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셀.. 극장 음악..
영국이라는 나라가 신사니 뭐니 잘난척 꼴값을 떨어도 음악적으로 대륙에 비해 열등한 것은 사실이 아닐까 한다.. 사실 퍼셀 이후에 뭐 변변한 작곡가가 나온 것도 아니고 끽해야 엘가니.. 본 윌리엄스니.. 브리튼 정도니.. 좀 딸리는 느낌이 든다..이 사람들이야 지네들끼리 빨아주고 높여주고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니와.. 특히나 엘가의 위풍당당이니 뭐니 하는 곡들에 이르러서는 유치찬란의 진수를 경험하게 해 주고 만다.. 물론 내 개인 취향..
그런 의미에서 퍼셀이라는 작곡가는 정말 보석같은 존재이다.. 바하같은 꽉막혀 있는 심각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헨델같은 자유분방함과 적당한 무게감이
공존하는 그런 음악을 들려 준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이태리 음악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독일 음악 같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든다..
퍼셀의 극장 음악 시리즈 중에 하나다.. Abdelazer.. 무어인의 복수라고도 하던데.. 이 모음곡 중의 론도는 장엄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를 들려준다.. 나중에 브리튼이 청소년 핑계대고 써먹은 곡.. 고음악 아카데미의 연주는 깔끔하다.. 고악기의 약간 칼칼한 느낌이 잘 살아 있고 녹음 상태 또한 좋다.. 퍼셀의 이 시리즈 판들이 사실 다 좋다.. 이 판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멋진 곡.. 풀려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도저히 풀 수 없어서 알렉산더가 단 칼에 베어 버렸다던 그 신화 속의 매듭.. 이 곡이 극적으로 흘러 나오던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이혼한 부부의 갈등 속에서 상처 받고 괴로워하는 아이의 영화.. 부모의 갈등의 매듭을 풀어버린다는 것인지.. 아니면 연을 끊어버린다는 것인지.. 물론 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쓰였겠지만.. 암튼 의미심장하게 사용된 곡이다..
아쉽게도 퍼셀이 꼴랑 사십도 못 채우고 산 것에 비하면 상당한 양의 작품을 남긴 것 같다.. 그의 종교 음악들도 멋지고 실내 소나타도 상당히 좋다.. 그리고 디도와 아이네아스.. 요정의 여왕 같은 오페라도 들어 보면 지속적으로 솟아나는 신선한 선율을 느낄 수 있다..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