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목을 치면서 좀 갈등을 때렸다.. 바흐라고 할까.. 바하라고 할까.. 걍 살던대로 살자.. 바하..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여기저기서 외쳐대는 이 시대.. 니덜은 많이 변하세효.. 난 나대로 살테니깐..
대딩때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처음 들었다.. 학교 음악 감상실이었는데.. 아마도 처음 들었던 판이 이 푸르니에의 연주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는 사실 뭐 별로 바이올린 파르티타 만큼의 감흥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냥 맹숭맹숭 한 것 같아서 그리 흥미를 가지지 못했었다.. 그러다 그넘의 음악동아 별책부록에서 아마도 이 순열 슨상님이 아니었을까.. 카잘스의 연주를 언급하면서 그 어떤 연주도 카잘스 만큼의 드라마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엄청 뽐뿌질을 해대는 기사를 읽곤 가심이 벌렁거렸더랬다.. 인간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과 태산준령과 심산유곡이 그의 연주에 펼쳐져 있단다.. 물론 당시는 라이센스로 카잘스 음반이 나오지 않았던 시절.. 이런 염장질이 있나.. --; 결국 얼마 안 가서 그넘의 오아시스에서 카잘스 연주가 섬찟한 표지의 박스반으로 나와서 냉큼 사버릴 기회가 있었고.. 들어보군 좀.. 아니.. 많이 실망했었다.. 아.. 나는 역쒸 내공이 부족한가부다.. 이건 뭐 판 껍딱 비주얼은 개판이효.. 소리는 한층 더 캐개판이니.. 별루 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연주야 뭐 내가 왈가왈부 할 바 아니고..
아무튼 그 이후로 바하의 바이올린 파르티타와는 달리 첼로 모음곡은 내 손에 달라 붙어 있는 판은 되지 못했다..
그러다.. 시큰둥하던 이 모음곡에 관심을 갖고 다시 열심히 듣게 된 동기를 제공해 준 것이 몇 년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비스펠베이의 녹음이었다.. 고상한 경쾌함.. 특히나 그가 예술의 전당에서 한 큐에 여섯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는 으헉~ 저저 저눔의 스태미너.. 도대체 무엇을 묵었길래.. 했던 기억도 난다.. 그의 녹음은 소리가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뭐 별로 해골 안 굴려도 그냥 가슴으로 와서 닿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뭐 굳이 거기서 오만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판.. 좋아하는 연주다.. 푸르니에.. 좀 매가리가 없는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부드럽고 고상한 기품이 좔좔 흐른다.. 뭐.. 이게 좀 답답하다 싶을때는 역시.. 카잘스로 손이 가기 보다는.. 오디오질을 하다보니.. 슈타커의 중량반으로 손이 가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좋은 소리에의 집착..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