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지노 프란체스카티를 처음 듣게 된 것이 어느 판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 파가니니는 아니었던 것 같고.. 브람스의 이중협주곡이었나.. 아니면 베토벤의 협주곡.. 그도 아니면 소나타 5번이었나.. 아리까리하다.. 물론 예전에 LP 시장에서 한가닥하던 비탈리의 샤콘느.. 나중에 CD 시장에서 잠깐 반짝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아무튼 그의 이름이 가슴에 팍 꽃힌것은 다른 어떤 판도 아닌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 커플링 되어 있는 이 판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대딩 때 음악동아 같은데서 줏어 보고 판가게에서 샀겠지.. 지금 기억에 음악동아에서 추천했던 판은 아쉬케나지 (피아니스트 아쉬케나지 말고)의 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프란체스카티의 판은 흘러간 왕년의 판이라고 했던 것 같고.. 그래도 그 당시에 음악동아에서 소개하던 판들은 주로 라이센스로 나와 있던 판들이라서 크게 약이 오르진 않았다.. 물론 그 중에서 간혹 가다 라이센스는 없고 갖고 싶어 환장하겠던 판들도 있었지만..
프란체스카티의 파가니니 연주.. 한마디로 눈부시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자체도 기교만 계속 뿜어내는게 아니고 순간순간 달콤한 아름다움이 번쩍이는 곡이다.. 그 멋진 곡을 전혀 힘들이지 않는 느낌으로.. 물론 그렇다고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음을 짚어내는 것도 아닌 모든 음표를 다 보여 주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다.. 기교를 넘어선 그 무언가가 프란체스카티의 연주에서는 빛나고 있다.. 더구나 무엇보담도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마법같은 음색.. 바로 이게 기품이다..이 꼬꼬마 바이올리니스트 자슥들아.. 라고 일갈하는 것 같은.. 스트라디바리우스라던데.. 하여간 바이올린 소리 죽인다.. 협연은 오먼디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 양반들도 만만치 않게 뜨거운 연주를 들려준다.. 커플링 되어 있는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어머니께서 무쟈게 좋아하시던 곡이다.. 이 연주 역시 좋다.. 다만 미트로풀로스와 뉴욕필인데 어째 필라델피아 만은 못한 느낌이 든다.. 아무튼 프란체스카티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연주.. 필설로 형용이 어렵다..
다른 연주 중에 소위 명반으로 추천받는 아카르도의 연주는 별 느낌 못 받았다.. 지구 라이센스라 음질은 뭐 별볼일 없지만.. 그의 바이올린 연주에서 느껴지는 숨막히는 판타지는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사족.. 언젠가.. 그의 CD가 뭐가 있나 볼려고 검색하다.. 지노 프란체스카티라는 음식점이 있는 것을 보았다.. 뭐 별로 그의 연주하고는 친해 보이지 않던데.. 그의 이름을 무단 도용해서 쓴다면 최소한 자기네 가게 이름이 어디에서 연유된 것이라는 설명 정도는 걸어놓는게 예의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