟁이다.. 이 당시야 투쟁 소리 나왔겠지만.. 요즘은 괜히 까불다 뼈도 못추리고 쳐뒤지는 경우가 생긴다.. 

 

 

 

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빌딩.. 그 밑으로 보이는 을씨년스런 골목의 풍경.. 

 

 

 

중앙에 고릴라라는 음식점 간판이 보인다.. 음식이 꽤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쟈게 좁은 공간이었는데 항상 손님이 득시글 거려서 재대로 한번에 자리 잡기가 어려웠던 식당.. 

 

 

 

작년인가 시립 미술관 가는 길에 생각이 나서 잠깐 들러 보았더니 몽땅 밀어 버렸던 것 같다.. 그저 별 볼일 없는 집들이 모여 있고.. 좁아 터진 골목 골목이 얽혀 있던 그런 동네였는데.. 이제는 서울에서 이런 허접 뒷골목을 가진 동네 보기 어려울듯.. 뭐 개발이야 다 당위성이 있겠지만.. 아무튼 서울에서 볼 수 있던 하나의 단편 풍경이 사라져 가고 만 듯해서 쵸큼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