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셀.. 하프시코드 모음곡..
퍼셀의 음악을 듣노라면 그만의 무엇이 있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하도 아니고 헨델도 아닌.. 그만의 선율이 흘러 넘치고.. 그만의 뭔가 짬뽕되어 있는 것 같은 그런 음악을 들려준다.. 그가 서른 여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죽지 않았더라면 허접 영국에서 지금은 바하 귀빵맹이를 후려치는 대우를 받고 있을 거장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쉽다.. 가뜩이나 영국에서 음악가랍시고 딱히 내세울만한 인물이 바글거리는 것도 아닌데..
퍼셀의 하프시코드 음악이 담겨 있는 판이다..
그의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된 곡이 그리 많지도 않은 것 같고 이 판에 있는 곡들은 그의 사후인 것 같은데.. 그의 마눌님이 출판한 모음곡집 중에 들어 있는 것이고.. 원래는 앤 공주 한테 헌정된 곡이란다.. 듣고 있노라면 마치 바하의 프랑스 모음곡과 영국 모음곡을 짬뽕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이들보다 발전된 형태가 아닌 그보다는 좀 덜 영근 그런 느낌.. 그러나 그런 풋풋한.. 느낌이 나름대로 꽤 상큼하고.. 감칠 맛이 난다.. 형태는 전형적인 전주곡에 이어지는 춤곡의 여러 형태를 모아 놓은 형식.. 이사벨 네프.. 스위스의 하프시코디스트.. 피아니스트.. 란도프스카 할매와 같이 하프시코드를 배웠다 한다.. 1898년 생.. 원래 녹음은 1953년 이었던 것 같고.. 이 모노 녹음을 일렉트로니컬 스테레오로 만들어 놓은 판이다.. 음악 자체가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저냥 담담하게 그리 확 가는 진폭이 없는 얌전한 연주를 들려준다.. 사방이 고요해진 봄날 밤에 조용히 듣고 있으면 가슴을 후벼 판다거나 아니면 벌렁거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편안한 기분을 선사해 주는 그런 판..
소리는 어째 좀 멍멍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차라리 카랑카랑한 모노 녹음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게 좋지 않았을까.. 보면 과학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쓸데 없는 짓거리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경우도 그런 것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본 중에 제일 맛이 확 갔던 또라이 짓은 카사블랑카에 칼라를 먹여 놓았던 무식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