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지난 주에 K리그도 개막했고 해서.. 어제 오전에 경기나 보러 가려고 시간 확인하러 인터넷 들어갔다가.. 지인의 부음을 접했다.. 지인이라.. 내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서 그냥 지인으로 할란다.. 인터넷의 어느 사이트에서 알게된 시인.. 그곳은 사실 치열한 정치 토론 사이트 였는데.. 나같은 나이롱이야.. 정치 문제 가지고 졸라 심각하게 치고 받고 하는게 별로고 해서.. 역시 그 안에서도 놀구 먹자 게시판에서 놀다가 알게된 사람이었다.. 사실 같은 취미 생활을 가진 온라인 동호회 사람들끼리 오프에서 만나도 그 취미를 넘어서면 서로 간의 가치관과 인식의 차이로 인해 불편함을 겪게 되는 상황을 종종
접해 왔던 것에 비해 정치적인 관점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비슷한 종자들끼리 만나니 그까짓 취미를 떠나서 얼마든지 맘편히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곤 했었다.. 나보다 나이가 몇살 어린 시인이자.. 기자이자.. 암튼 글쟁이였는데.. 만나본 것은 오프모임에서 두어번 본게 다였지만 그 놀구 먹는 게시판에서 이래저래 엮이다 보니 그저 그냥 좀 아는 사람이 떠나갔구나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슬픔의 무게가 하루종일 맘을 억눌렀다.. 결국 밤에 문상을 다녀왔는데.. 미망인 옆에 서 있던 다섯살 짜리 아들내미를 보곤.. 가슴이 막막해졌다.. 무척이나 선하게.. 그리고 여리게 생겨먹었던 그 사람.. 뭐가 그리 급해서 그런 아들내미를 두고 일찍 세상을 떠야 했는지.. 마음이 무쟈게 아프다..
무얼 들을까.. 고민하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꺼내 들었다.. 통상적인 바리톤이 부른 것이 아닌 테너가 부른.. 그래서리 한층 더 반짝이는 슬픔이 묻어나는.. 피어즈와 브리튼의 협연판이다.. 이 판을 듣고 있노라니.. 젊어서 일찌감치 세상을 하직한 슈베르트에 대한 연민.. 내가 알던 한 시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 머 그런 것들이 뒤섞여져 맘을 쓰라리게 한다.. 인연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정이란 것은 무엇일까.. 기분이 무거운 휴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