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브람스.. 독일 레퀴엠..

rickas 2009. 5. 24. 22:54

 

 

오늘 저녁 때 들은 판이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판이다..

사실 뭐 그래봐야.. 들어본게 클렘페러와 발터.. 그리고 최근의 가디너이던가.. 뭐 그게 다이지만.. 켐페가 베를린 필을 지휘하고.. 그뤼머와 디스카우가 독창을 맡은 이 판.. 비록 모노 녹음지만.. 내 생각으로는 연주의 투명함..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조화.. 정말로 훌륭한 판이라고 생각한다.. 제르킨이 그런 얘기를 했다던데.. "모든 음악이 그의 손을 거치면 마치 실내악처럼 흘러 나온다" 라고.. 공감이 간다.. 무지막지한 뻥튀기가 없는 적당한 가벼움과 투명함..

 

예전에 대딩 때 학교 음악 감상실에서 이 곡을 첨 듣고는 좀 의아했었다.. 레퀴엠이라기에는.. 그것도 브람스 치고는.. 너무나도 밝은 느낌.. 뭔가 어둡고.. 무시무시하고.. 음산한.. 그런 느낌의 곡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통적인 레퀴엠하고는 많이 다른.. 특히나 포커스가.. 아니 초점이 다른 곡.. 전통적인 레퀴엠이 죽은 자에 대한 심판을 비중있게 다루는데 비해.. 이 곡은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다독여 준다.. 죽은 자에 대한 슬픔에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주는 안식과 평화.. 귀한 곡이다.. 특히나 다섯번째 곡은 무쟈게 아름답다.. 곡 자체도 그렇지만.. 가슴에 사무치게 절절함을 노래하는 그뤼머의 지순한 절창.. 이 판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연주다..

 

먹물의 가면님이 어제 포스팅 한 글을 옮긴다..

 

오, 캡틴! 나의 캡틴!


우리의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진 풍파에 배는 상했고 피곤에 지쳐
차라리 모든 것을 잊고 싶을 따름입니다.

 

조롱하고 욕하던 자들마저 침묵의 비단으로
저들의 기쁨을 겹겹이 숨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러진 당신 가슴에
더 이상 쏟을 피가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 나의 캡틴이여

 

차가운 시신을 덮을 꽃은 흘러 넘칩니다
아침에도 독화살을 날리던 자들이
정오가 되기 전에 예의 바른 조문객이 되었습니다

 

유린을 피해 뛰어내린 비겁한 자들이나
파멸을 노래하던 약 먹은 앵무새들이나
가장 비싼 조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 조화들이 길가에 뒹굴고 교회의 종소리가 사라질 때
저들은 당신이 선물한 가장 아름다운 전리품들을
시간의 심연에 매장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캡틴이여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축축한 육신을 벗고
햇살같이 따스하고 깃털처럼 가벼워진 당신의 영혼
지금 내 팔에 이 가슴에 안겨 있습니다

 

그 모든 피로와 좌절도 이제 당신을 어쩌지 못합니다

 

당신의 겁 없는 용기와 불굴의 눈물
끝나지 않은 항해와 정복되지 않은 꿈은
이 땅의 피 끓는 젊은 운명으로 살아 갈 것입니다

 

영원히 떠나 보낼 수 없는 우리의 캡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