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드보르작.. 루살카..

rickas 2009. 3. 21. 01:09

 

 

아마도 기억에 대학원 때였던 것 같은데..

같은 방에 있던 동기넘이랑 청계천에 실험 기자재 사러 간다고 선배들한테 뻥치고 영화를 봤던 적이 있었다.. 역시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 아무튼 그 때 보았던 영화가.. 드라이빙 미스데이지.. 였다.. 머 도도하고 까탈스러운 백인 할망구와 깜댕이 운전사 할배의 티격태격 하면서 정들더라는 얘기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런 섬세한 심리의 흐름을 담은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 날도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간만에 대낮에 외출 좀 했는데.. 염병.. 영화 프로그램 하고는.. 도저히 볼 영화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동기 녀석이랑 나온게 아까우니 이거라도 보자 하고는 어쩔 수 없이 보았던 것 같다.. 머 연애질 할 때라면 그런대로 열심히 보았겠지만 젊은 총각 둘이서 보려니 어째 자세가 안 나왔던 기억이.. 아무튼 내가 이런 영화에 몰취미 하다보니 좀 지루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하품을 연발하면서까지 볼 정도는 아닌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 특히나.. 이 할머니께서 열심히 흥얼거리면서 듣던 노래.. 드보르작의 루살카 중에서 나오는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 왕자를 사랑해서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달에게 렬렬히 토해내는 요정의 노래.. 그 노래가 흘렀다.. 그 당시 내가 이 판을 가지고 있을리는 만무했고 그저 학교 음악 감상실에서나 몇 번 들은게 다였는데.. 노래가 하도 사람 마음을 후벼파는 듯한 절절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아서 기억을 하고 있었다.. 세대 상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내용의 노래인데.. 요건 좀 재미있는 설정이었던듯.. 하여간 이 노래를 꽤 좋아하기는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판을 쉽게 구하질 못했었다..  CD는 사기 싫었고.. 그러다 몇 년 전인가.. 중고 판 가게 천 원짜리 폭탄 세일 할 때 건진 판이 바로 이 판이다..

 

유럽 애덜 비슷비슷한 처녀 구신 얘기는 음악 소재로 이넘저넘 울궈 먹었던 것 같고.. 대개 공통적인 교훈은.. 에휴.. 죽은 뇬만 불쌍하지.. 머 이런 거 아닐까 싶은데 이 이야기 역시 물에 사는 요정 루살카가 인간 세상 왕자님 보구 뻑이 간 나머지 마귀 할멈한테 조건부 사랑의 약속을 얻어내는데 성공하나 뻔할 뻔짜 이는 깨어지고.. 요기까지는 인어 공주랑 무쟈게 흡사하지만.. 요기선 왕자가 죽고 루살카는 다시 물로 돌아간다는 얘기.. 이 판에서는 엘카 미체바라는 소프라노가 루살카를 노래한다.. 동구권 가수들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 이 소프라노의 목소리.. 참 좋다.. 화려하거나 교태스런 느낌은 없고.. 정말 순수하고 간절한 염원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노래를 들려 준다.. 아쉬운건 독일어로 부른다는 것.. 피가로의 결혼을 독일어로 부르는 것처럼 어째 좀.. 

 

 

카렐 프란타라는 그 동네 화가의 그림이다.. 제목.. 드보르작의 물의 요정..

이 그림을 보군 루살카의 노래와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는 그림이 있을까 하고 감탄했었다.. 멋진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