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9번..
해마다 이 맘때면 늘 그렇듯이 송년 음악회 핑계 삼아 베슨상의 9번이 무대에 단골로 오르내린다..
올해도 KBS 부터 시작해서 시향에 뭐에.. 이 곡을 내걸고 송년을 하는 음악회가 꽤 있나 보다.. 딱히 듣고 싶은 연주도 없고 해서 걍 집에서 송년 음악회 분위기 내기로 하고.. 어제 오늘 이틀 연짱으로 9번을 한 개씩 들었다..
첫날은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스칼라 공연 실황.. DVD 이다.. 이 전집을 예전부터 사려고 맘만 먹으면 그 때마다 품절이라 계속 못 사다가 얼마 전에 또 찍어냈길래 냉큼 샀었다.. 얼마 전까지 대충 다 들어 보았는데.. 사실 위암 수술의 여파로 초췌해진 아바도의 늙어버린 모습과 여전히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 모습을 짠하게 본다 뿐이지 연주 자체에서는 내가 워낙 아는게 없어서 그렇겠지만 머 그리 감동 때릴 만한 것은 잘 모르겠다.. 천천히 다시 보기로 하고..
정작 정신 집중해서 열심히 들은 것은 오늘 들은 요훔과 콘서트헤보의 연주였다..
요훔이 아마 60대 후반 정도에 녹음한 것 같고.. 이래저래 별로 좋지 못한 환경인것 같은데.. 들을때 마다 느끼지만 연주 하나는 좋다.. 필립스라서 뭐 그리 희깐한 녹음도 아니고.. 콘서트헤보가 1급 오케스트라라고는 해도.. 어째 뭔가 좀 딸리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들고.. 무엇보담도 소위 잘났다는 9번 연주들 틈에서 별로 명함을 내밀지 못했던 연주가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선입견을 다 제끼고 순수하게 음악만 듣고 있노라면 요훔의 9번 연주.. 유쾌.. 상쾌.. 통쾌하다.. 1악장부터 쭉쭉 밀어 붙이는 것이 오도방정 맞은 스피드가 아니라서 묵직한 느낌이 좋고.. 2악장에서는 이 지휘자가 얼마나 그릇이 큰 양반인지 절로 실감 나는 연주를 들려 준다.. 3악장도 그리 늘어지지 않으면서도 충분하지만 약간은 퉁명스러운 듯한 노래가 좋고.. 역시 스케일 장난 아니다.. 4악장 역시 부분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멋지다.. 합창이 나오는 전반부에서 휴지부를 지나 테너 솔로가 나오는 부분.. 이 휴지부가 난 9번을 들을 때면 항상 신경이 쓰이는데.. 아마 푸선생 영향 때문이겠지만.. 그의 심장이 쪼그라들게 만드는 정적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부분에서 충분히 쉬어 주지 못하고 오도방정 맞게 챙챙거리는 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면 김이 새기 마련인데.. 요훔은 충분한 정적을 제공한다.. 다만 이후 나오는 테너 솔로가 어째 목소리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질감을 느끼게 해서 그게 좀 흠이다.. 막판의 질주에서도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질러주는 느낌.. 딱 적당하다.. 전반적으로 현과 관의 밸런스가 나름대로 잘 잡혀 있는 녹음인 것 같고.. 그만큼 콘서트헤보의 관악 파트가 뛰어난 것인지도.. 요즘 디립다 갈고 닦아서 자잘한데까지 신경 쓴 그런 스타일의 연주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이런 형태의 시원시원한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해골 복잡한 요즘 세상에 각별한 매력을 준다..
요훔의 베토벤 교향곡은 런던 심포니와 만년에 녹음한 3번 역시 멋진 연주다.. 마치 회춘을 한 듯한 강력함의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