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3번..
베토벤의 교향곡을 좋아한다.. 머 워낙에 베이직이라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교향곡을 그렇게 초보자나 듣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무엇인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특히 3번부터 시작되는 진정한 베토벤의 본색이 나오는 곡들은 더더욱 그렇다..
3번 교향곡을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아마 중딩 때였던 것 같은데.. 뭔가 좀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때는 으레 이 곡을 꺼내서 듣곤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그럴때는 다른 음악을 더 많이 듣지만..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하고서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다 그가 황제에 즉위했다는 소식을 듣고 빌어먹을 색히라며 표지를 발기발기 찢어버렸다는 일화는 그 당시 어렸던 시절에도 참 인상이 깊게 남았었다.. 베토벤의 음악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 자유에의 의지.. 그거라고 생각한다.. 모짜르트야 외계인이니깐 존경이라기 보다는 경외의 대상이고.. 베토벤.. 인간의 의지를 절절히 표현한 그의 음악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의 음악은 발바닥이 땅에 닿아 있음이 느껴진다..
한때 푸르트뱅글러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카라얀을 경멸하고 토스카니니를 우습게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베토벤의 교향곡 3번만은 누구의 연주를 듣더라도 내가 듣기에는 토스카니니가 최고(무슨 의미에서 최고라는건지.. 정말 개념없는 개소리 중 하나가 누구 연주가 최고라는 소리인데.. 그만 써 버리고 말았다.. 쩝..)라는 것을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왜였을까.. 소리도 별로고.. 교향악단도 일종의 사설 교향악단에 불과한데.. 그런데도 묘하게 베토벤의 정신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이 연주를 듣고나면 들었다.. 그래서 후진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3번을 들을 때면 제일 손이 많이 가는게 토스카니니의 연주였다.. 물론 요즘은 안 그렇다.. 소리 좋은 다른 판에 먼저 손이 간다.. 이제는 오디오쟁이에 더 가까워진 것일까..
나중에 토스카니니에 대해서도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파시스트에 반대해서 이탈리아를 떠났다는 것은 나찌 치하에서도 자리를 지켰던.. 물론 그것을 독일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이었기 때문에 떠날수가 없었다고 후세 호사가들이 설레발을 떨어도.. 푸르트뱅글러와 대조되는 면이었다.. 독재에 대한 저항.. 그렇지만 이 양반도 우끼는 것이 정작 본인은 철저한 독재자였다는 얘기.. 재미있다.. 아무튼 독재에 적극적으로 항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념없이 국물이나 빨았던 종자들하고는 다른 면을 보여 주었다는 것.. 그게 좋았다.. 그것이 바로 베토벤 교향곡 3번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바가 아닐까..
지구에서 잠깐 반짝 찍어냈던 RCA 판이다.. 짜가 스테레오..